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 이야기 2015-006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레오 보만스 / 흐름출판
‘사랑’이 뭐길래
1. 신파극의 대사 한 구절 같지만, 우리는 사랑에 죽고 사랑에 산다. 만일 우리의 삶에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면 책, 영화, 잡지, 노래 등은 무엇으로 그 공간을 메우게 될까? 구글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0.27초 만에 약 77,800,000개의 결과가 나온다. 이 숫자는 ‘성((性)’이라는 단어의 검색결과 43,100,000개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사랑’의 개념과 정체에 대해 물으면 조용해진다.
2. 이 책은 50여개 국가의 각 분야 전문가들 100명이 각기 1,000개의 단어로 사랑을 이야기한 결과물이다. 글쓰기에 참여한 인원이 많은 만큼 각 글들의 타이틀이 흥미롭다. ‘사랑해’란 말의 의미, 사랑의 경제학, 은밀한 거짓말, 몸에서 몸으로, 다윈의 침실, 스톡홀럼 신드럼, 미켈란젤로 현상, 사랑의 화학 작용, 인생의 소금,. 원 나잇 스탠드, 주는 사람의 여섯 가지 유형 등 다양하다.
3. ‘모든 주는 행동의 동기는 사랑이다.’ 물론 예외는 있을 수 있다. 주는 것이 꼭 사랑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저 남에게 퍼주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마음 밑바닥엔 ‘사랑’이 함유되어 있다. 주는 사람의 여섯 가지 유형을 본다. 1) 기쁨을 주는 사람은 받는 사람이 좋아할 선물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2) 사교적인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선물을 통해 받는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려고 한다(남편에게 멋진 셔츠를 선물하는 아내는 남편이 옷차림에 좀 더 신경 쓰기를 바란다). 3) 보상하는 사람은 받는 사람이 잃어버린 것을 보상해줄 선물을 산다(아내를 잃은 사람에게 딸이 과거에 엄마가 아빠에게 했던 선물을 한다). 4) 제공하는 사람은 쓸모 있는 선물을 하려고 한다(엄마가 아이들에게 양말이나 속옷, 잠옷을 선물한다). 5) 확인하는 사람은 두 사람의 관계가 선물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치 있음을 알리고 싶어 한다. 6) 회피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 이유로 선물을 사지 않는다.
4. 결혼은 사랑의 완성체일까? 사랑이 결혼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다. 나이지리아 남동부, 이그보어를 사용하는 문화권을 이그보랜드라 하는데 이들 종족에서 성에 관한 의미심장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구애와 결혼에서 사랑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가 변화라니? 이그보랜드에선 전통적으로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가족과 친척들이 결혼을 주관해 왔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배우자를 직접 선택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결혼에 관한한 여전히 세 가지 규범이 우선이다. 모든 사람은 결혼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가 존재한다는 점과 결혼이 두 혈족간의 동맹으로써 중요하다는 점, 부모가 성공적인 결혼의 중심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젊은이들은 결혼에서 사랑을 원하지만,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5. 사랑의 전장(戰場)은 놀라움과 경이로움, 기쁨과 희열, 고통과 눈물, 절망과 희망, 생과 사가 뒤엉켜있다. 사랑으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나는 이 책은 길지 않은 글과 적절한 사진들이 어우러져 책 제목 그대로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사랑에 관해 아무리 많은 이론을 머리에 담아본들 가슴에 담는 사랑만 못하다. 사랑은 줄줄도 알고 받을 줄도 알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