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케 & 카 :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 지식인마을 7
조지형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역사는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모두에게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된다. 역사와 철학을 전공한 헤이든 화이트는 그의 저서 [메타 역사]를 통해 역사가들의 저작을 분석하면서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역사 서술에 나타난 이미지의 패턴과 사료의 설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역사 서술에서 역사가들의 시각을 반영한 이미지, 상징, 알레고리를 찾아 분석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2. 이 책에서 저자 조지형 교수는 근대 역사학의 아버지 레오폴드 폰 랑케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정의한 에드워드 카 (E. H. 카)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이런 원초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역사로 기록된)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혹은, 우리는 정말 사실을 알 수 있을까?" 


3. 아울러 실증사학에 대한 편견을 우려하고 있다. 실증사학 역사가를 사료에 얽매여 있는 노예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학문적 경향으로서의 실증사학을 지지하지 않지만, 근대 역사학을 열었던 실증사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원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역사 입문자가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고 있다. 


4. 저자는 자신이 지내온 역사와 자신이 속한 집단(지역, 국가, 세계 등)의 역사를 보다 명확하고, 깊이 있게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읽어 낼 수 있는 기본적인 태도와 식견을 함양하는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고 덧붙인다.


5. 랑케는 평민으로 태어났지만 귀족이 됐다. 1865년 랑케는 독일의 역사학에 기여한 공로로 귀족의 작위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공헌은 독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당시 그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날카로운 지성을 가진 청년들이 몰려왔고, 공부를 마친 이들은 자신의 모국으로 돌아가 그의 가르침을 전했다. 우리나라의 역사가들도 일제 강점기에 일본을 거쳐 '랑케사학' 혹은 '실증사학'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정신적 세례를 받았다. 


6. 랑케는 1824년 [라틴 및 게르만 제 민족의 역사 1494 ~ 1514)를 출간했는데, 이 책은 랑케를 일약 세계적인 역사가로 만들었다. 이 책으로 랑케는 학문적 자질을 인정받아 김나지움의 고전학 교사 생활을 접고 베를린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책 하나 잘 써서 고등학교 교사에서 대학 교수로 올라가는 일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중요성과 가치는 그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도 존경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역사학이 존재하는 한 존경과 비판이 계속될 중요한 책으로 자리매김한다. 


7. 랑케의 이 책이 중요한 이유는 책의 서문이 보여주는 상징성 때문이다. 그의 유명한 서문은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역사에는 과거를 판단하거나 윤택한 미래를 위해 교훈을 제공해 주는 기능이 있었다. 이 책은 이러한 고상한 과업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것이 진실로 어떠했는가를 보여주려고 할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사가의 일차적 임무는 과거 사실이 진실로 어떠했는가를 밝히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8. 그렇다면 랑케보다 좀 더 친숙한 이름인 카는 역사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갖고 있을까?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는 40년 넘게 전 세계적으로 역사학 입문서로 각광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선 1964년 길현모 교수가 처음 번역, 출간 이래, 지금까지 대학의 역사 전공생들뿐 아니라 일반 지성인들의 필독서가 되어왔다. 그의 역사 이론은 다른 역사학자의 이론보다 도구주의적이며 실용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9. 카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언급한 것은 사실의 구분에서부터 시작한다. 1) 과거에 대한 사실. 2) 역사상의 사실. 3) 역사적 사실이 그것이다. 아울러 그는 "사실들의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역사가를 연구하라"고 충고한다. 역사책을 읽고 있으면 그 이면에서 속삭이듯 그 책의 저자(역사가)가 역사적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그 저자의 속삭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를 먼저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10. 그렇다면, 리뷰 초두에 언급한 헤이든 화이트는 랑케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가? "랑케의 역사 개념은 낭만주의의 부정 이상의 것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그것은 그 밖의 많은 다른 부정, 즉 헤겔의 선험적인 이론화, 물리학과 당시의 사회이론으로서의 실증주의학파를 통해 일반화된 기계론적 설명 원리, 그리고 공인된 종교적 교리에 나타난 독단론에 대한 부정을 내포하고 있었다. 요컨대, 랑케는 역사가로 하여금 일차성, 특수성, 선명성을 통해 역사의 장을 관찰하지 못하도록 하는 모든 것을 배격했다. 그가 올바른 사실주의적 역사 연구 방법으로 간주한 것은 낭만주의 예술과 실증주의적인 과학, 그리고 당시의 관념론 철학의 방법을 부정한 후에만 달성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