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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보
플로랑 샤부에 지음, 최유정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冊 이야기 2015-025
『도쿄 산보』 플로랑 샤부에 / 자음과모음
1. 집을 떠나 익숙하지 않은 공간을 돌아보는 일은 마치 냉, 온욕을 하는 것과 같다. 특히 외국을 여행할 때는 모든 것이 관심거리다. 풍경, 건물, 사람들의 옷차림과 표정에 시선이 머문다. 프랑스인이 본 도쿄는 어떤 모습일까? 글보다도 그림 위주로 그려진 도쿄 구석구석과 그 주변은 아마 일본 사람들도 보고 흥미롭다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독특하다. 시선과 해석과 그림이 재미있다.
2. “프랑스 사람이라면 도쿄나 일본 어디에서든 다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은 낯선 기분을 느끼게 된다. 거리 표지판 하나도 프랑스와 달라서 신기하고, 무슨 말이 쓰여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과일 통조림 하나만 봐도 감탄한다. 그러니 낯설다고 느껴도 거리를 두지 말고 일상적인 것들 속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찾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프랑스사람에게만 그러랴. 모든 외국인들에게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겸 화가 플로랑 샤부에는 도쿄에 있는 여자 친구(프랑스인 클레르)가 인턴 기간 중인 2006년 6월부터 12월까지 도쿄에 머무르는 동안 함께 하면서 마치 스파이(?)가 정찰보고 하듯 매우 세밀한 관찰을 그렸다.
3. 지은이는 이 책을 자평(自評)하길 “이 책은 일본에 관한 책이다. 정확히 말하면 도쿄 여행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여행안내서도 아니고 모험 기행문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절판된 여행안내서처럼 잘못된 정보가 없는 것도 아니고 모험 주인공의 지루한 개인사가 안 나오는 것도 아니다.” 여행자들의 수많은 시선 중 하나로 그려간 그림들은 도쿄 시내를 관광하기 위한 훌륭한 로드맵이다. 지은이가 갔던 도쿄 지역들을 각각 하나의 장(챕터)으로 구분해놓았다. 그 지역이 도시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는 나중 문제다. 지은이가 얼마나 자주 갔느냐가 관건이다. 각 장은 일본 파출소인 ‘고반’그림으로 시작한다.
4. ‘쉽게 배우는 일본 사회’라는 ‘쉬어가기’코너도 재미있다. 단정한 샐러리맨과 쿨한 샐러리맨을 파친코 챔피언과 OL 꼬시기 전문으로 부르고 있질 않나(그림으로 세세히 설명), 비싼 과일 값을 비교하면서 과일마다 꼼꼼히 가격을 기록하질 않나(비싸긴 비싸다), 수학을 잘하는 중학생(13세)과 15세의 체육을 잘하는 중학생(지은이의 완전한 개인적 생각이다. ~잘 할 것 같은 중학생이 더 정확하다)을 역시 그림으로 비교한다.
5. 지은이의 글과 그림이 더 정감이 가는 것은 자동차나 지하철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미로와 같은 도쿄 시내를 그려준 점이다. 번화가의 앞모습뿐 아니라 건물과 건물 사이의 틈새, 빌딩 사이에 자리 잡은 신사(神社)(신사가 먼저 자리 잡은 뒤 주변에 빌딩이 들어선 것이 정답이겠지만)의 모습, 포장마차, 카페, 길 가는 사람, 실내 낚시터, 거리 공연, 간판 들고 서 있는 알바들 등을 유머러스한 글과 감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문득 드는 생각은 당장 오늘 밤 도쿄로 날아간다고 할지라도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룰루랄라 하며 다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