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김희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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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지은이 김희경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 흔히들 '카미노'라 부르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지은이 자신의 '발견기'라고 합니다. 물음표를 안고 길을 떠났으나 답을 가진 사람은 못 만났다고 합니다. 그 대신, 답이 없는 인생과 세상을 불안해하고 외롭다고 느끼던 이들을 만나 마음을 섞었다고 하는군요.


2. 산티아고는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야고보 성인의 유해가 묻혀 있는 곳으로 알려진 가톨릭의 성지입니다. 이 길을 사람들이 순례한 역사는 천 년도 넘었다고 하네요. 산티아고에 이르는 길은 여러 루트가 있는데 그중 프랑스 남부 생장피에드로프에서 출발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에 이르는 '프랑스길'이 가장 유명하다고 합니다.


3. 셜리 맥클레인, 파울로 코엘료 등 명사들이 카미노에서 체험한 영적 깨달음, 삶의 변화를 고백하면서 이 길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국내에서도 도보 여행가 김남희 씨의 순례기가 출간된 것을 기점으로 관심이 부쩍 늘었고 인터넷에 '카미노 카페'가 개설되어 있답니다. 순례자중 50%는 한국인과 독일인이라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4. 지은이는 도중에 들른 한 알베르게(순례자들을 위한 숙소)의 방명록에 어느 한국인이 적어둔 글귀를 보며 씩씩하게 한 발 한 발 내딛습니다. "혼자이면서 함께이고, 함께이면서도 혼자인 길." 비록 출발은 혼자였지만, 순례를 마치는 때는 혼자가 아니라는 뜻도 담겨있지요.


5. 여행. 그것도 도보여행 중에는 먹고 자는 일이 중요합니다. 지은이는 가는 길에 동행을 만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사람과 환경에. 카미노가 좋은 것 중의 하나는 걷다 지칠 때면 적당한 지점에 커피나 와인, 맥주,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바가 있다는 것이지요. 카미노는 지나쳐가는 마을의 살림에 꽤 중요한 젖줄이라고 하네요. 순례자들 때문에 생긴 마을도 있다 합니다.


6. 지은이는 도보 여행 중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 만남 중 나의 마음이 함께 머무는곳이 있었습니다. 사람과 사람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개가 만나기도 하는군요. 이탈리아에서 온 바르바라란 여성과 개(프리다)가 만나는 과정은 마치 숙명인 듯 합니다. 바르바라가 프리다라고 이름 붙여준 커다란 검은 개는 늘 그녀의 곁을 지켜주고 있군요. 물론 도보여행길에도 함께 합니다. 바르바라는 혼자 프랑스 루르드에서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출발한 지 며칠 만에 피레네 산맥 기슭 어딘가에서 길을 잃었다고 합니다. 비가 오던 날 혼자 숲 속을 헤매던 바르바라 앞에 더럽고 큰 개가 나타났습니다. 개가 다가오는 걸 보는 순간, 바르바라는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이 개가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을 직감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개를 수의사에게 데려가 상태를 체크하고. 이름을 지어주고 수백 킬로미터를 함께 걷는 중이었습니다. 이탈리아로 돌아 갈 때 집까지 데려갈 생각이라고 합니다. 


7. 카미노엔 '노란 화살표'가 있어서 순례자들의 여정을 돕기도 하지만, 때로 그 화살표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군요. 갈림길에 서거나 날이 어두워지면 이 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길을 잃으면 무조건 성당을 찾아가. 원래 카톨릭 순례자들이 걷던 길이라서 늘 성당 근처에 가면 숙소가 있거든."


8. "여기서 뭔가 이상한 감정이 꿈틀대는 걸 느껴. 설명하기 어려운데...길의 끝에 가면 나도 뭔가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아무튼 카미노가 내면의 무엇을 찾게 만들긴 하는 것 같아. 겉으로만 여행을 하는 게 아닌 거지."  카미노 노상에서 만난 사람들끼리는 평소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잘 이야기하지 않는 속마음과 비밀을 쉽게 털어놓곤 한답니다. 다시 만날 가능성이 없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 종종 치밀어 오르는 고해의 충동 때문일까요? 지은이의 입장에선 한국 순례자들보다 낯선 외국인과 낯선 언어로 이야기할 때 더 쉽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최소한 영어라도 그런데로 쓸 수 있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카미노를 '세라피 루트(Therapy Route)'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9. 긴 여정. 순례의 길을 마치고 나면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카미노 순례를 마쳤다는 '순레자 증서'를 주는군요. 물론 그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지만, 순례의 마무리는 되겠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까 나의 '버킷 리스트'에 담아야겠다 생각이 듭니다. 순서를 앞으로 바짝 끌어올려야겠다는 욕심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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