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퇘지 블루 컬렉션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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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퇘지 】 | 블루 컬렉션

_마리 다리외세크 (지은이),정장진 (옮긴이)열린책들2017-10-30

원제 : Truismes (1996년)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난 후, 다시 인트로 부분을 읽으니 그때서야 정리가 된다. 처음 시작부분은 무슨 상황인지 그림이 잘 안 그려졌었다. “나는 이 이야기가 어느 정도로 혼란과 불안을 자아낼지, 또 얼마나 사람들을 당황케 할 것인지 잘 알고 있다.”로 시작하는 서두는 이 소설 작가의 목소리인줄 알았다. 다시 보니 이 소설의 주인공이 하는 이야기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은 실직 후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다행히 향수 판매 체인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 작가는 독자들이 주인공의 이미지를 담고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몸매’를 그려준다. “그 당시의 나는 막 모든 남자들에게 기가 막히게 탄력적인 여인으로 취급을 받기 시작할 때였다.(...)운동을 하지도 않았고 어떤 특별한 활동을 한 것도 없는데 내 살은 이전보다 한층 더 단단하고 윤기가 돌았으며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었다.”

 

 

 

주인공이 취직한 회사는 좀 야릇하다. 향수회사 또는 상점의 간판이 걸렸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분위기는 퇴폐적이다. 찾아오는 남여 손님들에게 각기 상황에 맞게 성적욕구를 채워 주는 서비스를 해준다. 주인공의 특별한 역할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은 체중이 계속 불어나가던 어느 날부터 ‘돼지’로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 이 대목에선 당연히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리게 된다. 카프카의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한 마리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있음을 별견했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서서히 암퇘지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면서도 즐긴다. 암퇘지 같은 사람과 사람 같은 암퇘지 사이를 오가며 부딪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아니 만나는 사람이나 사건, 상황, 주인공의 마음 상태에 따라 돼지와 사람 사이를 오간다는 표현이 맞겠다.

 

 

 

작가는 동물과 사람사이를 오가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매우 리얼하게 그려준다. 작가에게 특히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주인공이 돼지로 바뀐 후 흙과 풀과 벌레들과 다른 동물들과 교감하는 과정이다. “아침에 (숲속에서)눈을 떴을 때 곁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흙과, 부식토에 섞여 풍겨오는 몸 냄새와 채 눈을 뜨기도 전에 입으로 한입 베어 무는 신선한 풀 맛 보다 이 세상에 더 좋은 것은 없다. 도토리와 밤은 꿈속에서 발길질만 해도 언제나 수북히 쌓였다.”

 

 

 

이 소설의 작가가 남자라면 어쩌면 공격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원제는 Truismes 로 직역을 하면 〈자명한 이치〉라는 다소 철학적으로 뜻으로 바뀐다. 그러나 이 단어는 은연중에 번역 제목으로 쓰인 ‘암퇘지’라는 뜻을 불러일으킨다. 이 점은 작가의 의도적인 말장난이었다고 작가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다행히 작가가 여성인지라 이 부분에 대해선 별 이야기가 없었던 듯 하다.

 

 

 

프랑스에선 이 책 출간 직후 작가가 우파의 표적이 되어 살해 위협을 받고, 정체불명의 털이 담긴 협박 편지를 받는 등 수난을 겪었다고 한다. 소설 후반부터 등장하는 정치가의 언행이 프랑스의 속 깊은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이 소설은 프랑스에서만 55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34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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