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알아두면 시리즈 1
씨에지에양 지음, 김락준 옮김, 박동곤 감수 / 지식너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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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학, 알아두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다 】_알아두면 시리즈 1

   _씨에지에양 / 지식너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학 학술지인 〈네이처 케미스트리 Nature Chemistry〉는 ‘화학 물질 무첨가’를 주제로 흥미로운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내용인즉슨 모든 화장품, 건강식품, 가정용 세제, 음식물 및 음료수를 포함한 모든 상품을 철저히 검사하고 분석한 뒤에 ‘화학물질 무첨가’라는 문구를 정확하게 사용한 상품을 모두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완전 ‘화학물질 무첨가’ 제품을 골라보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황당하다 못해 썰렁한 것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페이지였다. 완전 백지였다. 이 세상엔 이른바 ‘화학물질 무첨가’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다소 ‘실없는’ 글이었다.

 

 

 

 

 

이 책의 지은이 씨에지에양(謝玠揚)은 까칠한 화학공학자이다. 잘못된 관념이 마치 정답인 양 돌아다니며 대중을 현혹하는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한다고 한다. 비즈니스 감각도 있어서 대학원 시절, 실험실에서 히알루론산을 배합하다가 사업의 영감을 얻어 미용 브랜드 Neogence를 설립했다. 그 회사는 현재 세계적인 대형 의료 미용 브랜드가 되었다.

 

 

 

 

저자는 이 책을 화학 물질이 첨가된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모든 이에게 바친다고 했다. 그럴싸한 공포 마케팅이나 속임수에 당하지 말자고 덧붙인다. 책은 크게 네 파트로 구성된다. 밥상, 세안과 목욕, 미용, 청소에 관한 화학 상식이다.

 

 

 

 

‘천연이라고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니다’. 요즘 여기저기 천연, 유기농 열풍이 거세다. 먹거리뿐 아니라 그릇, 의류 등 생활필수품 이곳저곳에 ‘천연’을 붙인 고가의 물품이 거래되고 있다. 나무는 완전 천연일까? 나무토막, 대나무 등의 재질로 만든 그릇의 가장 큰 단점은 물에 약한 것이다. 저자는 색깔이 변했거나 냄새가 나거나 부분적으로 닳았거나 갈라졌으면 미련 없이 버리라고 권유한다. 세균이 번식되는 중이거나 번식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페인트가 칠해진 나무 그릇은 페인트 성분에 함유된 중금속과 유기용제가 암 유발 성분이기 피해야 한다. 오히려 플라스틱 그릇보다 위험하다. “나무 그릇은 ‘옷’을 일절 안 입은 것도 안 좋고, 너무 화사하게 입은 것도 안 좋다. 소박한 ‘옻칠’을 입은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젊어서부터 염색을 했다. 20대 중반부터 했다. 유전적인 경향이라고 생각한다. 일찌감치 흰머리 새치 수준을 넘어섰다. 염색을 시작한 것은 타인의 조언 때문이었다. 어느 날 업무 차 종종 뵙던 어느 어르신이 나에게 아버님이 아직 살아 계시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예, 살아계십니다”했더니 그 분은 다른 곳을 쳐다보시면서..“그럼, 염색을 해도 될 텐데..”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며칠 혼자서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형제들 중 거의 막내다(7남매 중 6째). 위로는 형님, 누나가 있으니 나이 먹은 티도 못내는 군번이다. 며칠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그래 염색을 시작하자였다. 참 오래했다(하다말다 할 수 없어서 계속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도 계속 했다. 귀찮았다. 염색 20여 년째에 들어서면서 염색약 부작용이 왔다. 두피에 탈이 났다. 보통 성가신 게 아니다. 피부과 치료와 함께 염색약을 숱하게 바꿔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염색을 중단하고 그냥 생긴 대로 살기로 했다. 지금 내 머리카락은 올 화이트이다.

 

 

 

 

마침 이 책에 염색약 이야기가 실려서 잠시 내 이야기가 길어졌다. ‘식물성 염색약은 모두 안전하다고?’ 저자는 결론부터 내린다. 피부와 머리카락에 좋기만 하고 나쁜 점은 티끌만큼도 없는 염모제는 없다고 한다. 식물성 염색약은 물이 쉽게 빠지고, 체질에 따라서 식물성 염색약도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염색약 성분 중 PPD(파라페닐렌디아민)는 신장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염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PPD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성분이 첨가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식물성 염색약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식물성 염료는 헤나, 인디고, 커피, 차 등이 있다. 100% 천연 식물성 염료로 머리카락을 염색하면 염료의 색이 오랫동안 유지되지 않는다. 2~3주안에 염료의 색깔이 모두 빠진다. 그 이상 염색이 유지된다면 화학 물질이 첨가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던가. 염색도 예외는 아니라서 자연을 거스르는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 태양 아래 염료의 색상이 영구적으로 유지되는 동시에 독성이 없고 건강을 해치지 않은 염색약은 없다!”

 

 

 

 

이 외에도 저자는 잔류 농약, 식용유, MSG, 프라이팬, 전자레인지, 보디클렌저, 마스크팩, 수제비누, 세정제, 기능성화장품, 보정속옷, 콜라겐, 가정용 세정제, 살균 효과, 쿨링 의류 등등 우리의 실생활과 매우 밀접한 소재들의 진면목을 알려준다. 우리는 점점 더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주는 도움이 적지 않다.

 

 

 

 

 

 

"지식은 자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힘이다. 일상생활, 공공 안전 문제로부터 자신을 잘 보호하려면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지식을 바탕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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