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 한 권으로 읽는 시리즈
원오 극근 지음, 혜원 옮김 / 김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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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

_원오 극근 / 김영사

 

 

미세함은 쌀가루 같고, 차가움은 얼음과 서리 같다. 천지에 꽉 차 있어 밝음을 여의고 어둠도 끊어졌다. 가장 낮은 곳에서 그것을 보면 여유가 있고, 가장 높은 곳이라 해도 그것을 평평하게 하기에는 부족하다. 파주도 방행도 모두 이 속에 있는데 출신처가 있겠는가.”

 

 

미세하기로는 쌀가루 같고 차갑기로 말하면 얼음과 서리 같다라는 말은 인간의 본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간의 본성은 또한 광대하기로는 우주를 에워쌀 만큼 크고, 뜨겁기로는 불보다도 더 뜨겁다라고 할 수 있다. 서로 극과 극이다. 마음 한 자리에 이렇게 극과 극이 마주한다. 파주와 방행은 무엇인가? 파주와 방행은 수행자를 연마하는 수단이다. 억누르는 것과 상대에게 맡겨 두는 것이다. 즉 살리기도 죽이기도, 긍정하기도 부정하기도 하는 마음이 인간 누구에게나 자리 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하면 이 속을 벗어나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을까?

 

 

벽암록(碧巖錄)의 원제는 불과원오선사벽암록(佛果園悟禪師碧巖錄)(1125)이다. 원오 극근(1064-1136)설두송고를 강의한 일종의 강의록이다. ‘종문(宗門)의 서()’로 불릴 만큼 선어록의 백미(白眉)로 받들어졌다. 원오는 이 설두송고의 본칙과 송의 자구(字句)마다 촌평과 논평을 하였다. 따라서 벽암록에는 원오와 설두 두 거장의 선의 세계가 용해되어있다. 두 선사의 선() 세계의 특징은 그들 자신의 노력뿐만 아니라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격변에 따른 선사상의 변천이 녹아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는 총 100칙이 담겨있다.

 

 

옥은 불로 시험하고, 금은 돌로 시험하고, 칼은 털로 시험하고, 물은 막대기로 시험한다. 납승의 문하에서는 일언일구(一言一句), 일기일경(一機一境), 일출일입(一出一入), 일애일찰(一挨一拶)로 반드시 깊고 얕음을 보아야 하고, 제대로 됐는지 등졌는지를 반드시 보아야 한다.”

 

 

보석은 불에 태워서 그 진위를 알고, 금은 돌로 진위를 가린다. 칼의 예리함은 바람에 날리는 모발로 시험하고, 강을 건널 때에는 막대기를 세워 깊은지 얕은지를 살핀다. 이처럼 사물의 진위(眞僞), 이둔(利鈍), 심천(深淺) 등을 판별하는 데는 그 사물에 따라 시험하는 방법이 제각기 다르다.

 

 

이 책을 번역한 중국선() 연구자 혜원(동국대 불교학부 교수)3년의 시간을 두고 번역과 해제에 매달렸다고 한다. 선어록은 이미 문자화 되는 순간에 그 넓고 깊은 의미가 좁아지고 얕아질 수 있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문자가 아니면 어찌 만나볼 다른 길이 있을 수 있겠는가. 역해자의 노고가 행마다 느껴지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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