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파파
김한별 지음 / 이야기나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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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파파

_김한별(저자) | 이야기나무 | 2018-02-26

 

 

이 책의 제목인 라테파파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가?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양육법을 추구하는 아빠를 일컫는 말이다. 한 손에는 라테를 들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에서 유래했다. 육아휴직과 자녀 양육에 적극적인 아빠를 칭한다. 육아와 관련된 아빠의 별명은 라테파파 말고도 허수애비, 육아대디, 프렌디 등이 있다.

 

 

이 책의 저자 김한별(KBS아나운서)은 작은 교통사고를 겪으면서 자신의 인생에서 과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그리고 그는 육아휴직을 결심한다. 회사에서 여직원들은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지만,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에 들어간 것은 본인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마음의 결단을 실행에 옮기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회사 내에서 저자의 귀에 흘러들어오는 말들은 참 힘든 내용들이었다고 한다. ‘홧김에’ ‘자기밖에 모르는’ ‘책임의식이 없는’ ‘될 대로 되라는 식’ ‘하필이면 지금?’ ‘승진하기 싫은가봐’ ‘어차피 아이는 기억도 못할 텐데’ ‘먹고 살만 한가봐등등.

 

 

상처받았던 마음은 육아휴직을 내고 딸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치유를 받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행복의 기준이 바뀌었다.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되었다. 육아에는 경쟁이란 단어도, 오해도 없었다. “이 책은 내가 행복하기 위해 사랑한 시간의 고민이자 흔적이다. 나름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육아대디의 성장기이자 마음껏 사랑하기 위해 분투한 시간의 기록이다.”

 

 

책을 읽다보니, 나는 내 딸을 키우면서 어떻게 했든가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저자의 어느 선배처럼 아이를 봐주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집에 늦게 들어간 적은 없었지만, 양육에 그리 열심을 내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한다고 했지만, 돌이켜보니 별로 한 것이 없다. 내가 딸아이를 키우던 80년대 초엔 육아휴직이란 단어 자체가 외계어나 다름없던 때다. 육아휴직이 아니라 육아사직이 일상다반사였다. 더군다나 아빠의 육아휴직은 꿈도 못 꿨다. 현재 아빠의 육아휴직 비율이 90%에 육박한다는 스웨덴도 처음에는 지금의 우리와 사정이 비슷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필요성은 인식했지만, 누구도 어떤 기업도 쉽게 육아휴직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아빠들에게 손을 내민 건 정부였다. 정부 차원에서 아빠 육아휴직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남성 육아휴직을 보장하지 않는 기업에는 보조금을 끊는 등의 정책도 함께 시행했다.

 

 

아빠의 육아휴직을 얻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내 주변에도 최근 육아휴직 후 복귀할 자리가 없어져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다. 회사를 그만 둔 아빠, 창업하는 아빠가 많다고 들었다. 휴직 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복직 후 어려움이 닥쳤다. 아무런 이유도 설명도 없이 업무배제를 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KBS는 총파업에 들어갔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총파업이었다. 140일이 넘은 KBS역사상 가장 긴 파업이었다. “육아휴직과 파업은 내게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 이 시간의 끝에 어떤 결과가 기다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순간도 어느 순간의 우리를 만드는 이유가 될 것이다.” 저자는 겁 없이 시작한 딸아이 양육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런 저런 상념의 폭도 넓어지고 깊어졌다. 육아(育兒)를 통해 육아(育我)를 이뤄가는 진솔한 고백이 담긴 따뜻한 글들로 채워져 있다. 육아휴직을 계획하는 대디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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