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수의 언어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이지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 예수의 언어 】 _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은이), 이지현 (옮긴이) | 을유문화사
| 2018-07-05 | 원제 超譯 イエスの言葉 (2017년)
“너는 과거에 저지른 죄를 이따금씩 떠올릴 것이다. 과거의 일이니 이미 시효가 끝났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네 마음속에는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이것이 바로 죄의 무서운 점이다.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고 사람을 죄의 노예로 만든다. 게다가 그 죄가 ‘어차피 나란 인간은....’이라며 자신을 비하하는 사고를 낳는다. 그것도 노예처럼 말이다.”
_ 크리스천이 아니면 성경에 실린 글들을 대하기가 부담스럽다. 성경을 하나의 고전이나 문학작품으로 보면 어떨까? 위의 글은 지은이가 신약성경 요한복음 8:34~ 글을 신앙에 상관없이 예수가 주는 메시지로 재해석한 부분이다. 누구나 완벽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 알고 짓는 죄, 모르고 짓는 죄. 죄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저지른 실책의 후유증이 내 안에 너무 오래 남아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주의하면서 앞을 보며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너무 자주 뒤를 돌아보는 것도 지혜롭지 못하다. 때로는 그 기분이 나를 예민하게 하고, 낮은 자존감이 공격적인 성격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것도 언젠가는 명확하게 보인다. 숨겨진 모든 것은 언젠가 밖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소곤소곤 작은 소리로 나누던 이야기도 언젠가 큰 소리로 나누게 될 것이다. 무슨 일이든 영원히 숨길 수는 없다.”
_ 요즘 뉴스에서 기무사, 드루킹, 사법부 이야기를 빼면 날씨이야기만 남을 것 같다. 감춘 것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완전범죄가 쉽지 않듯이 무슨 일이든 영원히 덮어둘 수는 없다.
“네가 사랑해야 할 이웃이 대체 누구냐고 새삼스럽게 묻고 있는가? 이웃이란 네가 사랑하는 사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이웃이란 너와 관련 있는 모든 사람을 뜻한다. 그리고 네가 스스로 관계를 맺게 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친절을 베풀어라. 친한 친구를 대하듯 자상하라. 무슨 일이 있어도 책망하지 마라. 더 나아가 이웃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이와 마찬가지로 친절을 베풀어라.” 누가복음 10:30~
_‘이웃’의 개념과 범위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된다. 이웃이란 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 내가 스스로 관계를 맺게 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살아가며 힘든 것은 일이나 공부가 아니라, 인간관계다. 간혹 나의 뜻과 상관없이 관계가 맺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페이스 북에선 ‘거리두기’라는 항목이 추가됐다(원래 있었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는지도..) 때로는 ‘거리두기’도 필요하다. 페북에선 내가 ‘거리두기’를 설정해도 상대방은 모른다고 하니, 다행이긴 하다. 안 그러면 더 복잡해지고, 머리 아파진다. 모든 이들에게 친절을 베푼다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내가 사람들을 대할 때, 상대방에 따라 그 빛깔과 온도가 달라지진 말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누군가를 유난히 차갑게 대한다는 사실을 그 사람이 알게 되면, 그 사람의 마음속에 비수를 품게 만들 것이다. 이웃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친절을 베풀라는 말을 일단 마음에 담는다. 그렇게 했을 때, 손해 볼 일 있을까? 오히려 그럼으로써 내가 상처를 받을 것 같으면, ‘거리두기’로 분류하는 것이 어떨까?
이 책의 지은이 시라토리 하루히코(白取 春彦)는 베를린자유대학교(Freie Universitat Berlin)에서 철학, 종교, 문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주요 저서로 『초역 니체의 말』, 『지성만이 무기다』, 『초역 비트겐슈타인의 말』, 『머리가 좋아지는 사고술(頭がよくなる思考術)』, 『처음으로 알게 된 불교(はじめて知る佛敎)』, 『이 책 한 권으로 ‘성경’을 알 수 있다!(この一冊で「聖書」がわかる!)』 등 다수가 있다. 지은이는 이 책 『예수의 언어』 ‘들어가는 글’에서 “이 책은 신앙에 관한 책이 아니다. 또한 기독교 관련 서적도 아니다.(....) 이 책은 예수라는 한 남자가 남긴 말에 대해서 쓴 것이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런데 그 이후 이어지는 글들이 다소 무겁다. 나중에 읽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 차례도 건너뛰고, 본문(43쪽)으로 직행하길 권유한다. 글들은 짧다. 한 쪽 분량이다 (반쪽도 안 되는 글들도 많다). 지은이의 『지성만이 무기다』라는 책이 나의 ‘읽을 책 서고(書庫)’에서 아는 척한다. 곧 만나줘야겠다.
#예수의언어 #시라토리하루히코 #을유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