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주인자리 네오픽션 로맨스클럽 2
신아인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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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 전 '소리'에 관한 책을 읽다가 느낀 생각. 어렸을 때 담겨진 기억 장치중에 소리가 포함 된다는 글을 올렸지요. 하나가 더 추가됩니다. 바로 '향기'입니다. 강아지가 어미 젖도 채 떨어지기 전에 다른 곳으로 분양을 갑니다. 당연히 줄곧 울지요. 궁여지책으로 그 어미가 깔고 있던 천. 아뭏든 어미의 체취가 담긴 무엇인가를 어린 강아지에게 갖다주면 울음소리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동물이 이럴진대 사람은 오죽하겠습니까. 이 책의 주된 흐름은 바로 그 '향기'입니다. 

2. 미국에서 출간되어 영화화되기도 했던 '트와일라잇' 시리즈 읽어보셨는지요. 나는 아직 못 봤지만, 대충 줄거리는 알고 있습니다. 소설과 영화에 대한 반응이 대단했다지요.

 

3. [뱀주인자리]는 한국형 뱀파이어 소설입니다. 전체적으로 블러드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입니다. 물론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됩니다. "여자의 목은 유난히 길었다."는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뱀파이어가 제일 먼저 노리는 곳이 '목'이지요. 긴 목이라. 일단 위험하군요.

 

4. 한 세기를 살고 있는 뱀파이어 가족이 소개됩니다. 남자넷, 여자 하나. 이렇게 다섯 식구가 살아가면서 갈등이 이어집니다. 자신의 실수로 뱀파이어가 된 딸을 인간으로 되돌려놓기 위해 애쓰는 사내와 서로의 생각이 완전히 다른 쌍둥이 형제. 그리고 또 다른 남동생.

 

5. 그 이야기 중심에 수안이라는 여인이 등장합니다. 정상적인 인간입니다. 그러나 수안에게는 그냥 인간이라고 보기엔 범상치 않은 기운이 도는군요. 수안은 어렸을 때 쌍둥이 뱀파이어 중 하나에게 엄마를 잃습니다. 그 후론 가해자가 후견인이 되어 수녀원에 있던 수안을 묵묵히 돌봐줍니다.

 

6. 작가 신아인은 이 책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뱀파이어 스토리라면, 독자들이 지레 짐작을 할텐데 무엇을 또 그리고 싶었을까. 작가는 사랑과 인연에 대해 이야길 합니다. 인연은 다른 말로 천생연분입니다.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인연입니다. 뱀파이어에겐 생과 사가 달린 문제입니다. 즉, 자신과 맺어진 절대 인연과 만나 그 여인의 피를 취하면 뱀파이어는 인간이 되고, 피를 제공한 인간은 아무런 해가 없어진답니다. 단지, 여인이 생을 다하면 뱀파이어도 함께 호흡이 끊어지게 된다는 섬뜻한듯 애틋한 스토립니다.

 

7. 책의 제목이기도 한 13번째 별자리. 뱀주인자리는 그리스 신화에서 따왔다는군요. "뱀주인자리는 영원한 삶을 꿈꾸던 의사, 아스클레피오스의 별자리야. 그 별자리의 주인은 죽은 사람까지도 살려내는 뛰어난 의술의 소유자였다고 해."

 

8. 다시 향기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어린 수안에게 어느 날 창문을 통해 바람처럼 한 사내가 나타납니다. 아이는 그 사내를 산타로 기억합니다. 아이에게 목걸이를 주고 가는군요. 그리고 어린 수안은 그 사내가 떨구고 간 향을 기억합니다. 성장해서 향수회사에 근무를 합니다. 그리곤, 어렸을 때 맡았던 그 향을 쫒아갑니다. 성장후 만나게 된 향의 존재인 쌍둥이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느끼게 되지요.

 

9. 작가가 소설 속에 담은 향기로운 문장들을 몇 올려봅니다. 
"감정이라는 것은 깊어지면 반드시 마음에 상처를 내고 마니까." 
"누군가 그러더군요. 철학의 시작은 나는 누구인가지만, 천문학의 시작은 나는 어디에 있나...라고."     "환상과 현실의 경계라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헐거운 법이니까."      "진짜 이상해, 왜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면 화를 내는 걸까?"      "난 내가 꼭 달 같아. 달의 얼굴은 태양과의 거리에 따라 달라지잖아. 네가 움직일 때마다 내 일상이 달라지는 것처럼."     "심장이란 놈은 영악하다. 언제나 제 주인의 머리를 앞서 달음질치고 있으니."

 

10. 뱀파이어인 흡혈귀를 뇌 과학자 스티브 후안은 그의 저서 [뇌의 기막힌 발견]에서 이렇게 의학적 견지를 펼칩니다. "헤모(혈액의 붉은 적색소)가 제대로 생합성 되지 못하여 생긴, 유전적인 간 기능부전의 한 종류로 포르피린증이 있다. 포르피린증 환자는 약한 햇볕에 노출되어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 있다. 피부의 손상이 심각해져 코나 손가락이 뭉그러질 수 있다. 치아는 더 이상 커지지 않으나, 입술과 잇몸은 눈에 띄게 뒤로 우묵하게 들어가 있어 송곳니가 튀어나온 듯한 외모로 바뀌게 된다. 게다가 포르프린증 환자는 몸의 털이 과도하게 많아진다. 자연스럽게 뱀파이어의 몽타주가 그려진다."

 

11. 헤모의 부족은 곧 죽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혈액을 구하기 위한 포르피린증 환자의 노력은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포르피린증이 유전질환이란 점은 흡혈귀에게 물린 희생자가 또다시 흡혈귀가 된다는 전설과 일맥상통한다고 이야기를 하는군요. 기분은 별로지만 흥미로운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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