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소재원 지음 / 작가와비평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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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      소재원 / 작가와비평

 


1.

‘“돌아오실 겁니다. 남편 분, 꼭 돌아오실 겁니다.” 왠지 모르게 강한 믿음이 생겨났다. 안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내 곁으로 모여 위로의 말을 전해 주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상황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마치 세월호 이야기는 그만 좀 하자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남의 일이라서 그럴 것이다. 나에겐, 내 주변엔 감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이다. 지독한 오만감이다.

 

2.

이정수. 주말부부인 그는 마침 딸 수진의 생일에 맞춰 생일 케이크와 인형을 사들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터널에 진입했고 중간 정도 차량이 지나갈 즈음 엄청난 굉음과 함께 어둠이 내려앉은 기억만이 그의 머리에 잔류하고 있었다.

 

3.

터널이 내려앉은 것이다. 완전 붕괴다. 그대로 갇혔다. 꼼짝도 할 수 없다. 목숨을 건진 것이 다행이다. “이정수씨, 지금 구조가 불가능합니다. 현재 터널을 조금이라도 건드리게 된다면 완전히 와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4.

이정수가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밖에서 그를 구조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대형사고 뒤에 따라붙는 책임전가, 다른 곳으로 시선 끌기 등만 도드라져 보인다. “여보 미안해, 아무래도 조금 늦게 나갈 거 같아. 우리 와인은 나중에 마시자.”

 

5.

“-개통된 지 5개월 만에 부실 공사로 무너진 터널에 나와 있습니다. 현재 이 모 씨는 3일째 이곳에 갇혀 구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하는 이씨는 귀가 하던 중 터널이 무너져 내리면서 고립되었는데요. 구조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6.

시간은 흘러 2, 3주가 지나고 한 달. 그는 아직 터널에 있다. 생존한계를 넘어선 시간이다. 밖의 상황은 매우 안 좋다. 정수의 아내 미진의 상황도 정수 못지않게 힘들다. 밖으로 자신의 생존여부를 표현 할 수 없는 이정수. 그의 아내 김미진은 방송국의 힘을 빌려 그가 즐겨듣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마지막 메시지를 전한다. “내가 구조를 중지하라 했어. 수진이와 나는 하루하루가 공포야. 사람들은 우리를 죽이려 해. 수진이를 지켜야 했어. 나를 지키고 남아 있는 우리를 지켜야 했어. 여보 나를 원망해. 미워하고 증오해. 당신이 살아있다면, 영원히 나를 용서하지 마.” 방송을 들은 정수는 그때까지 붙잡고 있던 생명의 끈을 놓아버린다. 아무리 터널 안에서 나는 아직 이렇게 살아있어하며 온 몸의 기운을 쥐어짜 소리를 쳐보지만 부질없는 일이다. 이정수가 터널에 갇힌 지 32일 째, 구조는 중단되고 터널을 허무는 작업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그의 불타버린 차량이 발견되었다. 그의 자살 추정 시간은 이틀 전으로 확인되었다. 그가 죽었다 말하던 여론과 언론은 침묵했다. 그리고 남은 가족의 결말은 더욱 안타깝다.

 

7.

누군가 이 소설이 책으로 엮어지고, 영화로 만들어지기 전에 원고를 보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소 작가님, 그래도 열심히 작품 활동하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해서 밤새도록 끝까지 원고를 읽어봤는데요, 이게 말이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세요? 황당하고 어이없는 내용이며 작위적이고 억지스러워요.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날 거라고 보세요?” 도대체 이렇게 이야기하는 생물은 어느 별에서 온 것인지 모르겠다. 이 소설이 SF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니건만 어떻게 그런 말을?

 

 

8.

우리는 가해자의 위치에 서길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군중 속에 묻히면 더욱 그러하다.익명의 댓글 부대는 몸은 안 보이고 칼만 춤을 추는 투명인간이다. 댓글 단자가 누구인지 알고자하면 알 수는 있겠지만, 그마저도 권력의 힘을 빌려야한다. 비수와 같은 한 마디를 던지고 사라지는 것을 어찌 쫓으리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이 땅에 정의와 책임감의 불씨,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직 살아 있는지? 묻고 있다안타까움과 분노감을 한 접시에 담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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