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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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6-009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키타가와 에미 / (다산북스)

 

 

인생이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아

 

 

1.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이런 경우 그 요일은 수요일이나 목요일일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샐러리맨이 월요일을 어찌 무심히 지나 가리요. 화요일은 월요일에 바로 이어지는 날이니까 기억이 가능하다. 금요일은 주5일 근무자들에겐 불금의 날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토요일 역시 해피하다. 일요일인줄 모르고 출근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 중독자나 집보다 직장이 편한 사람 아니라면 일요일도 기억할 수 있다. 앞뒤로 다 빼고 나면 수, 목요일이 남는다. 그러니까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하는 마음이 든다는 것은 이미 영혼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수요일, 목요일이라는 이야기다. 이 소설(제목은 자기계발서 같지만 콩트 같은 소설이다)의 주인공 아오야먀가 입사 한 달째에 현실 도피를 위해 만든 노래는 절절하다. ‘월요일 아침에는 죽고 싶어진다. 화요일 아침에는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수요일 아침에는 가장 고되다. 목요일 아침에는 조금 편해진다. 금요일 아침에는 조금 기쁘다. 토요일 아침에는 가장 행복하다. 일요일 아침에는 조금 행복하다. 그러나 내일을 생각하면 되레 우울해진다. 이하 반복

 

 

 

 

 

2. ‘그만 두고 싶다. 이런 회사인 줄 몰랐다. 채용설명회에선 좋은 점만 말해놓고, 열심히만 하면 돈을 벌수 있는 시스템은 무슨, 실력을 바르게 평가하는 환경은 개뿔, 지금 당장 그만두고 싶다.’ 하지만 입사 반년도 안 되어 어떻게 그만둔단 말인가. 어떻게 들어 온 회사인데. 그리고 이렇게 그만두기 시작하면 나는 근성 없는 놈이라고 찍힐 수도 있다. 이번 달은 벌써 2주 동안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이 지경이 되자 잠이 오는지도, 배가 고픈지도 모르겠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뭘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다는 이야기다. 최근 반년 동안 간신히 집에 도착해도 몇 시간 뒤에 또 회사로 가는 전철에 몸을 싣는다. 그런 현실에 눌려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은 위기감이 몰려온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 전찰 승강장, 누군가 엄청 반가워하면서 아오야마(주인공)에게 달려든다. 초등학교 동창이란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브레인 메모리에서 떠오르지를 않는다. 스트레스가 쌓이니 기억력 전선에까지 영향이 갔나? 어쨌든 둘은 짧은 시간 안에 절친이 된다. 그리고 기억이 가물가물한 동창은 아오야마의 멘토 역할을 하게 된다. 아오야마는 힘들다. 어느 순간 그는 직장 내에서 왕따가 된다. 무능력자가 된다. 월급이나 축내는 쓸모없는 인간이 된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무능한 사람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캐릭터였다. 스스로를 위해서 성실하게 한 발 한 발 나아갔지만, 복병이 있었다. 사수 역할을 하는 직장 선배가 아오야마의 계약을 가로챘다. 그 황당한 이유 좀 들어보세. “잘 들어, 여기는 숫자를 놓고 서로 뺏고 밀어내는 세계야. 입사한 지 반년 된 신입이 대형 계약을 따내면 사람들은 나한테 그 두 배의 숫자를 기대해. 너한테는 긴장감이 부족해 누구든 금방 믿으면서 듣기에 좋은 말만 늘어놓지. 그렇게 해 나갈 수 있는 세계가 아니란 말이야.”

 

 

 

 

 

3. 아오야마는 고심 끝에 결단을 내린다. 마침 야마모토를 만났다.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야마모토는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나서 웃는 얼굴로 똑 부러지게 말했다. “여기서 잠깐 기다려 줘. 지금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이 대사가 제목으로 쓰이긴 했지만, 사실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아오야마가 회사 사무실에 들어가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카타르시스 만점이다. 그저 소리 지르고,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는 재주 밖에 없는 부장에게 앞서 몇 마디 던졌지만, 계속 건드리자 이런 말을 차분하게 내놓는다. “내 인생은 댁을 위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딴 회사를 위해 있는 것도 아니야. 내 인생은 나와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있는 거라고!” 이 무슨 난리야 하는 마음과 함께 아오야마가 내뱉는 한마디 한 마디가 자신들의 마음을 대신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다른 직원들은 무심한 척 그를 주목하고 있다. “아무리 형편없다고 평가받는 사람일지라도, 한 가지만은 바꿀 수 있어요. 바로 내 인생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어쩌면 주변의 소중한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것과 이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걸 깨닫게 해 준 사람이 있어요. 제게는 친구도 있어요. 걱정해주는 부모님도 계세요. 아직은 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뭘 하더라도 좋아요. 그저 웃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갈 겁니다.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으며 살아갈 겁니다. 부모님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겁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지금의 제게는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 후, 아오야마는 어찌 되었을까? 해피 엔딩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 성취감을 느끼는 일을 찾았다. 그런데, 야마모토. 당신의 정체는 뭐야? 당신 사는 곳이 진짜 공동묘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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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9 16: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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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9 18: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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