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탄생
이재익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1. 무한 리필이 가능 한 것 중에는 인간의 욕망도 포함이 될 것이다. 욕망의 끝은 무한대로 펼쳐진다. 재물, 명예 또는 권력 그리고 섹스까지 그 욕망의 범위는 넓기도 하다. 그 욕망의 확대에 제동을 거는 의미에서 마음을 비운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때로 '포기'라 써놓고 그저 읽을 때만 '마음 비움'이라고 하지 않았나 돌아보기도 한다.


2. 인간의 마음 속에 욕망이 자리잡으면 전후좌우 돌아 볼 여유 없이 그저 앞만 보고 치닫는 경우가 있다. 때로 경고음이나 불이 들어와도 절대 무시한다. 아니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오직 이글거리는 욕망의 화신으로 변해 있을 뿐이다. 


3. 일단 이 소설은 재밋다. 템포가 빠르다.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 중간 중간 아드레날린도 솟구친다. 주인공 한석호는 잘 나가는 음악방송 진행자이다. 인기절정이고 자신감 충전이다. 그러나, 너무 잘 나가다 보니 길이 없는 곳도 길을 만들어가곤 한다. 물론 남들에겐 알려주고 싶지 않은 그만의 길이다. 


4. 제동이 걸린다. 그가 가는 길을 막자고 작정하고 나선 사내가 나타난다. 잘 나가던 한석호가 주춤한다. 몸과 마음이 바빠진다. 욕망의 목표지점을 코 앞에 두고 무릎을 꿇느냐, 치고 나가느냐 둘 중 하나이다. 그만의 비밀인 줄 알았더니만, 아니다. 너무 많은 것을 매우 상세하게 알고 있는 그 사내 앞에서 한석호는 이미 그의 밥이 되고 있다.


5. 궁지에 몰리기도 하고 답답해진 한석호. 그가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알게 된 의대생을 생각해낸다. 그는 현재 정신과 의사로서 제법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는 이렇게 조언해준다. "특별한 욕망의 메커니즘이 있어. 극소수의 성취지향적인 인물들이 공유하는 감정기제라고 할까.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아. 그때그때 푸는 사람도 있고 참는 사람도 있고, 푸는 방법, 참는 방법 모두 사람마다 제각각이지. 그런데 사회적인 지위와 유명세가 높아질수록 스트레스 역시 점점 커져.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쾌락도 그만큼 커져야 해. 그런데 말이야.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어릴 때부터 습관으로 굳어져. 넌 스트레스를 여자로 풀었어. 거기엔 어머니의 불륜 장면을 목격한 때의 충격이 강한 작용을 했지."


6. 두말 할 나위 없이 어릴 때의 트라우마는 평생을 지배한다. 그 트라우마는 인간의 마음 속에서 여전히 상처받은 어린 아이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그 아이가 칭얼대거나 보듬어주길 원할 때마다 본인이 의식 못하는 사이에 난폭해지거나 감정의 제어가 힘들 수가 있다. 그 스스로는 인정을 하려들지 않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심각해질 수가 있다. 그래서 주변에 심하게 까칠한 사람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시스템이 너무 예민하고 철저하기 때문에 대인관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7. 한석호는 그가 걸어 온 길, 그가 갖고 있던 생각이 크게 잘 못 되었다는 뉘우침의 시간을 갖게 된다. 그의 목이 조여오는 것을 느끼면서 철이 들었다고 할까. 해피 엔드로 끝났으면 좋긴 하겠지만, 소설이 지니고 있는 재미는 감소되었을 것이 확실하다. 그의 욕망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다쳤다. 다른 세상으로 간 사람도 있다. 그가 갚아야 할 마음의 빚이 너무 크고 무거웠나보다. 


8. 작가는 말미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번만큼 작가의 말을 쓰기 힘든 적도 없었습니다. 이 소설은 창작의 의도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오로지 읽는 쾌감만을 위해 쓴 소설이니까요. 소설을 통해 누구를 가르치려고 들거나 거창한 감동을 유도하지 않았습니다. 시뻘건 육회 한 접시를 내놓은 주방장의 기분입니다." 


9. "욕망해도 괜찮아~!!" 즐겨 듣는 음악 방송의 진행자가 청취자들에게 방송국에 협찬으로 들어온 상품들을 날리면서 하는 멘트이다. 욕망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욕망이라는 전차를 잘 만 몰고 달릴 수가 있다면 멋지다. 그러나, 일그러진 욕망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욕망도 욕심도 없이 그저 그렇게 살다가는 삶은 그냥 숨만 쉬다 가는 것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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