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채근담(菜根譚)은 중국 명나라 말기의 홍자성이 인생의 희로애락 삶 속에서 나타나는 많은 교
훈 사례를 어록으로 엮은 인생 처세서 또는 교육서이다.
2. 채근담의 뜻은 송나라의 왕신민의 소학(小學)에서 유래한다. "사람은 누구든지 나물 뿌리를 씹
으며 살아도 만족할 줄 안다면 세상에 안 될 일이 없을 것이다."
3. 홍자성의 만력본(萬歷本) 채근담은 전집 225편, 후집 134편으로 되어있다. 그간 상당히 많은
종류의 채근담이 국내에 소개되었으나 대부분 원문을 해석하고 예제를 붙인 것이 대부분이다. 저
자는 현시대에 읽기엔 다소 생경스럽고 딱딱하게 다가오는 글들을 시(詩)형식으로 풀어썼다.
4. "天地는 寂然不動하되 而氣機는 無息少停하며 日月은 晝夜奔馳로되
而貞明은 萬古不易하나니 故로 君子는 閒時에 要有喫緊的心思하며
忙處에 要有悠閒的趣味니라." 를 저자는 이렇게 詩로 옮긴다.
"천지는 움직임 없어도 쉬는 법이 없고
해와 달은 밤낮 바쁘지만
그 밝음은 만고에 변함이 없구나
군자 또한 언제나 변함이 없어라
군자는 한가할 때 긴급한 일에 대비하고
바쁠 때는 여유 만만한 모습을 지닌다
촐랑대지 않고 잠들지 않고
여유 속에 바쁜 삶을 여백으로 가진다
해와 달이 밤 낮 달라지듯 바쁘지만
그 빛은 만고에 변함이 없다
그와 같이 군자의 마음은 늘 준비하고
여유를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다."
5. 한 사람 이 땅에 태어나 남긴 흔적 없이 그저 살다 간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아무리 평범한
일상을 지내다 간 사람일지라도 주변 사람들 마음에 새록새록 살아나는 때가 있다. 어떤 모습인가
? 호흡하고 있는 지금과 떠나고 난 다음에 나의 이미지는 어떤가?
"살아 있는 동안은 마음을 열고
너그럽게 남을 대하여
불평불만이 없도록 하여라
오만한 벽을 헐고 겸허하게 살아라
죽은 다음에는 생전에 베푼 은덕이
오래도록 사람들 가슴에 남아서
누구든지 부족함이 없게 하여라
은혜를 베풀어 삶을 아름답게 하라
저 하나만 생각하여 이권에는 눈 멀고
남에게 괴로움 안기는 삶이
다시는 없게 하여
네 수고가 빛이 되게 하여라"
6. 출세란 무엇인가? 이미 세상에 나왔으면 출세지. 꼭 이름을 날려야 하는가? 이름 석자 알려지는 것에 목매는 사람들. 이름은 알리되 醜하게 알리더라.
"세상살이 꼭 공을 세우려고만 하지 마라
허물이 없으면 그것이 바로 공이 된다
남에게 베풀면서 감격하지 마라
원망이 없으면 그것이 곧 덕이다
위로 하늘에 부끄러울 것 없이 살고
아래로 사람에도 그러면
그것이 맹자의 가르침에 있는
세 가지 즐거움의 하나가 된다
은혜를 베풀면서 마음에 두지 마라
자랑하거나 보답을 바라지도 마라
군자는 그런 때 자신을 알리지 않고
겸손하게 자신을 감추는 사람이다"
7. 제자들을 많이 둔 어느 선승이 절에서 큰 행사를 치뤘다. 많은 고관대작들과 그 식솔들까지 참
여한 성대한 자리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의 손은 물론 몸 이곳저곳이 젖어 있는 것을 알게된
다. 긴장한 탓이다. 이를 느낀 선승이 그날 밤 잠을 못 이뤘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실토했다. '나
는 아직 멀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대하여야 하거늘 그렇지 못했다. 아직 수행이 덜 되었
다. 나는 자네들의 스승이 되기엔 멀었다.' 그리곤 절을 떠났다. 다른 스승밑에서 8년을 더 공부
한 뒤에 다시 그 제자들 앞에 나타났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에 맞는 채근담詩 한 편이다.
"보통 사람한테 엄하기는 쉽지만
그를 미워하지 않기란 정말 어렵다
소인들 앞에서 어른 노릇하기는 쉬워도
올바른 자세를 갖추기란 정말 어렵다
잘난 사람한테 공손하기는 쉬워도
예의를 갖추기란 정말 어렵다
지나친 공손은 예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소인은 이익을 탐하고
지도자는 말 실수로 망친다
다스리는 이는 백성의 미움을 받아
자신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8. 곁에 두고 무시로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좋을 채근담 시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