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잠에서 깨다 -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이 새긴 기억의 공공인류학
정병호 지음 / 푸른숲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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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잠에서 깨다 -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이 새긴 기억의 공공인류학

_정병호 / 푸른숲(2025)

 

 

 

일제강점기(또는 일제항쟁기)때 그들은 우리 국민들을 전리품처럼 일본으로 끌고 갔다. 도착한 곳은 강제노동 현장이었다. 일본의 강제징용은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이후인 1938'국가총동원법'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었다. 일본의 국가총동원법으로 징병(조선인 일본군)과 노무 동원을 시행했다. 통계를 보면(통계마다 차이가 나지만)조선인 2,630만 명 중 태평양 전쟁 시기에만 100만 명이 징용되었다. 그 외 시기에 징집된 숫자까지 합치면 약 600만 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강제 징용되었다. (강제징용은 통계 누락이 많다).그 당시 조선의 총 인구수를 감안할 때, 3분의 1이 징용과 강제노동에 참여했다고 보는 통계도 있다.

 

 

이 책의 지은이 정병호 교수가 지나온 삶의 여정을 보면, 참으로 세상일은 내가 뜻하고 계획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때로 곁길로 빠져서 나아가던 중 오히려 그 길이 메인 도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지은이는 국내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인류학과에 입학한다. 대학 재학시절 일본 문화에 대해 별 생각이나 관심이 없었지만, 인류학을 전공하면서 가까운 나라 일본을 패싱한다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에게 있어 일본에 대한 민족적 감정은 제국주의 시대에만 걸림돌이나 벽이 아니라, 국제 사회로 나가는 데 있어 장벽처럼 작용하고 있었다. 그 부분을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대학원 재학 중 현장 연구비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제목은 일본과 한국 유아원의 비교 관찰이었다.

 

 

현장 연구를 위해 두 번째로 일본을 방문했던 1989년 가을. 시골의 작은 절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도노히라 요시히코 라는 스님과의 만남은 지은이가 향하던 길의 방향을 예상치 않게 바꿔놓았다. 도노히라 스님은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슈마리나이(일본의 최북단 지역)공사현장에서 일제에 의해 강제로 끌려온 많은 조선 사람들이 희생됐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벌써 10년째 숲속에 묻힌 유골을 찾아내 불교식으로 화장해 모시고 있다고 했다. 희생된 분들의 유족을 찾아서 유골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도노히라 스님은 지은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나비효과처럼 정말 부드럽고 약한 사람들 사이의 고리가 결국엔 거대한 권력이나 체제를 움직이는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지은이가 기왕에 계획한 길이 있기에 도노히라 스님이 언급하는 유골발굴을 보류했지만, 결국 인류학자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것으로 마음을 굳히고 유골발굴에 전념하게 된다. (1989년에 약속하고 1997년에 실행에 옮긴다).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 프로젝트는 19977월부터 양국의 전문가,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참여하는 한일대학생공동워크숍으로 시작됐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으로 역사적으로 연루된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유골발굴 작업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도전적 과제였다. 책에는 그러한 과정이 세심하게 잘 정리되었다. 단순히 강제노동 피해자의 유골발굴을 넘어 동아시아 차원의 평화와 연대의 장을 만든, 희망의 역사를 쓴 기록이다.

 

 

육군 비행장 건설 희생자 유골 34구 외 일본 내 절에 안치되어있던 댐 건설 희생자 유골을 포함해 총 115구의 유골이 70년 만에 한국으로 귀환했다. 대단한 일이다. 파주 서울시립묘지 ‘70년만의 귀향묘역에 안치되었다. 이 책의 지은이 정병호 교수는 이 책이 출간 된 것을 못보고 가셨다. 2024128일 고인이 되셨기 때문이다. 책은 정병호 교수의 아내 되시는 정진경 교수(심리학자)와 정병호 교수의 제자들이 마무리했다고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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