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사랑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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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191

 

헤르만 헤세의 사랑베르벨 레츠 / 자음과모음

 

1. 중학생 땐가, 고등학생 땐가 읽었던 문학잡지의 글 한 꼭지가 생각난다. 어느 신입 문화부 여기자가 한 여류작가를 인터뷰하려고 작가의 집을 방문했다. 작가의 집 문을 두드리는 기자의 마음은 설레다 못해 진정이 안 될 정도였다. 아직 문학소녀의 기질이 파릇파릇한 여기자에게 그 여류작가는 롤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무심코 여류작가의 발을 보는 순간 기분이 묘해졌다. 여류작가의 스타킹에 제법 큰 구멍이 나있고 뜯어진 부분도 보였기 때문이다. 그 다음부터 여기자의 머릿속은 하얘졌다. 구멍 난 스타킹의 충격이 컸다. 스타킹이야 구멍도 날 수 있고, 뜯어질 수도 있는데 마치 그 여류작가를 향한 로망이 노망이라도 난 듯 그렇게 마음이 심란한 상태로 변했다. (구멍 난 스타킹은 확실하고, 나머지는 다시 그림)

 

2. 헤르만 헤세의 사랑이라는 책을 읽다보면 구멍 정도가 아니라 싱크홀을 본 듯 아득해질 수도 있다. 헤세를 향했던 애틋한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이면’. 이 책의 관건이다.

 

3. 시인 헤세와 함께한 여인들의 이야기다. 제도와 사람에게 구속받기를 퍽이나 싫어했던 헤세가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세 사람의 여인에게 그의 삶의 일부를 맡겼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어차피 사람은 모순 덩어리긴 하지만 말이다. 헤세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명확한 여성상을 그려놓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 여성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여성을 만나야했을까?

 

4. 세 여인의 간략한 면모는 이러하다. 바젤의 학자 집안 출신인 사진작가 마리아 베르누이, 젊은 성악가 루트 벵거, 미술사학자 니논 돌빈. 나는 이 책을 통해 헤세의 작품 하나하나가 어느 여인과 함께 할 때였나에 주목하련다. 작품은 영감이고, 그 영감은 여인으로부터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5. “나의 사상이나 예술관 때문에 내 인생에서, 혹은 여성들과의 관계에서 종종 어려움에 봉착한다. 나는 사랑을 부여잡을 수도, 인간을 사랑할 수도, 삶 자체를 사랑할 수도 없다.”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어쨌든 상당이 이기적인 발언이다. 줄줄 모르는 사람이니 그저 받고 싶다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6. 첫 번째 신부인 마리아는 36, 헤세는 27살이었다. 헤세는 편지에서 마리아를 거친 야생마같은 여인이라고 표현했다. 결혼 전 두 사람이 교제 중일 때 페터 카멘진트가 태어났다. 마리아의 아버지는 페터 카멘진트를 읽고 헤세에 대해 아주 나쁜 인상을 갖게 되었다고 염려하는 마리아의 편지글도 보인다. 수레바퀴 아래서도 이 무렵에 태어났다.

 

7. 페터 카멘진트는 헤세를 일약 유명작가로 만들었다. 팬레터도 상당했다. 그 중 열다섯 살짜리 여고생이 보낸 편지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니논 아우슬렌더 였고, 16년 후 헤세는 그녀를 만나고, 그 후 5년이 지나 그녀와 결혼을 한다.

 

8. 이 당시 헤세의 정서상태는 불안정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심리치료, 정신분석을 받은 기록도 있다. 게르트루트』 『크놀프』 『길가에서』 『데미안』 『싯다르타가 출간되다. 헤세는 마리아와 이혼 후 루트와 결흔을 한다. 그리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한다. 요양객 : 바덴에서의 요양에 관한 기록』 『황야의 이리가 출간되다.

 

9. 그리고 니논과 결혼하다. 위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동방 순례』 『정원에서의 시간』 『신시집』 『유리알 유희』 『꿈의 발자국등이 출간되다.

 

10. 오직 작가는 작품으로만 말할 뿐이다. 독자는 작가의 사생활에까지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은 자제할 일이다. 물론 일반적이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면은 예외로 하자. 이 책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아낀다. 헤세를 더욱 이해해주고 싶다. 그리고 읽었던 작품, 읽어야 할 헤세의 작품들을 대하며 이렇게 말해 줄 것이다. “, 너는 그때 태어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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