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꽃 - 고은 작은 시편
고은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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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6-047

 

순간의 꽃 】     고은 작은 시편 / 문학동네

 

  

  

봄비 촉촉 내리는 날

누가 오시나 한두 번 내다보았네

 

.. 봄비가 생명수처럼 내린다. 봄비는 요란하지도 않다. 그저 조용히 내려온다. 봄비가 오면 누군가 같이 올 것만 같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펴게 만든다. 안으로만 향하던 마음을 밖으로 향하게 한다. 공연히 창문 밖을 내다보게 만든다. 발자국 소리가 들리나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누우면 끝장이다

앓는 짐승이

필사적으로

서 있는 하루

 

오늘도 이 세상의 그런 하루였단다 숙아

 

..... 종종 그런 때가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피로감과 무력감이 온 몸을 휘감을 때, 마치 한번 누우면 다시 못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되는 때가 있다. 오늘 아침엔 살아서 일어났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몸이 피곤했던 날은 떨어져 자는데, 마음이 힘들었던 날은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날밤을 새거나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드는 경우가 있었다. ‘누우면 끝장이다 앓는 짐승이 필사적으로 서 있는 하루의 그 하루 속엔 삶과 죽음이 모두 담겨있다. 삶과 죽음은 몸과 마음의 자세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시인의 일상을 보는 듯해서 더욱 눈길을 못 돌린다.

 

 

 

 

옛 시인

나라는 망하건만

산하는 있네라 하였도다

 

오늘의 시인

산하는 망하건만

나라는 있네라 하도다

 

내일의 시인

오호라

산하도 망하고 나라도 망하였네

너도

나도 망하였네라 하리로다

 

... 요즘 정치판을 들여다보면 악취가 난다. 그 판은 안 보고 싶은데 더 자주 보인다. 너무 무관심하면 더욱 자기 멋대로들 놀자판 일까싶어 지켜보긴 해야 한다. 왜 그렇게 정치를 하고 싶은지 솔직한 말을 들어 보고 싶다. 어쩌면 자기 자신도 속여 가며 그 바닥에서 못 벗어나고 있지나 않은지 깊이 생각해봤으면 좋으련만... 시인의 이 메시지가 현실화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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