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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광남 - 그는 왜 괴물이 되었는가
서린 / 잇스토리 / 2025년 6월
평점 :
《 광남 》- 그는 왜 괴물이 되었는가
_서린 / 잇스토리(2025)
“실패한 인간이라는 모멸감, 멸시, 폭언으로 언제부터인지 우울감이 느껴졌다. 어느 시점에서 생겼는지 모를 정도로 오랜 기간 앓던 우울은 끓는 기름에 물이 닿았고, 내 안에서 폭발한다. 분노가 머리를 하얗게 질리게 한다.”
40년간 지속된 멸시와 언어폭력은 10살 수준 밖에 안 되는 광남에게 너무 벅찼다. 앞으로도 아내를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턱 막혔다. 소설은 살인사건 현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사건현장은 참혹했다. 남편 광남이 아내 미선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수사관도 밤에 잠을 자다 악몽을 꿀 정도였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남편이 아내를 살해해서 처참하게 시신을 유기했을까? 그리고 광남은 왜 자신이 피해자라고 항변했을까? 이 소설은 실화를 소재로 전개했다고 한다.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들 상희의 시점이다.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대대로 부자였던 조부모는 진작부터 미선을 손주 며느리감으로 점 찍어놨다. 할아버지 댁 정미소에서 경리일을 하던 엄마는 당시 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1등으로 졸업해 여기저기 데려간다고 야단법석이었다고 한다. 외모도 마을에서 제일 예뻤으니 욕심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광남에게 있었다. 광남은 자적장애 3급에 말을 더듬었다. 광남의 약점을 숨기고 미선과 광남의 결혼이 추진되었다. 결혼 조건으로 미선의 집에 논 5만 평을 주기로 약속했다. 미선만 광남의 부족함을 모르고 결혼을 하게 된다. 어찌어찌 첫날밤을 치룬 후에야 남편의 실상을 알고 미선은 심한 상실감과 배신감을 품게 된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것, 내 실속이나 챙기겠다는 독한 마음을 품게 된다. 미선은 첫날 밤 이후 광남을 매몰차게 몰아낸다. 집에서 보신삼아 키우는 여러 마리의 개보다도 못한 취급을 한다.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고된 일만 시키다보니 배고픈 광남은 개 사료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일상다반사였다.
광남이 미선을 해친 것은 어쩌면 예견된 상황이었을 것이다. 상희는 어려서 엄마가 아빠를 향해 쏘아대는 악다구니와 주눅 들어서 잔뜩 움츠린 아빠의 모습만 보고 자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희는 아빠를 통해 깊은 부성애를 느낀다. 아빠와 보내는 시간을 갖고 싶건만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는 엄마는 상희가 아빠 곁에 가는 것을 극구 차단했다.
광남의 주변인물 중에 혜숙이 있다. 17세의 광남이 멀리서 따뜻하게 마음에 담고 있던 여인이다(또래였기 때문에 소녀에 가깝다). 혜숙의 이야기는 서산개척단(또는 대한청소년개척단)사건으로 이어진다. 오래전 들었던 이야기인데, 이 소설을 통해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해방이후 현대사에서 국가폭력으로 민중이 희생된 사례가 많았다.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삼청교육대 등과 함께 서산개척단 사건 역시 희생자에 대한 국가의 반성과 가해자의 처벌, 피해자를 향한 배상과 인권회복이 매우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의 작가인 서린은 자칫 수사반장류의 스토리로 간주될법한 것을 서산개척단 이야기를 배치함으로 기억의 공유 필요성을 인식시킨다. 작가의 필체는 섬세하면서 차분하다.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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