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2014-162
『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 제이슨 머코스키 / 흐름출판
1. 종이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아니 그냥 책의 미래라고 할까요? 미국의 지하철을 타본 사람 이야기로는 여전히 책을 읽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들의 독서력이 부럽다고요? 글쎄요. 지하철안에서 책 읽는 것 말고 달리 할 것이 없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나라만큼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고, 접속이 잘 안 되다보니 게임도 못하고 예능도 드라마도 못 본다고 들었습니다.
2. 아직 미국의 작가들은 한국의 작가들보다 형편이 괜찮다고 생각이 드는군요. 뭐 그래봐야 얼마 못가긴 하겠습니다만 그래도 다행이지요.
3. 이 책의 제목은 「무엇을 읽을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입니다. 그러니까 무엇을 읽을 것인가 수준은 넘어섰다고 봐야겠지요. 「킨들」이라고 들어보셨지요?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Kindle’은 ‘E-Book Reader기’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당당히 높은 자리를 차지할만하지요.
4. 이 책의 저자는 바로 ‘킨들’의 개발책임자이자 아마존 최초의 기술전도사로 소개되는 제이슨 머코스키입니다. 이 사람 매력적이네요. 생김새도 그렇지만 마인드가 탁 트인 사람입니다. 저만큼 책벌레이기도 하구요. 종이책, 전자책을 불문하고 많이 읽고 많이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핑, 요가, 명상, 오지탐험, 트레일 러닝을 즐기는 아웃도어 마니아이기도 하구요. 트레일 러닝이 뭐냐고요? 하긴 나도 몰라서 지금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까 ‘트레일’은 ‘시골 여행길’을 뜻하는데, 트레일 러닝은 ‘하이킹 트레일’을 뜻합니다. 평지보다는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하이킹 코스를 달리는 것을 의미하지요.
5. 저자의 진면목은 「책」이라는 존재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안목, 깊은 애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전자책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구글, 제프 베조스, 구텐베르크의 유령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전자책 혁명, 즉 전자책이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다. 또 전자책이 당신과 나, 우리의 미래, 그리고 독서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관한 진실한 이야기다.”
6. 저자는 프롤로그 삼아 ‘한국의 독자들에게’라는 글을 통해 인사를 합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킨들은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되어야 했다고 합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 보급률이 높고 컴퓨터 기술과 전문 지식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나라라는 것이지요. 더욱이 한국에서는 구텐베르크 혁명이 일어나기 약 100년 전에 이미 금속활자가 발명되었고, 1377년에 활자로 인쇄된 가장 오래된 책이 만들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기에 더욱 그렇답니다. “한국은 분명 책을 만들어내는 일에 뿌리가 깊은 나라다.” 조금 부끄러운 대목이긴 하네요. 책을 만들어낸 역사는 그렇다 치고 책을 읽는 일은?
7. 나의 경험상 아직 종이책에 대한 미련과 애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서서히 전자책으로 움직이는 과정입니다. 우선 종이책은 보관상의 문제가 큽니다. 이미 서고는 포화상태입니다. 그래서 종이책이 새로 입고되는 만큼 방출하고 있습니다. 북 키핑(국민도서관 책꽂이)과 함께 지인들에게 분양해주고 있지요. 아무래도 전자책의 장점은 일차적으로 보관입니다. 용량이 부족하면 주변기기를 통해 확장하면 되지요. 외출할 때도 양복 안쪽 주머니에 수백 권의 책을 담아 갖고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그러나 실용적인 면을 제외하곤 종이책이 더 좋습니다. 종이책이 더 익숙하고 친밀한 탓도 있지요. 종이책은 책을 읽으면서 리뷰 쓸 때 참고로 하기 위해 중간 중간 포스트잇이나 북 마크로 표시를 해놓습니다. 표시가 안 되어있을 경우엔 휘리릭 넘기면서 찾습니다. 그러나 전자책은 북 마크 기능은 있지만 딱 한 군데만 의리를 지킵니다. 그러니 필요한 부분을 찾으려면 종이책보다 시간이 더 걸리지요.
8. 그러나 어쨌든 E-Book Reader기의 가격이 내려가서 많이 보급이 된다면 독서인구가 늘어나지 않을까요? 책은 독자가 있어야 하지요. 책을 읽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책은 고마움을 느끼겠지요. 책을 읽는 것이 게임을 하는 것이나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보다 더 간편하면서 유익하고 흥미롭다는 생각이 든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요.
9. 나는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게임에서 캐릭터를 키우고 레벨업을 위해 목숨 걸 듯이 전자책에도 그런 시간과 열정을 쏟게 하기 위해선 책 읽기에도 보상을 뒤따르게 하면 어떨까요? 책 한 권을 일정시간에 읽고 간단한 질문을 통해 진짜 읽었나? 안 읽었나? 확인한 후 원하는 다른 책을 보상으로 주는 그런 방법 어떨까요? 책 읽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별 상상을 다 해봅니다.
10. 이 책엔 독서를 키워드로 전자책의 미래, 읽기, 글쓰기, 아이들의 학업 분위기, 도서관 등 책 문화의 미래가 한껏 펼쳐지고 있다. 특히 출판계 종사자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참 미국에선 킨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지요. 그 이유는 책을 주문하면 기본이 3일 또는 그 이상이라고 들었습니다. 땅덩어리가 넓은 탓도 있겠지요. 그러니 바로 받아서 볼 수 있는 킨들이 인기인가 봅니다.그렇다면 한국은 ‘겁나 빠른 배송’덕분에 전자책 시장이 아직 조용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