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의 목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단숨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1. "침대는 어땠어?"  "혼자 자기에 너무 넓지?"  생각이 있어서 큰 맘 먹고 싱글이 아닌 더블 베드를 들여놨습니다. 비록 세미 더블이긴 하지만, 친구 요시코 말마따나 좀 넓긴하군요. 빈 공간을 채울 일만 남았습니다.  책 제목에 '침대'를 등장시킴으로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마치 침대가 주인공 같습니다.


2.  이 책의 작가 다나베 세이코. 일본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로 소개 됩니다. 1928년 생이니까 놀라지 마십시요. 2013년 현재 86세 입니다. 작가 프로필을 안 보고 소설만 읽으면 20~30대 작가가 쓴 것 처럼 느낄 정도로 문체가 감각적이고 톡톡 튀기까지 합니다. 혼기를 앞 둔 또는 사회 통념적으로 약간 넘어선,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마치 남성들은 액스트러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렇습니다.


3. 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문단 경력이 50여 년의 세월이다 보니 화려하다 못해 대단하군요. 이미 국내에도 제법 많은 작품이 소개되었고, 영화화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동명의 단편 소설이 수록된 소설집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비롯하여 '노리코 3부작'외에 여러 권이 있습니다.


4.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침대의 주인인 '와다 아카리'의 프로필입니다.  여자. 서른 한 살. 오사카 거주. 단기대학 영문학과 졸업. 무역회사 근무 중. 경력 10년의 베테랑 직장인. .......그리고 아직 미혼.


5. 여자 나이 31살을 결혼에 적용시킬 때 요즘 추세로 보면 그리 안달복달할 때는 아직 아닌 듯 한 것 같긴합니다. 아닌가요? 그저 내색을 안 하는 것 뿐.인.가.요? 여러 해전 같이 근무하던 간호사가 송년 회식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 제 나이가 내년이면 계란 한 판이 되요. 쓸쓸해요."  요즘은 계란이 한 판이 아니라 아담하게 팩으로 나오는지라. 순간 한 판이 몇 개? 하며 두뇌회전을 했지요. 그러나 오래 생각할 필요 없이 20은 아니고, 40도 아니고, 아..30개, 30살...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했죠. 혹시 해 바뀌고 누가 나이 물어보면 작년에 29 이었어요. 다음 해엔 재작년까지 29 이었어요. 그렇게 꿋꿋하게 밀고 나가라고 했지요.


6. 주인공 '와다 아카리'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일찌감치 가족들과 떨어져서 독립을 했군요. 이사오기 전 살던 여성 전용 아파트는 화장실을 공용으로 쓰고 있었지요, 비록 여자들만 사는 건물이긴 하나 겨울에는 추워서 일일이 가운을 걸치고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아, 따뜻한 이불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었으면'하는 것이 그녀의 소원이었지요. 그 소원대로 이사를 오게 되었던 겁니다. 그리고 내친 김에 침대를 하나 들여 놓으면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침대를 들여놨으니 남자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들떠 있습니다. 미혼 여성이 결혼을 하기 위한 첫 준비과정이 침대를 들여놓는 것이라면 가구 회사나 상점은 저희들끼리 하이 파이브 하기 바쁘겠습니다.


7. 어쨌든 침대를 주축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군요. 물론 침대를 들여 놓기 전 그녀의 일상과 생각도 이어집니다. 키 포인트는 30 전후 또는 조금 넘어의 미혼 남녀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 남성이 갖고 있는 여성의 생각 그리고 그 반대의 마음들이 매우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군요. 일본은 한국과 가까운 나라이기도 하지만, 정서적으로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성 문제에 대해선 한국보다 좀 관대하면서 적나라한 면도 없지 않아 있긴 합니다만..


8. 와다 아카리와 절친 요시코.  두 사람의 성격과 각기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지만, 공통점은 이젠 결혼을 해야겠다 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짐짓 심각한 듯 하면서도 미소를 자아내는군요. 


9. "어쨋든 요시코랑 '어른스럽지만 순진한 여자는 싫어.' '히스테릭한 여성주의자도 아닌 것 같아'로 일단 합의를 보긴 했는데, 그러고 났더니 남은 길은 단 하나, 남자를 이해하는 내조 잘하는 여자, 그 길뿐이었다. "이걸로 가자"  이렇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인생의 기본 노선이 정해졌다 하더라도 당연히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임기웅변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때에는 "어른스럽지만 순진한 여자." 도 괜찮을 테고, 어떤 때에는 "어른스러운데다가 내조 잘 하는 여자."도 괜찮을 거다. 상대 남자에 따라 조합을 바꿔보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나랑 요시코가 여러 각도에서 검토한다 한들, 실제로 써먹을 기회는 별로 없다. 상대가 나타나야 말이지.."


10. 남녀 간의 이야기가 재밋게 펼쳐집니다. 미혼 남녀가 읽어보면 뭔가 한 수 배울 듯 합니다. 이미 결혼한 사람들도 방과후 학습 삼아 읽어보면 도움이 될 부분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딱딱하게 교훈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그저 남녀의 심리상태를 들여다보는 재미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그래서 침대 나머지 공간이 채워졌냐구요? 아, 그건 말 안하렵니다. 다 이야기하면 재미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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