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고전의 숲 두란노 머스트북 1
존 번연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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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  _존 번연 / 두란노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 기독교 고전 중의 고전이다. 오래 전 요약본으로 읽었지만 다시 읽는다. 존 번연은 처음부터 작정하고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고 한다. 복음 시대 성도들의 삶에 관한 글을 쓰던 중, 문득 영광을 향해 가는 순례여정에 대한 우화로 글의 방향을 바꿨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저자 자신의 만족을 위해 썼을 뿐이라고 한다. 글의 전체적인 구성을 보면 저자가 성경을 얼마나 성실하게 읽고 마음에 담았는지 추측할 수 있다.

 

 

글을 쓴 다음에, 저자는 다른 이들이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려나 궁금해서 원고를 보여주자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좋은 내용이 담겼으니 이 책을 살리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상에 내놓지 말라는 사람도 있었다. 책을 펴내길 반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엔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까? 신앙생활은 내 상태에 맞춰서 술렁술렁 가면 되지, 뭐 이렇게까지?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하는 혼자 생각을 해본다. 저자는 잠시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드디어 결정을 내린다. 일단 책을 출간하고 반응을 보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그리고 출간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달랬다. “그대들의 기분을 나쁘게 할 생각은 없지만, 다른 분들이 출간을 원하고 있으니 일단 결과를 조금 기다려 주시는 것이 어떤지요? 이 책이 싫으시다면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살코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뼈째 뜯어먹는 갈비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요.” 살코기와 갈비를 비유로 한 것이 흥미롭다.

 

 

저자는 서문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진귀하고 유익한 것을 찾고 있으신가요? 우화 속에 담긴 진리를 보길 원하시나요?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싶으신가요? 묵상에 깊이 빠져들고 싶으신가요? 이해하기 어려워도 지금 여러분이 옳은 길로 가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려 줄 책을 원하시나요? 그렇다면 어서 와서 마음을 활짝 열고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못했어도, 크리스천이라면 대부분 책의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세상의 황무지를 걷고 있었다. 그러다 시야에 한 동굴이 들어왔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곳에 눕자 곧 잠이 들었다.”로 시작된다. 화자인 저자는 잠결에 꿈을 꾼다. 이 책에서 진행되는 모든 상황은 저자의 꿈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인쇄된 책으로 알려진 천로역정은 긴장감과 절박감을 가슴에 안고, 등에는 무거운 짐을 진 주인공(크리스천)이 가족과 고향을 등지고 순례의 길을 떠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남겨두고 혼자만이라도 살겠다고 멸망의 도시를 벗어나는 일이 과연 현명한 판단이었을까? 시작부터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믿음의 길은 아무도 대신 가 줄 수 없는 길,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할 길이라는 생각으로 바꿔본다. 순례자(크리스천)는 가족들과 함께 떠나기를 간절히 원했으나, 가족들은 순례자의 머리가 이상해진 것으로 오해하고 전혀 응하지를 안했다. 할 만큼은 했다는 이야기다.

 

 

순례의 여정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장소를 거친다. 그들과 그곳의 이름을 보면, 세상 속사람들과 장소 그대로이다. 죽을 고비도 몇 차례를 넘긴다. 믿음의 여정이 그렇지 않던가. 제대로 된 믿음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도 훨씬 적다. 나 역시 옳은 길을 가고 있는가 누가 묻는다면 대답이 망설여진다. 이 땅에서 신앙생활 하면서 좋은 믿음의 동역자를 만나는 것도 큰 복이고 은혜이다. 이 책에서도 순례자는 신실소망이라는 이름의 믿음 동역자를 만나서 순례의 길을 동행하는 것을 주목한다. ‘신실헛됨이라는 마을에서 순교를 당하고 천국으로 향했다. 순례자는 잠시 신실을 부러워한다. 그 후에 소망이라는 동역자를 만나서 결국 긴 여정을 마친다. 거룩한 그곳에 도착해서 참 평안과 기쁨을 느낀다.

 

 

이 책은 두란노에서 특별 기획한 고전의 숲, 두란노 머스트북시리즈의 첫 권이다. 다음에 어떤 책이 출간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이동원 목사의 말처럼 고전은 언제나 그 시대를 대표하는 새 언어로 번역될 필요를 느낀다는 표현에 공감한다. 가독성이 좋다. 저자의 꿈 이야기를 듣는 듯, 전체적인 글의 진행이 부드럽다. 각 챕터 시작마다 순례자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로드맵을 통해 위치 확인이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그리스도의 의는 하나님이 율법에 순종하는 우리를 받아주시게 만드는 은혜의 행위가 아니야. 우리를 대신해 완벽한 삶을 사시고 우리 대신 고난을 당하심으로 율법에 순종하신 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의라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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