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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부르는 맛의 유혹 - 우리의 뇌를 공격하는 흥분독소
러셀 L. 블레이록 지음, 강민재 옮김 / 에코리브르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죽음을 부르는 맛의 유혹』 러셀 L. 블레이록 / 에코리브르
1. TV 프로그램 「1박2일」 복불복 게임은 잠을 안에서 자느냐 밖에서 자느냐, 식사를 할 수 있느냐 못하느냐, 아침 식사당번은 누가 할 것인가? 등이 콘셉트다. 익숙하지 않은 요리 솜씨를 발휘하려다보니 제대로 맛이 안 난다. 비장의 무기가 등장한다. 라면 스프다. 만드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나 ‘바로 이 맛이야~’ 감탄한다. 한편, ‘먹거리 X-파일’에선 음식에 MSG 첨가 여부가 ‘착한 식당’ 여부를 판가름한다.
2. 음식에서 거의 마법의 맛을 내는 화학물질 MSG(글루탐산나트륨)의 정체는? 수천 년 동안 일본 요리사들은 음식의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특별한 재료를 첨가해왔다. 이 재료는 ‘다시마’로 만든 것이다. 금세기 들어 이 조미료의 유효물질을 분리해내는데 성공했다. MSG를 추출한 직후, 그것을 발견한 화학자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백만 달러 규모의 MSG산업을 일으켰다. 이 제국의 중심에 선 기업이 바로 아지노모토(우리 어렸을 땐 ‘아지나모도’라 불렀다. 회사이름이자 상품명이었다)이다. 오늘날 전 세계 대부분의 MSG는 물론이고 MSG를 함유한 가수분해 식물 단백질, 즉 HVP라는 인공조미료까지 공급하고 있다. 이후 세계적인 식품업계들이 해마다 수백만 파운드의 MSG를 가공 식품에 첨가하게 된다. MSG를 발견할 당시에는 천연물질(아미노산)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겼다.
3. 신경외과 전문의인 이 책의 저자 러셀 L. 블레이록은 1989년 3월 그의 부친이 파킨슨병으로 생을 마감하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부친과 같은 신경 변성 질환에 걸리지 않고 살아갈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긴 여정을 거쳐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의 키워드는 ‘흥분독소’이다. 그리고 ‘흥분독소’의 중심엔 MSG가 자리 잡고 있다.
4. 그렇다면, MSG는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MSG와 유사 첨가물의 양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지만 그 유해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1960년 말 식품 첨가물로 쓰는 MSG의 위험성을 입증한 연구 자료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과학적 자료는 공공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야했지만 그렇지 못했다(안했다는 표현이 적절). 그때까지 신경과학자들은 글루탐산이 뇌에 에너지를 공급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가설에 근거해 과학자들은 한 가지 임상 연구를 했다. 지능발달이 늦은 어린이들에게 다량의 MSG를 먹인 뒤 지능이 향상되는지 관찰한 것이었다. 실험은 실패했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위험천만한 임상 연구였다. 그리고 1957년 두 명의 안과 의사가 유전성 망막 형성 장애라는 안질환을 연구하기 위해 어린 쥐를 대상으로 MSG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MSG가 실험동물 망막 안쪽의 감광체 세포인 신경세포를 모두 파괴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 실험 결과가 외부로 발표되거나 이슈화되지 못한 상태로 10년이 지난 후, 한 신경과학자(존 올니 박사)가 어린 쥐들을 대상으로 두 명의 안과 의사가 했던 실험을 다시 해봤다. 충격이 가중된다. MSG가 망막뿐만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끼치는 독소라는 점을 밝혀냈다.
5. 이번에는 외부에 제대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경악했다. 전 세계 수백 만 명의 아기들이 MSG와 HVP(세 가지 흥분독소가 포함된 화합물)가 다량으로 함유된 유아 식품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MSG는 동물실험에 쓰던 것과 같은 것이다. 일련의 실험 결과를 통해 미성숙한 동물은 성체보다 MSG의 독성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공통적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러한 위해 사실을 알고 있는 식품 제조업자들과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정부 감시기관에서(미국에선 FDA)조차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니 박사는 우여곡절 끝에 의회 위원회 앞에서 증언을 하고 난 후에야 식품 제조업자들은 MSG를 유아 식품에서 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업자들은 순수한 MSG 대신, 세 가지 흥분 독소를 함유하면서 MSG도 포함된 HVP라는 물질을 첨가했다. 이 물질은 MSG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그리고 이러한 작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6. 이 책에서 저자는 글루탐산과 여타 흥분독소가 성장기의 뇌 발달 방식을 바꾸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실험 결과도 알려주고 있다. 실험은 유아기부터 이토록 강력한 화합물에 노출될 경우 뇌 발달에 이상이 생겨 아이가 성장하면서 학습 장애와 행동 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일부 신경과학자들의 가설을 토대로 했다. 또한 폭력적인 행동을 유발한다는 증거도 밝히고 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조지 R. 슈워츠 (의과대학)교수는 이 책을 모든 식자층과 연구자, 교사와 업계의 대표 및 식품업계 관련자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한다. 나는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보건, 행정가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