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영혼 Dear 그림책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올가 토카르추크 글,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잃어버린 영혼 】 | Dear 그림책

  _올가 토카르축 (글),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 사계절

 

 

“누군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세상은 땀 흘리고 지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그리고 그들을 놓친 영혼들로 가득 차보일 거예요. 영혼은 주인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큰 혼란이 벌어져요. 영혼은 머리를 잃고, 사람은 마음을 가질 수 없는 거죠. 영혼들은 그래도 자기가 주인을 잃었다는 걸 알지만, 사람들은 보통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모두들 빠름빠름 일상에 젖어 살아가고 있다. 오죽하면 사람은 걷기 시작하면서 그때부터 바쁜 나날을 보내야 한다는 말이 생겼을까. 아무리 바빠도 멈춰 돌아보는 시간,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할 텐데 세상은 가만히 내버려 두지를 않는다. 멈추면 쓰러지는 자전거처럼 계속 움직이며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어떤 사람이 있었다. 일을 아주 많이, 빨리하는 사람이었다. 바쁜 몸을 이끌고 다니다보니, 영혼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영혼은 주인의 속도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몸은 영혼이 거하는 집이다. 껍데기만 남은 집이 되었다. 그런데 집주인은 아직 잘 모른다. 영혼 부재를 못 느끼고 그저 여전히 달려갈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영혼부재의 그 남자는 한밤중에 잠이 깨어 숨이 막힐 것 같은 매우 불편하고 불안한 상태를 맞이한다. 지금 자신이 왜 그 장소에 있는지, 이름이 무엇인지, 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할 수 있는 것은 ‘침묵’ 밖에 없었다. 겨우 자신의 소지품을 뒤져 여권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이름을 알 정도로 심각했다.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의 진단명은 ‘영혼부재’였다. 진단은 나왔지만, 처방은 없다. 그저 집나간 영혼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움직임을 멈춰야했다. 도시 변두리에 작은 집을 구해, 매일매일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많은 날들, 몇 주가, 몇 달이 지나갔다. 머리가 길게 자라고, 수염은 허리에 닿을 정도로 길어졌다.

 

 

결과는 해피엔딩이다. 어느 오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의 앞에 그가 잃어버린 영혼이 서 있었다. 영혼은 지치고, 더럽고, 할퀴어져 있었다. 상처투성이였다. 그러나 어쨌든 다행이다. 돌아와서 다행이다.

 

 

물론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가는 삶을 탓할 수는 없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책도 나오는 요즈음이지만, 어디로 무엇을 위해 달려가는지 잠시 멈추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책이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글도 좋지만, 그림도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몽환적이면서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분위기를 안고 있다.

 

 

 

#잃어버린영혼 #Dear그림책 #올가토카르축 #요안나콘세이요 #사계절

 

 

 

 

 

 

"영혼이 움직이는 속도가 육체보다 느립니다. 영혼은 아주 먼 옛날, 우주 대폭발 직후에 생겨났어요. 당시엔 우주가 이렇게 빨리 돌아가진 않았어요.그땐 거울을 통해 스스로를 볼 수 있었죠" - P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