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어야 하는 밤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죽어야 하는 밤 _제바스티안 피체크(저자) | 배명자(역자) | 위즈덤하우스

| 2018-05-20 | 원제 AchtNacht (2017)

 

 


군중은 진실을 갈망한 적이 없다. 입맛에 맞지 않으면 증거도 외면해버리고, 자신들을 부추겨주면 오류라도 신처럼 받드는 것이 군중심리다. 그들에게 환상을 주면 누구든 지배자가 될 수 있고, 그들의 환상을 깨려들면 누구든 희생제물이 된다.” _프랑스 의사이자 군중심리의 창시자, 귀스타브 르봉. ‘군중심리에 대해 이만한 언급은 그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나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달아서 급기야 그 피해 당사자가 자살을 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자주 일어나는 요즈음이다. 자살까지는 안가더라도 은둔이나 정신적 황폐함으로 정상적인 일상을 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 소설은 그보다 몇 배 더 심각하다. ‘마녀사냥의 완결판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유튜브 마녀사냥은 익명의 증오가 분출되는 장소라는 언급도 있다. 모두가 하니까 따라한다. 앞서 달리니까 영문도 모르고 뒤 쫒아 달린다.

 

 

소설의 주인공인 밴드 드러머 벤은 요즘 제 정신이 아니다. 밴드에서 쫓겨났다. 이번이 네 번째다. 그가 처음 음악을 시작하면서 결성한 밴드는 쫓겨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만두고 나온 것이지만, 아무튼 그 이후로 한 군데 오래 정착을 못한다. 술이 웬수다. 그러나 그의 지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의 입장이 이해가 간다. 동정심이 생긴다. 처음 결성한 그의 밴드는 그가 나오고 나서 떴다. 미국 전역을 투어 할 정도로 인기 밴드가 되었다. 그를 인터뷰한 모 잡지사에선 인터뷰 타이틀을 이렇게 붙였다. ‘유명해지기 일보 직전 : 간발의 차이로 스타가 되지 못한 사람’.

 


그에겐 딸이 하나 있다. 자동차 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목숨을 건진 것만 해도 다행일 정도의 대형 사고였다. 그 사고는 그가 첫 번째 결성한 밴드와 관련되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그가 속한 밴드의 새 매니저가 원인 제공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것이 뒤엉켜버린 어느 날, 딸이 음성사서함에 메시지를 남겼다. “아빠, 급하게 할 말이 있어. 아무래도 아빠가 위험에 빠진 것 같아!” 그렇다. 벤은 매우 심각한 위험에 빠진다. 8N8라는 수상한 웹사이트에 자신의 사진과 이름이 떴다. 황당한 일이다. “자유롭게 딱 한명을 죽일 수 있다면 누구를 죽이고 싶으세요?” 8N8은 살인 복권을 발행했다. 10유로만 내면 내가 죽이고 싶은 사람을 추천할 수 있다. 그리고 88일 저녁 88분에 추천된 모든 후보자들 중에서 한 명을 뽑는다고 한다. 제비뽑기로 선정된 ‘8N8 사냥감은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약 12시간 동안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한다. 가능한 일일까? 웹사이트에선 독일 연방공화국의 대통령이 이 게임에서 성공한 사냥꾼에게 상금 1,000만 유로를 준다는 가짜 뉴스까지도 등장한다. 문제는 대다수의 정신 나간 군중들이 이 말을 그대로 믿고 있는 것이다.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다. 페이스북에 8N8 펜 페이지가 생겼고,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80만 명이나 된다. 벤은 아레추라는 여성에 이어 두 번째 사냥감으로 이름과 사진이 올라있다.

 

 

시간이 더디 간다. 어서 날이 밝고, 이 미친 짓이 마무리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이 문제다. 천지사방에 어디 몸을 숨길만한 데가 없다. 가만히 있지도 못한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딸이 위독한 상태라는 연락까지 받게 되니 더욱 그러하다. 추리 소설답게 템포가 빠르다. 사냥꾼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광분해있다. 긴장감 100프로다. 황당한 이야기지만, 이 과도한 소통 세계에서 어쩌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소름이 끼친다. 후반으로 갈수록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퍼즐들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이 소설의 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소설은 국내에도 여러 권 번역소개 되었다. 정신의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 심리와 무의식에 깔린 극적 요소를 예리하게 포착하는 재능 있는 사이코 스릴러작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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