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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
김영사
1.
“나는
종종 나 자신에게도 의심이 든다.
내
지난 기억들을 끄집어내 이리저리 돌려 보면서도 이런 생각을 한다.
어디까지가
내가 정말 겪었던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조작되고 미화된 나의 거짓 기억일까.
누군가에게
나의 고민이나 생각들을 털어놓고 있는 순간에도 마음 한편엔 이런 의심이 싹튼다.
어디까지가
진짜 나의 이야기이고,
어디까지가
과장되고 합리화된 나의 거짓일까.”
난
지난 밤 꿈이 얼마나 리얼했던지,
자다
말고 일어나서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깨어
살아가는 삶속에서도 이 책의 지은이가 적어 놓은 글들처럼 사실과 거짓 기억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나
역시.
“인간은,
인간의
기억은,
완벽할
수 없으니까.”
인정한다. 기억이란
존재는 때로 나를 갖고 논다.
실제
있었던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지도
않았던 사실은 바로 어제 일처럼 파릇파릇할 때가 있다.
2.
“내
안의 어린아이,
라는
주제로 기고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
곤란했다.
내겐
너무 많았으니까.
나는
아직도 애구나,
철들려면
멀었구나.
그런
생각은 솔직히 지금도 하루가 멀다고 나를 찾아온다.”
최근 심리치료의 근간은 어릴 적 성장과정의 그림이 어땠느냐를 따져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었어도 내면의 방구석에 어린아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을지도 모른다.
밝은
방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참으로 행복하다.
부럽기까지
하다.
살아가는
과정은 그 아이를 보듬어 안고 다독거리며 하루하루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아이를 더 이상 울리지 말자.
남들이
그 아이를 더 건드리지 말고,
귀찮게
못하도록 하자.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늘 우리의 마음은 어수선하다.
3.
“해가
바뀐다는 것은 이런 걸까.
요즘은
선배들을 만나도 친구들을 만나도 심지어 후배들을 만나도 언제나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난
요즘 ‘이럴
때’
늙었구나
싶어.”
늙어간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못다
이룬 꿈이 많을수록 더 그렇다.
지금
나의 삶이 팍팍할수록 더 그렇다.
몸이라도
아프면 더욱 더욱 그렇다.
그러나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마음의 훈련이 필요하다.
내
몸과 마음 그 안에 빈 공간과 거리감이 클수록 점점 힘들어진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버리고 내려놓고 살아가는 삶을 배우는 것이다.
4.
“책을
보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한동안 나는 책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무심한
듯 조용한 듯,
차갑고도
따뜻하게 내리는 눈,
언제부터였을까.
내
창 가까이에 다가와 있던 눈을..(...)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그 자연스러움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저
마음속으로 느낄 경우에도 그럴진대 입술 밖으로 언어로 표현할 때는 나도 모르게 주위를 살필 때가 있다.
‘참
별게 다 아름답네’라고
누가 뭐라 그러지도 않는데 마음의 감정을 황급히 거둬드릴 때가 있다.
아름다운
것을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살아가고 싶다.
그래야
답답한 가슴도 진정이 될 것 같다.
어수선한
마음도 정리가 될 것 같다.
5.
『나를,
의심한다』
책
제목만 보면 철학이나 자기계발서적 같다.
그렇지
않다.
읽다보면
“그래,
나도
이런 적이 있었지”라는
마음을 절로 갖게 하는 에세이집이다.
이
책의 지은이 강세형은 약 10년간
라디오작가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그 시절의 단상도 실려 있다.
이
책 외에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2010)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2013)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