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이의 그림 그리고 싶은 날
김하민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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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민이의 그림 그리고 싶은 날 】

   _김하민 / 주니어김영사



“세상의 아름다움을 직접 다 볼 수는 없지만, 그림으로 그리면서 느낄 수 있어요. 좋아하는 마음 그대로 계속 그림을 그릴 거예요. 오늘은 그림 그리고 싶은 날, 어제도 그림을 그린 날, 내일도 그림 그리고 싶은 날,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좋은 날이에요.”


그저 놀랍다. 2010년 생 하민이의 글과 그림을 보며 든 생각이다. 아이라고 부르기가 조심스럽다. 글과 그림이 무척 깊고 독특하다. 책 어디에서도 누군가에게 사사를 받았다던가, 어디에서 그림 공부를 했다는 부분이 없는 것을 보면 독자적으로 그저 그림이 좋아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하민이. 책도 많이 보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하민이.


책을 펼치기 전엔, 하민이의 그림에 큰 기대를 안했었다. 그러나 첫 장을 여는 순간부터 화폭에 담긴 그림들이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어찌 그리 물감을 자유롭게 혼합하고 이미지를 멋지게 그려내는지, 진짜 2010년 생 맞나?


SBS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서 ‘피카소와 다빈치가 되고 싶은 일곱 살 아이가 있는데 재능이 어떤지 의견을 구하고 싶다’고 숙명여대 김윤섭 교수(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에게 의뢰가 들어왔다. 김 교수는 하민이를 만나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데, 어린아이임에도 평소 책을 많이 읽은 흔적에 놀랐다고 한다. 또한 각 화가들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화해내는 재능도 탁월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주저 없이 하민이를 영재로 추천했다.


‘내가 그리고 싶은 대로, 좋아하는 것을 마음대로 그려 보았다. 그림을 그리고 나면....모든 것이 생명이 된다.’ 하민이의 말이다. ‘비가 오면 길에 가는 지렁이를 다시 흙 위에 올려주고, 비 맞는 달팽이에게 우산을 양보하기도 해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공벌레들이 밟히지 않도록 잎 속에 숨겨 주고, 다리를 절뚝거리는 사마귀가 알 낳을 때까지 먹이도 주어요. 사랑으로 기른 동물과 곤충들이 삶을 다하고 떠나기도 하지만, 그림 속에서는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어요. 내가 동물을 그리는 이유예요.’ 그림을 통해 생명감을 불어넣어주는 하민이답게 생물에 대한 애정도 보통 이상이다.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를 보고 오드리 헵번을 황금빛으로 그리고 싶어졌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 하늘나라로 갈 때까지 아프리카 아이들을 도운 오드리 헵번. 나도 헵번처럼 섬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나를 몇 십 년이 지나 그려주는 화가도 생기겠지? 햅번을 그리는 나처럼. _ 「로마의 휴일」 전문.


영재는 태어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내 생각엔 혼합형이다. 책 말미에 하민이가 쓴 「작가의 말」은 부모들이 마음에 둘 내용이 담겨있다. “태어난 지 100일이 되었을 때, 엄마가 저에게 말씀하셨대요. ‘손은 우리 몸에서 나와 있는 뇌와 같단다.’ 그러고는 제 손에 물감을 쭉 짜 주셨대요. 저는 물감이 묻은 손으로 냉장고에도, 문에도, 종이에도 손바닥을 찍었대요. 물감이 가득 들어 있는 분무기를 손가락에 힘주고 뿌리기도 했대요.”하민이를 추천한 김윤섭 교수의 글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말을 먼저 인용한다.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이다. 다만 문제는 그들이 성장하면서도 여전히 예술가로 남아 있는가 하는 것이다.” 끝까지 예술가로 살아남기 위해선 부모님의 든든한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 지원은 인내심과 배려의 자유로움이라고 강조한다. 아이가 자신의 뜨거운 예술혼을 충분히 소진해 볼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온 집안에 ‘낙서처럼 보이는 망측한 그림’을 그려놓더라도, “다음에 이사할 때 원상복구해 주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냥 놔두고 있어요.” 라고 했던 하민 군의 부모님 처럼요.


하민이는 그동안 네 번의 개인전과 두 번의 단체전, 세 번의 아트페어에 참여했고, SBS 〈영재 발굴단〉을 비롯한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잡지 화보를 찍거나 신문사 인터뷰를 하며 그림을 소개하고 알리는 일을 좋아한다. 그림 작가로도 첫발을 내디뎠다. 앞날이 기대되는 하민이다. 몸과 마음이 성장하면서 그의 예술혼도 함께 멋지게 끝까지 잘 가게 되길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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