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잊지 않았다
케네스 배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6년 5월
평점 :
쎄인트의 冊이야기 2016-099
【 잊지 않았다 】 케네스 배 / 두란노
“피고에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한다. 이로서 재판을 마칩니다.” 다른 검사들은 전범으로 몰아가 종신형을 이끌어 내려고 했지만, 검사 한 사람의 끈질긴 설득 탓에 그나마 15년형으로 판결이 났다고 한다. 도대체 그(이 책의 지은이 케네스 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케네스 배는 1968년 8월 1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나 1985년 미국으로 이민했다. 미국에서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영업과 마케팅 분야의 여러 직장을 다니다가 뜻한바 있어 중국으로 갔다. 그 후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기저로, 회사를 세워 많은 관광객들을 북한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무려 17번이나 북한을 방문하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북한쪽에선 외화벌이를 해주는 사업가로 인식이 되어 비교적 좋은 대접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2012년 11월 3일, 18번째 북한을 방문하면서 스스로 외장하드를 반입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철칙을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어기게 된 것이다. 노트북을 교환하면서 북한에 들어가기 전에 충분히 그 하드 디스크를 처리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있었음에도 북한에 입국하면서 그 하드디스크를 소지한 탓에 압류 당함과 동시에 구금을 당한다. 북한은 그에게 북한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판단 하에 무려 15년이라는 형량을 선고한 후 그는 강제노역으로 극심한 고통을 겼었다. 그에겐 당뇨병을 비롯한 몇 가지 기존 질병을 앓고 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북한에서 나오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나오는 것을 포기했을 때, 그때부터 자유를 누리면서 그곳에서 내가 할 일을 찾게 되었습니다.” 예수를 믿는다고 해서 살아감에 고통이 없을 수는 없다. 늘 평안함만 찾아 올 수는 없다. 절대 절명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평탄한 삶만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가 갖고 있는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어찌 우리 삶이 그런가. 햇볕이 쨍쨍 내리쬐다가도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얼어 죽을 것처럼 춥기도 하다. 신앙인으로서 여하한 경우에도 그 안에서 감사거리를 찾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 평생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 책 속에 나오는 주님의 신실하심, 동일하심, 공급하심, 보살피심, 사랑하심을 독자들과 공유하여 우리 인생에 찾아오는 작고 큰 고난과 시험 속에서도 주님을 더욱 신뢰하고, 주님을 더욱 사랑하고, 주님을 더욱 높이고, 주님이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명을 기쁨으로 감당하게 되기를 원한다.”
예전에 한국에선 북한 관련 자료를 갖고 있거나, 듣거나, 관심을 갖기만 해도 범법자가 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서 북한 소식을 공영방송을 통해서도 종종 보게 된다. TV를 통해 보는 북한 주민들의 박수부대는 흔들림이 없는 것 같다. 김정은이 북한 군인들이나 주민들 앞에 나타날 때의 반응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나이가 어릴수록 그 반응은 더욱 심하다. 간간히 접한 북한의 소식이지만, 이 책을 통해 지은이가 겪은 그들의 우상화 정책(TV등 언론매체를 통한)은 그들의 최고 지도자를 거의 신격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북한 관리들에게 압수당한 케네스 배의 외장하드에는 상당히 많은 양의 파일과 사진이 담겨있었다. 사업을 내세워 중국과 북한에서 선교사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던 모든 활동 상황이 파일에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제는 자신의 안위만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파일에 담긴 사람들은 물론 2년 전 처음 관광객들을 이끌고 북한에 들어온 뒤로 접촉했던 모든 사람들의 안위가 더욱 걱정되었다. 지은이의 문제를 처리하는 북한의 입장은 미국이 머리를 숙이고 찾아오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불안과 고통의 시간 속에서 지은이는 하나님이 그에게 주신 소명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동안 접하게 되는 모든 사람들(관료, 군인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연민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그가 나를 사랑한즉 내가 그를 건지리라 그가 내 이름을 안즉 내가 그를 높이리라(시편 91편 14절).”
케네스 배의 사건은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이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던 이들에서부터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미국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그의 석방을 촉구했다. 세상은 그를 잊지 않았다. 미국으로 돌아간 후, 그는 드디어 이 사건의 전말을 속 시원히 전하고,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북한 사람들의 실상을 세상에 낱낱이 공개하기로 마음을 정한다. 이 책은 북한 억류 735일 동안 그가 보고 듣고 느낀 북한의 현실이다. 케네스 배에겐 이 기간이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는 특별한 은혜의 시간이기도 했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잊지 않았다’는 북한에 있었던 그 시간 뿐 아니라, 하나님이 그를 잊지 않으셨고, 그 역시 하나님의 뜻을 잊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