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에서 동반까지
박렬 / 명선사 / 1990년 9월
평점 :
품절


 

【 만남에서 동반까지 】  

  _박렬 (지은이) | 정민미디어 | 1998-12-10 

 

 

 

요즘 내 서재는 원주민(오래 된 책들)과 이주민(최근 내게로 온 책들)이 교체되고 있다. 책장에서 오래 된 책들을 꺼내보는 재미가 있다. 마치 매우 오랜만에 어릴 적 벗을 만나는 느낌이다. 원주민들 중엔 멀리 보내버릴까 하다가 다시 일단 곁에 두는(책장이 아닌 그저 손닿는 곳 아무곳)경우도 있다. 이 책도 선뜻 못 보내고 있었다. 상대방(책)은 다소 나이가 든(바랜)느낌이다. 변하기는 내가 더 많이 변했다. 살아오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사라진 생각도 있고, 새로 자리 잡은 생각들도 있다. 아무 생각 없을 때도 자주 있다.

 

 

 

이 책 『만남에서 동반까지』는 어느 여인한테 선물 받은 시집이다(책 뒷면 ‘슬쩍 메모’를 보니 그렇다). 햇수를 따져보니 벌써 30년 전 이야기다. 그 시절엔 서점에서 책을 셀룰로이드로 책 포장을 해주기도 했다. 이 시집은 꽃그림이 그려진 투명 옷을 입었다. 나도, 책 선물해준 그 여인도 기혼이었다. 불륜? 그런 것 만들어질 시간 없이 스쳐지나갔다. 만남에서 동반까지라는 시집 제목이지만, 그저 만남으로 그쳤다. 그 시절엔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시(詩)들 속에서 여인의 간접적인 마음의 표현을 찾아내려고 했던 기억도 난다. 혹시 이 대목? 하면서 시선과 마음을 고정시키곤 했었다.

 

 

 

시집에 실린 시들은 하나도 어렵지 않다. 빙빙 돌려 표현하지도 않는다. 직설적이다. 너무 솔직해서 때로 좀 유치한 느낌도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들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진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법 팔린 책으로 기억된다. (뒷면을 보니 1989년 9월에서 1990년 8월 까지 16판을 찍었다. 그 땐 ‘쇄’라 안하고 ‘판’이라고 했나보다. 한 판에 몇 부나 찍었는지 모르지만...)

 

 

 

“잃어버린 것들을 사랑해야 합니다/ 아픔을 느끼는 것은 곧 성숙을 느끼는 것/ 아픔이 있다면 아픔만큼 사랑을 깨우치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것들에게 어찌 아픔이 없겠습니까/ 만남 뒤의 흔적이 미움을 남겼다면/ 미운 것은 미운대로 사랑해야 합니다/ 사람은 부서지는 자신의 틀 속에서/ 인연 뒤로 가려진 참모습을 알게 됩니다// 기쁨의 끝에는 아픔이 있나니/ 아픔의 끝에는 감사가 오나니/ 세월이 말씀을 들려주는 뒤안길에 서면/ 그 누군가를 진실로 사모하는 길은/ 자신의 고독을 사랑하는 것임을 깨우치게 합니다// 잃어버린 것들을 소중히 감싸는 것은/ 기다림의 끝으로 사랑의 자격을 얻고자 함입니다/ 아픈 것은 아픈 대로 모든 것을 감쌓을 수 있을 때/ 사람은 성숙해지는 사랑의 철학 속에서/ 동반자의 노래를 뜨겁게 날릴 수 있는 것입니다.” _‘고독이 깊은 밤에’ 3. (기다림의 시) 전문.

 

 

 

‘저자의 말’엔 이런 글이 남아있다. ‘그리워하다 슬퍼질지라도’ _“ 목숨을 다해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시를 썼으나 정작 내게는 그 사람이 곁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그의 존재가 더욱 그리웠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오늘처럼 마음이 추운 날, 따뜻한 커피라도 함께 마시면 좋을 텐데...”

 

 

 

“그대가/ 한 송이 꽃을 들고 오는 사람이라면 좋겠습니다/ 한 권의 책을 들고 오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겠습니다/ 분위기에 취하는 카페라든가, 호텔 커피숍/ 어느 구석진 창가의 그림이지 않아도/ 삼등 열차의 포근한 눈빛으로 오는/ 그런 사람이라면 더욱더 좋겠습니다// 그대가/ 노을진 들녘을 가로질러/ 목말라 하는 인간의 사랑을 가득 안고/ 겨울의 한복판에 서 있어도/ 새 한 마리를 날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그렇게 다가오지 않아도/ 어둠을 흐리며 첫 새벽의 아침을 밟고 오는/ 아니 밤새 사냥꾼의 추격에 쫒기다/ 헐레벌떡 다가오는 한 마리의 들짐승같은/ 그런 순수함 하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녕 족하겠습니다// 그대 안에 꽃같은 사랑으로 활짝 피고 싶습니다.” ‘그대를 위한 연가 1’ 전문

 

 

 

 

잘 나가다가...‘밤새 사냥꾼의 추격에 쫒기다/ 헐레벌떡 다가오는 한 마리의 들짐승같은/ 그런 순수함’ (?). 감(感)이 안 온다. 사냥꾼에 쫒긴 들짐승의 눈엔 뵈는 게 없을 텐데...웬 순수함?

 

 

 

이 책의 저자 박렬은 2003년 7월 <신 만남에서 동반까지> 가 마지막 출간 작품으로 검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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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는 삶의 이치란.. 사랑하면 사랑하여 아프고, 미워하면 미워하여 아픈 것이건만, 세월 가고 젊음이 가면, 아픔은 감사가 되고, 참사랑은 아픔 속에서 오는 것임을 깨우치게 한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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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6 12: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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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6 16: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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