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도 될까요?
노하라 히로코 글.그림, 장은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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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5-076

 

이혼해도 될까요?노하라 히로코 글. 그림 / 자음과모음

 

 

1. 2,000년대 들어서 일어난 한국사회의 변화 중 이혼율의 급증도 포함된다. 특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젊은 부부의 이혼이 늘어나고 있다. 그 동안 아이 때문에..’, ‘그 넘의 정 때문에..’ 하며 견디며 살아왔던 기성세대들과 확연히 다르다. ‘서로 맞추느라 힘들게 사느니 각자 새 삶을 살자라는 것이 신세대들의 생각이다. 통계(국내 월드리서치 연구소)로 보면 18~29살의 젊은 층은 80.4%가 이혼에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어쨌든 대한민국 이혼율은 OECD 국가 중 9. 아시아권에서는 1위다 이웃나라 일본도 만만치 않다.

 

 

 

2. 왜 이혼이야기를 꺼내는가? 이 책이 이혼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툰으로 만나는 이혼은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긴 하나, 카툰의 주인공 34세의 워킹맘 시호는 매우 심각하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두 아이보다 심각한 존재는 그녀의 남편이다. 36세 회사원. 철부지에 자기중심적이라는 이미지로 소개된다. 아들만 둘이다. 아니 남편까지 하면 아들만 셋을 키우니 힘들긴 하겠다. 8, 6살 아이 중 큰애는 축구를 좋아하고, 작은애는 엄마를 매우 좋아한다.

 

 

 

3. 주인공 시호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식구들의 아침 식사 준비를 위해 분주하다. 그 시간에 남편은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다. 아내가 보기엔 업무와 관계된 것이 아니라 전혀 사적인 컴퓨팅이다. ‘이 남자는 눈앞의 가족보다 컴퓨터 너머의 사람이 더 중요하지.’ 아내 시호의 속이 거북해진다. 아침부터. 시호도 출근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이들 학교 준비물 챙겨주느라 정신없다. 남편은 마치 하룻밤 자고 나가는 손님처럼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면서 안 해도 될 말을 한다. “아침부터 시끄러워 죽겠네. 나 나간다. 정신 좀 챙겨남편의 말,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혼자 살았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도 괜찮다. 남편은 필요 없다. 이혼을 생각한다.

 

 

 

4. 이혼을 아주 깊이 생각한다. 그런데 누가 시호에게 왜 이혼했는데?” 하고 물어보면 뭐라고 하지? 양말을 뭉쳐서 벗어놔서? 세면대 쓰고 안 닦아놔서? 컴퓨터만 들여다봐서? 잔소리하면 오히려 더 성질내서? 화가 나면 물건에 화풀이를 해서? 남편을 위한 작은 기대가 차례차례 부서져서 따끔따끔 찌르듯이 그녀의 안에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좋아했던 것을 싫어하게 되면 두 번 다시 좋아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간이 흐를수록 매우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생각과 현실은 다르다. 하루하루 갈등의 연속이다. 남편은 아내의 생각을 모른다. 사실은 남편이 싫은 것보다 아내 시호의 마음속에 채워지지 못한 욕구가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5. 카툰 후반부에 이들 부부에게 반전이 있었다. 잠시 시호의 침울한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것이 있다. ‘반드시 언젠가 이혼을 꿈꾼다. 이 책의 지은이 노하라 히로코는 코믹에세이 푸치 대상을 수상했다. 출산을 계기로 프리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이는 이렇게 묻는다. “꼭 심각한 이유가 있어야만 이혼 할 수 있는 걸까요? 결혼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지금은 이혼해야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혼해서 행복해질 수 없었던 것처럼 이혼해서 행복해질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지금이 최악이라고 판단한다면? 만일 당신이 시호라면, 무엇을 가장 우선하겠습니까?”

 

 

P.S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시비를 걸 사람들이 꼭 있다. “왜 이혼하고 싶어?” 그래서 준비했단다. 표지를 뒤집으면 행복이 가득한 집이라는 위장 표지가 나타난다. 행복의 이면(裏面)은 이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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