큰 지혜는 어리석은 듯하니 - 옛글 57편이 일깨우는 반성의 힘 아우름 18
김영봉 지음 / 샘터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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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름-18 큰 지혜는 어리석은 듯하니 : 옛글 57편이 일깨우는 반성의 힘

        _김영봉 저 | 샘터

 

 

1.

옛 선조들의 글을 읽다보면 그 향기와 깊이에 취하게 된다. 수백만 년 전의 기록들이지만, 마치 이제 막 배달되어온 조간신문 같다. 그만큼 우리의 마음은 잘 변하지도 않고, 변해야 될 부분 또한 많은 것이리라.

 

2.

갑자기 일을 처리하다 보면 잘 생각하지 않고 한 것을 후회한다. 생각한 후에 행한다면 어찌 화가 따르겠는가. 갑자기 말을 내뱉고 나면 다시 한 번 생각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생각한 후에 내뱉는다면 어찌 욕됨이 따르겠는가.” 고려 중기 문신, 학자이자 당대를 풍미한 명문장가 이규보의 글이다. 살아가다보면 일단 저지르고 나서 생각을 하는 경우(그나마 다행이지만)가 얼마나 많은가? 생각 또한 급하게 하지 말아야한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급하게 하면 어긋나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생각은 지나치게 깊이 하지 말아야하니, 너무 깊이하면 의심이 많아진다.” 헤아리고 절충하여서 세 번 정도 생각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문제는 얼마나 이성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하느냐 이지 횟수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3.

나를 헐뜯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스스로를 돌이켜 보아야한다. 만약 내가 실제로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면 스스로 책망하고 속으로 꾸짖어서 허물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아야한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이자 정치가인 퇴계 이황이 남긴 말이다. SNS시대에 명예훼손에 대한 소송이 더욱 잦아진다. 굳이 온라인상이 아니더라도 남들한테 뜻하지 않은 비방을 받는 경우가 있다. “만약 내가 본래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거짓말을 날조했다면 이는 망령된 사람에 불과할 따름이니 망령된 사람과 어찌 거짓이냐 진실이냐를 따질 필요가 있겠는가.”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 즉시 그 마음에 자리 잡는 것이 상책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흑과 백이 드러난다고 하지만,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 일도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4.

임금이 비록 높지만 사직에 비하건대 임금은 가볍고 백성이 중합니다. 옛사람이 물을 백성에 비유하고 배를 임금에 비유했는데, 물은 능히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또한 능히 배를 뒤집어엎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시국에도 빈번히 인용되던 부분이다. 연산군이 신하와 백성들을 무시하고 정사를 제멋대로 하자 영의정 한치형이 그야말로 목숨 걸고 아뢴 말이다. 물을 백성에 비유하고 배를 임금에 비유한 말은 순자(荀子)에 나온다. “두려워할 만한 것은 백성이 아닌가?” 라는 말은 요()임금과 함께 전설적 성군(聖君)으로 추앙받는 순()임금의 말이다. 백성을 두려워할 줄 알았기 때문에 성군이 된 것이다.

 

5.

이 책의 지은이 김영봉은 한문학을 전공했다. 대학, 대학원에서 국문과 석,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오랫동안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연구교수를 연임했다. 대학 외에도 여러 한문 교육기관에서 경서, 한시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특히 한시(漢詩)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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