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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 젖은 땅 - 스탈린과 히틀러 사이의 유럽 ㅣ 걸작 논픽션 22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3월
평점 :
【 피에 젖은 땅 】- 스탈린과 히틀러 사이의 유럽
_티머시 스나이더 / 글항아리
“20세기 중반 유럽 대륙의 중앙부에서, 나치 독일과 소비에트 러시아는 약 1400만 명의 사람을 살육했다. 그 희생자들이 쓰러져 간 땅, 블러드랜드(Bloodlands)는 폴란드 중부에서 러시아 서부, 우크라이나, 벨라투스, 발트 연안국들에 이른다.”
이 책의 저자 티머시 스나이더 교수는 중유럽 및 동유럽사와 홀로코스트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다. 그간 출간되었던 홀로코스트 관련도서와 다른 점은 보다 깊고 넓게 관련 자료들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유럽 16개 기록보관소를 뒤져 새롭게 찾아낸 감춰진 역사의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
책의 시작 부분은 스탈린이 소련을 굶주림에 빠뜨리고, 동족에게 테러를 벌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히틀러가 저지른 만행, 전쟁 전후의 인종청소 등으로 이어진다. 스탈린 치하의 1930년대 후반, 가장 박해받은 유럽의 소수 민족은(주로 이민 때문에 수가 줄어든) 약 400만 명의 독일계 유대인이 아니라, (주로 처형 때문에 수가 줄어든)600만 명에 달하는 폴란드계 소련인이었다. 스탈린은 민족 대학살의 선구자였고, 폴란드계는 소련의 소수 민족 중에서도 가장 처참한 피해자였다.
히틀러에게 유대인 학살은 Plan B였다. 동유럽 정복이 지지부진하고 실패로 돌아갈 상황을 느끼자, 첫 번째 목표를 성취할 수 없다면, 두 번째 목표라도 이루고자 했다. 곧 유대인을 위한 ‘마지막 해결책’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1941년 히틀러 충신들에 의해 “유럽 내 유대인의 생물학적 박멸”이란 섬뜩한 플랜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히틀러의 꿈 실현자 중에 힘러가 있었다. 그는 과잉인구와 쓸모없는 식충들을 분류하고, 유대인들에게 낭비되는 식량을 아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힘러와 하이드리히는 괴링으로부터 마지막 해결책 수립에 관한 공식 권한을 받아냈다.
왜 유대인들이 타깃이 되었는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양차 대전 사이 상당수의 유럽인은 유대인들을 공산주의와 결부시켜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독일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전거리로 써먹을 만 했다. 사실 이 기간에 유럽 각국의 공산당은 평당원들은 물론이고 특히 지도부의 태반이 유대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실 하나만으로 ‘마지막 해결책’을 실행한 것은 크게 잘 못된 일이다. 유대인들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도 국가 내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비난을 한 몸에 받았는데, 전쟁이 시작되고 소련 혹은 독일의 침공으로 국민국가 자체가 무너지자 유대인에 대한 책임 전가 유혹은 한결 더 커졌다.
모든 전쟁이 그러하지만, 2차 세계대전에서의 모든 죽음은 단지 숫자가 되었다. 저자는 중요한 질문은 오직 하나라고 한다. “어떻게 그토록 많은 사람이 폭력적인 최후를 맞게 할 수 있는가(있었는가)? 소련과 나치 독일 모두에서, 유토피아는 비전으로 제시되고, 현실과 타협되고, 대량학살로 실행되었다. 1932년에는 스탈린이, 1941년에는 히틀러가 그렇게 했다. 히틀러와 스탈린은 둘 다 특정 형태의 폭군 정치를 했다. 그들은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고, 자신들의 선택을 두고 적들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우며, 수백만 명의 목숨을 빼앗고는 자신들의 정책이 필요하고 바람직했다고 주장했다.
“나치와 소련 체제는 사람들을 숫자로 바꿔버렸다. 그들 중 일부는 단지 추정치가 되어버렸고, 나머지 일부는 우리의 정밀한 추계를 통해 복원 될 수 있다. 이 숫자들을 찾고, 이를 통해 일정한 전망을 내놓는 작업이 절실하다. 인간의 마음을 가진 우리로서는, 그런 숫자들을 사람들로 돌려놓아야 한다. 우리가 그럴 수 없다면, 히틀러와 스탈린은 단지 우리의 세상을 마구 뜯어고쳤을 뿐 아니라, 우리의 인간성마저 개조했다는 뜻이 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