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 좋은 삶을 향한 공공철학 논쟁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 옮김, 김선욱 해제 / 와이즈베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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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      마이클 샌델 / 와이즈베리

 

 

마이클 샌델. 2010년 이후, 한국에 정의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아마 마이클 샌델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정의가 그렇게도 목이 말랐었나보구나.”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선 정치와 도덕을 한 지붕 밑에 두고 있다. 왜 그랬을까? 이미 정치는 도덕적이지 못하다. 도덕은 어떤가? 도덕을 지키기 위해 믿을 구석은 없지만, 정치의 힘을 빌려야할까? 내 생각이 위험한가? 아무튼 정치와 도덕은 분리시킬 수 없는 존재들이다. 일단 여기까지 쓰고 책을 펼친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공공생활을 움직이는 도덕적, 정치적 딜레마를 탐구한 평론 31편을 모은 것이다. 좋은 삶을 향한 공공철학 논쟁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시작은 아마도 저자의 최근 글로 짐작되는(2016228, 가디언) 특별 기고문이 실려 있다. 작금의 미국 대통령 예비선거 이야기로 채워졌다. 이미 뉴스를 통해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버니 샌더스, 힐러리 클린턴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등이다. 샌더스와 트럼프 모두 여러 면에서 현상(現狀)에 안주하려는 기득권 정치세력에 도전하면서 사회적 통념에 대항하고 있다. 반면 클린턴의 입지는 부분적으로 그녀의 정직성과 신뢰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구심에 기인한다. “샌더스와 트럼프의 부상은 이념을 기반으로 한다기보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지고 있다는 불안에 기인한다.(...) 미국인들이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세력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폭넓은 인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의 시민생활이라는 챕터에서 미국 정치의 전통을 전반적으로 되짚어보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 역사의 위대한 도덕적, 정치적 개혁운동 중 몇몇(노예제도 폐지. 진보시대, 1960년대 민권운동 등)은 도덕적, 종교적, 정신적 자원에 강하게 의존하면서 그 생명력을 유지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유주의가 도덕적, 시민적 목소리를 상실한 점을 지적한다. 논쟁들 :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챕터가 이 책의 허리부분이다. 사회 여러 분야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지적이 담겨있다. 소수집단우대정책에서부터 오염 배출권과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이르기까지 최근의 법적, 정치적 논쟁에 의해 촉발된 여러 도덕적 가치의 문제들을 다룬다. “어떤 이들은 굳게 확립되어 있는 도덕적, 종교적 신념을 둘러싸고 이성적인 논리를 전개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인간생명의 탄생이나 존엄성과 관련된 사안들에서는 말이다. 나는 그런 주장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와 도덕이 본연의 기능을 되찾기 위해선 어찌해야 할까? 공동체와 좋은 삶 : 자유주의의 한계를 넘어가 그 답이 될 것이다. 현대 정치철학에선 여러 가지 자유주의, 자유주의 비판가들 사이의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가들이 내놓는 비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자유주의는 개인의 선택을 강조하므로 공동체와 연대, 구성원 자격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자유주의는 다원주의 사회의 사람들이 종종 좋은 삶에 대해 서로 상충하는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따라서 시민들이 그들의 도덕적, 종교적 신념을 사적인 영역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적어도 정치적 목적에는 개입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저자는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을 처음부터 읽어나가는 것이 힘들게 느껴진다면, 책 말미에 있는 김선욱 교수의 해제를 먼저 읽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이 책은 원래 정치와 도덕이 어떻게 연관되어야 하는가, 혹은 정치에 도덕의 중요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다.” 미국인들과 미국 시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한국의 정치와 도덕에도 충분한 담론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인종과 지역을 떠나 인간이 기본적으로 갈망하는 삶의 욕구는 공통분모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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