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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패션 경영 - 개인의 불행을 외면하지 않는 조직의 힘
모니카 월라인.제인 더튼 지음, 김병전.김완석.박성현 옮김 / 김영사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 컴패션 경영 】 - 개인의 불행을 외면하지 않는 조직의 힘
_모니카 월라인, 제인 더튼 / 김영사
이 책을 읽다보니, 30여년의 직장생활 중 내 곁을 떠난 많은 직장 동료들이 기억을 스치고 지나간다(다른 이들에겐 나도 같은 존재이리라. 기억이나 하고 있을지 몰라도). 그들은 왜 떠났을까? 그리고 나는 왜 떠났는가? 더러 아예 다른 길로 간 동료들도 있지만, 같은 일로 이직을 한 동료들을 나는 ‘수평이동’이라 이름 붙인다. 아무리 잘 옮겨봤자 역시 그곳에도 이상한 인간, 해괴망측한 시스템이 기다리고 있기에, 본인은 수직이동이라 떠벌리고 떠나갔지만 거기서 거기기에 수평이동이다.
직장에 적응 못하고, 밝아오는 아침이 두려운 경우의 대부분은 일보다도 사람 때문이다. 오죽하면 ‘너 없는 직장에 다니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까.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인간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깨고, 밥먹다말고 체한다. 경영진은 또 어떤가? 일관성 없고, 형평성 없고, 부정직하기까지 하다. 직원들에게도 부당한 행위를 강요한다. 제일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람 귀한 줄 모르는 인간들이다. 그들의 머릿속엔 ‘당신 자리에 끼워 넣을 사람이 줄을 서있어. 전화 한통화만 하면 눈썹을 휘날리며 달려올 거야.’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주인의식’이라는 단어는 또 어떤가? 내가 좀 순진했던 젊은 시절엔 진짜 주인의식으로 일을 했다. 주인의식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너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강요하는 게 문제다. 지금 생각해보니 오너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 운운했던 것은 ‘주인(을)의식’하라는 소리로 접수된다.
1980년 텍사스 오스틴에서 홀 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이 점포 하나로 사업을 시작했을 때, 역사상 최악의 홍수가 났다. 많은 사람이 생명을 잃었고, 홀 후드 마켓도 거의 복구가 힘들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 모든 설비와 상품이 망가졌고, 재고품과 융자금도 바닥이 났다. 의지할 만한 금융 자원도 없었다. 당시에 대략 50만 달러에 달하는 적자가 났고, 회사는 파산 직전이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어떻게 회생하게 되었을까? 이러한 지경에 처했던 회사가 오늘날 140억 달러의 규모에 이르는, 식품업계와 수백만 명의 삶에 강한 영향을 끼치는 회사로 성장하게 된 동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모든 것이 다 그 운명의 날에 이해당사자들이 보여준 보살핌과 컴패션 덕분이다. 고객과 이웃 주민들은 지저분해진 가게를 청소해주었고, 또 수주일 동안 마켓의 직원들과 함께 노력해 매장을 예전 모습으로 돌려놓았다. 리더들이 홀 푸드 마켓을 다시 시작할 방법을 찾지 못한 형편임에도, 직원들은 월급에 대한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계속 일했다. 여기저기서 지원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것을 본 납품업체들은 손실액의 상당 부분을 감수하고 신용으로 가게에 물건을 채워주겠다고 제안했다. 은행가들은 마땅한 담보를 확보하지 못했는데도 여신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초기 투자자들은 자금을 더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불과 몇 주 만에 매장은 다시 문을 열었다.
도대체 이 홀 후드 마켓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 무엇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 (직원들에 대한)보살핌, 컴패션이 잘 발휘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곧 경영주의 직원들에 대한 배려, 고객들에 대한 세심하고 신뢰감 있는 서비스 등이 어우러져서 만들어진 작품일 것이다. 직원들이 해피하면, 고객들도 해피하다.
컴패션(compassion)의 사전적 의미는 끽해야 ‘연민 또는 동정심’이나, 이 책에선 ‘사람과 조직을 키워주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힘’으로 그려진다. 책은 크게 4파트로 구성된다. 직장에서의 고통과 컴패션, 직장생활에서 컴패션 일깨우기, 조직의 컴패션 역량 일깨우기, 컴패션을 일깨우기 위한 설계도 등이다. 이 책의 공저자 중 한 사람은 혁신적인 기업 코칭 조직인 엔라이븐워크의 창립자이자 CEO이다. 또 한사람은 경영심리학 교수이자 긍정조직센터의 공동창립자이다. 이 책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만 주입시키기 바쁜 ‘주인’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