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설계자, 시부사와 에이이치 - 망국의 신하에서 일본 경제의 전설이 되기까지
시부사와 에이이치 지음, 박훈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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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설계자, 시부사와 에이이치 - 망국의 신하에서 일본 경제의 전설이 되기까지

_시부사와 에이이치 (지은이), 박훈 (옮긴이) | 21세기북스 | 2018-12-17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누구인가? 그는 일본 메이지(明治) 시대에서 일본 패전에 이르는 시기에 걸쳐 가장 저명한 경제인, 기업인으로 소개된다. 막 문을 연 메이지 정부에서 경제 관료를 지낸 후 바로 실업계에 몸담았다. 대장성 관료시절 시부사와는 측량, 도량형 개정, 조세 개정, 지폐 제도 도입, 철도 부설 등 일본의 근대 경제 건설에 핵심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했다고 한다.

 

 

경제계로 진출한 시부사와는 오사카방적회사, 제일국립은행 등 근대 일본 경제의 핵심적인 회사들을 비롯하여 평생 5백여 개의 기업, 경제조직 설립에 간여했다고 하니 퍽 대단한 일이다. 반면 그는 자신의 재벌기업군을 끝내 만들지 않았다고 하니 이 또한 특이한 일이다. 아울러 사회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시부사와의 정치적 입장 중 가장 주목할 것은 그가 초지일관 일본 정부의 군사적 해외팽창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그가 시류에 휩쓸려 강병노선을 택했다면 읽을 만한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은 한 개인적 삶의 여정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막부(幕府) 말기에서 메이지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일본 사정을 알아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책의 번역자인 박훈 교수는 막부말 유신기 전공자로서 역주를 통해 이 시기 일본사의 전개과정을 보충설명해주고 있다. 피터 드러커를 비롯한 많은 경영인들이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다는 시부사와 에이이치. 이 책은 그의 소년시절부터 청년기까지의 삶을 구술한 것을 글로 남긴 것이다(책으로 완성된 것은 시부사와가 60세 때).

 

 

유년기의 독서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가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6살 때로 기억한다. “처음에는 아버지에게 구두(句讀)를 배우고 나서 대학(大學)중용(中庸)을 읽고 논어(論語)2장까지 배웠다.” 그 후 7,8세 때부터 친척(사촌형)이 운영하는 사숙(私塾)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 그가 받은 독서훈련은 암송할 수 있을 때까지 정성껏 반복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서책을 통독시켜서 자연스럽게 힘을 기르게 한 다음 여기는 이런 의미, 여기는 이런 뜻이다라는 식으로 스스로 터득하게 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지도자는 다독(多讀)을 권장했다. 아이들의 독서 훈련에도 응용해볼 만한 부분이다.

 

 

책을 읽다보니 격동의 세월에 나름대로 참 열심히 살다간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책 뒷부분에는 그가 정부 관료의 자리를 떠나면서, 정부가 민생과 민력을 돌보지 않고 재정을 확대하거나, 큰 사업을 벌이는 것을 크게 염려하는 일종의 경고성 의견서가 첨부되어있다. 그는 일본의 타이완(臺灣) 정벌 반대의견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일본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소모하며 타이완을 침략했다. 재정 개혁에 관한 상주문에 실린 글 중 현시대의 정치, 관료들이 마음에 담았으면 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대저 천하지사(天下之事)는 미리 목표를 높게 잡지 않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실제 일을 할 때에는 한발 한발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실질을 위주로 하여 정치 논리(政理)가 민력 양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코 서둘러 경솔하게 나아가려고 하거나 하루아침에 급히 이루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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