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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게 배웠어 - 현명한 엄마를 위한 그림책 수업
서정숙.김주희 지음 / 샘터사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쎄인트의 冊이야기 2016-111
【 그림책에게 배웠어 】 서정숙 · 김주희 지음 / 샘터
그림책을 마지막으로 본 적이 언제였던가? 싶게 한 동안 그림책과 가까워지지 못했다. 그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이젠 손녀에게 읽어주고, 함께 보고 싶어서 그림책을 가까이 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는 것은 여행이다. 마음을 하늘로 띄운다. 같이 어린아이가 된다. 그러나 왠지 읽어주는 것만 갖고는 부족함을 느꼈다. 책에 담긴 메시지를 어떻게 아이의 마음에 다시 그려줄까? 물론 욕심은 금물이다. 아이는 아이대로 느낌이 있을 테니 그 느낌을 그대로 아이의 마음에 담을 수 있도록 그냥 둬야한다. 그래도 그림책을 한 번 읽고 나서 아이와 나눔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럴 때 이 책이 큰 도움이 된다. 《현명한 엄마를 위한 그림책 수업》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이런 내 마음을 이해한 듯, 이 책의 지은이는 그림책 감상을 ‘산책’에 비유한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자연 하나하나가 산책의 목적이듯, 그림책 속 인물을 만나고 사건을 경험하는 것, 그림책의 글과 그림이 빚어내는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이 모두 그림책 감상의 목적이 된다는 것이다.
《그림책에게 배웠어》는 부모가 그림책 산책길에서 아이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들을 귀띔해 주고 싶어서 쓴 책이라고 한다. 두고두고 함께 읽을 만한 좋은 그림책 서른 권을 가려 뽑았다. 각 그림책의 매력 포인트라 여겨지는 것들을 상세히 담았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그림책 속 숨은 1cm’이다. 그림책 작가가 보물찾기 하듯 그림책에 숨겨놓은 유머를 찾아준다. ‘그림 책, 아는 만큼 보인다’에선 이해의 폭을 넓혀 줄 그림책 이론을 소개해준다. 마지막으로 그림책을 읽은 다음 아이와 나눌 수 있는 간단한 대화의 예도 실려 있다. 책에 인용된 작가의 다른 작품도 책 사진과 함께 실려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수백 권의 그림책을 만날 수 있는 셈이다.
‘낯선 세상과 만나려면 용기가 필요해’, ‘네 마음의 소리가 들리니?’, ‘때론 뒤집어 보는 것도 필요하지’, ‘상처받는 게 두려우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어’, ‘정말 소중한 것을 잊지 마’,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이 있지’ 등의 타이틀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우리의 아이들에게 피와 살이 되는 말들이다.
“학원에 가야 친구를 만날 수 있고 친구조차도 인맥 관리의 대상이 되는 세상입니다. 어떤 친구가 진짜 친구일까요? 좋은 친구를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은이는 《세 친구》 (헬매 하이네 지음 / 황윤선 옮김 / 시공주니어)라는 그림책을 추천한다. 같은 농장에 사는 수탉 프란츠와 생쥐 조니, 돼지 발데마르 라는 세 친구가 주인공들이다. 이 세 친구는 아침 일찍, 농장 식구들을 깨운 다음 자전거를 타고 비탈길, 굽이길, 웅덩이를 지나 마을 연못에 간다. 거기서 구슬치기와 숨바꼭질을 하고, 해적 놀이도 함께 한다. 함께 낚시도 하고, 버찌를 따 먹고, 함께 쉰다. 뉘엿뉘엿 해가 기울면 셋은 집으로 달려간다. 해가 져서 어두워졌는데도 셋은 헤어지지 말자 다짐한다. 하지만 생쥐네 집도, 돼지네 집도, 수탉의 홰 위도 셋이 함께 자기에는 문제가 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잠은 각자의 집에서 자기로 한다. 그리고 꿈속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함께 또는 따로 살아가는 삶, 틀림이 아닌 다름을 배우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진짜 친구는 어떤 친구인가를 마음에 담게 한다. ‘어려운 일을 도와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니까요’, ‘모든 일을 늘 함께 결정하는 친구가 진짜 친구니까요’, ‘꿈속에서도 만나는 친구가 진짜 친구니까요’. ‘그림 책 속 숨은 1cm’에선 세 친구가 마을 연못에서 숨바꼭질 하는 장면을 소개한다. 셋의 꼬리가 연출해내는 장면들이 재미있다.
그냥 무심히 넘겨 본 그림책의 글과 그림들 속에 이렇게 깊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낄 수 있다’는 지은이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어떤 책을 고르는가보다 얼마나 이해하고 제대로 읽어 주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마음에 담는다. 부록으론 〈그림책 산책길에 함께하면 좋은 그림책 100선〉 (국내 출간)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