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미 젊은 나이에 노후 대책을 세워야 하는 시대가 왔다. 노후대책을 이야기할 때 돈이면 다 된다고들 생각하지만, 진정한 노후대책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잘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정답이다. 한 10년 전쯤 가족들과 떨어져서 2년 가까이 지방에서 혼자 지낸 적이 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주말 부부' 생활을 했다. 처음에는 매주 토요일이면 서울로 와서 가족들과 지내다가 일요일 밤 막차를 타고 갔다. 점점 꾀가 나자 집에 다녀가는 횟수가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줄기 시작했다. 그 과정 중에 제일 불편했던 것이 먹고 사는 문제였다.
2. 이 책은 '먹는 것'을 해결해주자고 나선 네이버 파워블로그 "천재 야옹양의 생활"의 운영자 김민희가 꾸민 책이다. 타이틀은 '쉽다, 맛있다, 남지 않는다'로 되어 있다. 나를 위한 만찬 [1인분 요리]. 페이스 북에서 한 싱글족 페북 친구가 본인을 위한 만찬을 준비하는 사진을 본 기억이 난다. 촛불과 꽃으로 장식한 테이블 세팅을 보며 '그래, 맞아 내겐 무엇보다 내가 소중해.'라는 생각을 했다.
3. '혼자서 하기 힘든 일'중 하나가 '혼자 밥먹기'라고 한다. 그렇다고 물 말아서 대충 먹거나 건너 뛰거나 하면 건강 전선에 문제가 생길 것은 불보듯 훤하다. 이 책은 아무래도 요즘 부쩍 늘어난 싱글족에게 도움이 많이 될 듯 하다. 그 다음엔 나처럼 언제 어느 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필요하겠다.
4. 일인분을 만족스럽게 만들 수 있다면 까짓 4~5인분은 못 만드랴. 책은 7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푸짐하게 엄마밥 한 상, 10분 완성 밥반찬, 든든한 밥 한 그릇, 통조림으로 일품요리, 입맛 도는 반주 한잔, 마이 홈 카페 브런치, 가볍게 샐러드 1인분.
5. 우선 레시피가 간단하다. 왼쪽에는 완성된 요리의 사진. 오른쪽엔 준비물과 순서가 간략하지만 알차게 실려있다. 요리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이 정도면 그냥 한번 쓱 읽어보고 원샷에 할 사람들도 있겠다. [보쌈]요리가 눈에 띈다. 육류 섭취를 하고 싶어도 요즘 잇몸이 약해져서 고기를 먹고 나면 며칠 힘들다. 보쌈은 괜찮을 것 같다. 돼지고기 삼겹살이나 목살을 통으로 준비하는 것이 시작이다. '고기는 전날 칼 집을 깊이 넣은 뒤 사이사이에 월계수 잎을 넣어두거나, 익힐 때 된장 대신 인스턴트 커피를 조금 넣어도 누린내가 나지 않아요.'라는 Tip이 붙어 있다.
6. 10분 완성 밥반찬에선 '소시지김치볶음'이 눈에 띈다. 칼칼한 맛을 선호하는 내가 한 번 해보고 싶은 메뉴다. 소시지와 김치만 있으면 되니 준비도 간단하다. 덮밥처럼 밥에 올려 먹어도 되겠다. 프랭크 소세지, 비엔나소시지나 햄을 이용해도 된다 한다.
7. 혼자 있다보면 냉장고는 아무래도 보존 기간이 여유 있는 통조림 식품이 점령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내가 지방에 혼자 있을 때 그랬다. 통조림 아니면 밑반찬 빼면 없었다. '통조림으로 일품요리'라. 구미가 당긴다. 재고 정리 한 판 벌여도 되겠다. 스팸고추장 찌개를 보니까 갑자기 배가 고파 온다.
8. 부록으론 '알아두면 좋은 15가지 드레싱과 1인분 요리를 위한 미니정보가 실려 있다. 요리의 기본인 '파, 마늘,고추 등 자주 쓰는 재료'의 보관법을 머릿속에 입력시킨다. "파, 마늘, 고추 등은 늘 구비해놓는 것이 좋아요. 사용하기 편하게 썰어서 지퍼백이나 밀폐 용기에 담아 냉동시키면 편리합니다.파는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제거 한 뒤 송송 썰어 지퍼백에 넣고 냉동실에 보관하세요. 마늘은 껍질을 까서 곱게 다진 뒤 얼음통에 담아 얼리면 조금씩 꺼내 쓰기 편해요."
9. 그러나 내가 제일 하기 싫고, 못 하는 것이 요리이다. 재미도 재주도 없지만, 솔직히 시간이 아깝다. 그러나 내 아내에게 차마 시간이 아깝다는 이야기는 못하겠다. 돌아올 답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럼 내 시간은 남아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나이 들어서 식당에 들어가 혼자 밥 시켜먹는 모습처럼 쓸쓸하다 못해 궁상맞은 그림이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