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제너레이션 - 좀비로부터 당신이 살아남는 법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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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Zombie). 부활한 시체를 일컫는 단어다. 아이티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믿는 부두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의 민속식물학자 웨이드 데이비스는 자신의 저서 [더 서펜트 앤 더 레인보우(The Serpent and the Rainbow)]에서 좀비화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했다. 데이비스의 주장에 따르면 약물 두 종류를 이용해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가사 상태로 만들어 좀비로 부릴 수 있었다. 아이티에서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좀비들이 농장주들에게 노동자로 팔려나가는 범죄가 지금도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내일의 미래는 아무도 확실하게 모른다. 당장 내가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간 속을 살고 있는데, 그 큰 흐름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그저 짐작과 추측만 할 뿐이다. 인간은 지혜로운 것 같으면서도 참 단순하다. 나안(裸眼)으로 보이는 것만 진짜로 믿는 경향이 있다. 아니, 눈으로 보면서도 인정 안하는 경우도 있으니 더 이상 말을 해 무엇하리. 


최근 미국에서 좀비대응훈련 - 실제로는 일반적인 대피훈련 - 있었다고 하면 좀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지은이의 이야기를 믿기로 한다. 같은 훈련이 아프리카나 남미 쪽 이름도 잘 모르는 국가에서 시행되었다면, 그냥 웃고 말지도 모르지만 미국이라니까 귀가 솔깃할지도 모른다. 하긴 나도 그렇다.


이 책은 좀비사태의 발생 직후부터 이동 과정, 이동하는 와중에 만나는 사람들을 어떻게 규합하는지, 그리고 안전지역으로 설정된 지역으로 탈출하는 과정에 대해서 필요한 장비들과 행동요령이 들어 있다. 따라서 좀비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생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가히 '좀비 대응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 속에서...'나'는 카페 사장이다. 어느 날 오후 '프리덤 워치'라고 부르는 모임 회원 여럿이 카페에 들어왔다. 스마트폰 뉴스에선 지난 달 서울 근교에서 발생한 인수공통전염병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한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들이 머무르다 간 자리에 뭔가 떨어져 있다. 종이에 쓰인 제목을 읽어보니..[좀비 생존 매뉴얼]이다. '나'는 그들이 미친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비 대응 매뉴얼]은 만들다 만듯 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다음날 부터 좀비들이 판치고 다닌다. '나'가 있는 서울은 완전 혼란의 도가니다. 매뉴얼에 나온 내용들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굉장히 빠르게 전염병이 전파 되듯이 퍼지고 있다. 전문가 혹은 정치인들이 나와서 구체적인 상황 설명 없이 안심하라고만 얘기한다.


전염병에 대한 정확한 명칭 없이 그냥 '신종 바이러스'다. 정부와 언론이 보도하는 것과 SNS 사용자들의 이야기가 다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증상이 빠르게 전파된다. 


처음엔 그랬다. 읽어야 할 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좀비 이야기라?  그런데, 읽다보니 꼭 읽어야 할 책이 되어버렸다. 어젯밤엔 좀비꿈까지 꾸었다. 좀비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나니 밤새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되어 그랬나. 아침에 몸이 무겁다. 문득문득 그들을 어떻게 물리칠까? 어떻게 건강하게 살아 남을 것인가를 생각했다. 황당하다고 생각들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은이가 책 말미에 붙인 '좀비의 역사와 프리덤 위치'를 보면 '좀비'가 게임의 캐릭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초의 좀비들은 지금처럼 떼 지어 다니면서 인간을 공격하거나 잡아먹는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노예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인간을 공격하는 괴물로 탈바꿈했단다. 종말에 대한 인간의 불안함이 노예였던 좀비를 변화시켰다고도 한다. 좀비에 대한 이런 신화들은  영화나 TV드라마, 책 등으로 퍼져나갔다. 인간들은 좀비에 대해 믿으면서도 믿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프리덤 워치' : 좀비에 대한 감시와 대책을 논의하는 조직인 프리덤 워치는 1987년 미국 샌디애이고에서 발족했다. 이 조직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도 드라마틱하다. 20세기 후반 유럽과 아시아 각지에 프리덤 워치 지부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 역할엔 유투브를 비롯한 인터넷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프리덤 워치 조직이 '좀비의 진실'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통해 좀비 아포칼립스 사태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알렸다고 한다.


여전히 황당하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심각하다. 믿자니 뭔가 홀리는 것 같고, 안 믿자니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중에 곤란해질지 모르겠다. 이 책은 잘 갖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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