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맨
슈테판 보너.안네 바이스 지음, 함미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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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맨

_슈테판 보너(저자) | 안네 바이스(저자) | 함미라(역자)

| 소담출판사 | 2018-02-10

 


 

오랜만에 읽는 독일 소설이다. 장난처럼 시작한 글이 중반에 접어들며 사뭇 진지해지고, 후반에선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이 소설 진짜임?” 하면서 끝까지 봤더니 진짜란다.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이 책을 읽으시면서 많은 부분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로 보셨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우리가 기술한 사건들은 실제로 있었던 일들입니다. 실제 인물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름이나 세부적인 요소들을 조금씩 바꾸었을 뿐이지요.”

 

 

이 책의 저자 두 사람은,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오피스 부부이다. 한 살 차이인 이 두 사람은 대형출판사의 원고편집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여성인 안네 바이스는 미혼이고, 남성 슈테판 보너는 얼떨결에 애 아빠가 되면서 결혼했다. 두 사람이 교대로 글을 이어간다. 친구들과 그 언저리에선 알파걸로 통하는 안네는 다른 것은 몰라도 남자복은 지지리도 없다. 어찌 만나는 남자들이 하나같이 찌질남, 진상, 플레이보이, 무책임한 사람들뿐인지. 안타깝다.

 

 

이 책의 제목인 베타맨은 무슨 뜻인가? 책엔 확고한 역할 모델의 부재로 인해 갈피를 못 잡는 현대의 남성을 일컫는 말이라고 설명해준다. 비교개념으론 알파맨, 알파걸이 있다. 베타 프로그램 또는 베타 테스트를 연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두 사람은 남자 또는 남성성에 대해 친구 및 직장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어느 순간 각자의 개인적인 인생사는 서로가 지닌 단독 개체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실 성별, 인종, 직업, 지위, 빈부의 격차 등을 떠나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전혀 이질적인 면보다 공통분모적인 요소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일관되게 흐르는 이슈는 남성’, ‘남성성’, ‘진짜사나이. 사실 이 화두에 대한 답이 없을 수도 있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남녀를 떠나서 사람이라면 이렇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 될 것이라면 모를까? 슈테판은 진짜 사나이가 되기 위해, 군입대 과정까지 가진 않았지만 자신안의 남성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진짜 남자가 되는 길이라는 세미나에 참석할 정도로 열심이다. 슈테판의 핸디캡은 어려서 아버지의 존재를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그가 태어날 때부터 부재중이었다. 롤 모델이 없다. “여자들은 사내아이를 잉태할 수 있다. 그러나 오직 남자들만이 사내아이를 남자로 만들 수 있다.” _로버트 블라이, 철의 한스

 

 

논픽션인줄 알았더니 픽션? 팩션? 하는 의문을 가졌던 부분은 슈테판이 생부를 찾아 나선 과정이다. 거금을 들여 비행기를 타고 가서 만난 생부는 억만장자였다. 딱 한 시간의 만남 속에 생부라는 사람은 자신이 벌려 놓은 사업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그리고 얼마 있다 그 생부가 죽었다. 가진 것은 돈밖에 없던 생부(원화로 12500억 가량)가 혹시나 슈테판에게 남겨놓았을 유산에 관심이 안 땡길 수가 없다. 그러나 그에게 남긴 유산(유품이라고 해야 할 듯)은 달랑 작은 나무 상자 하나다. 슈테판이 심호흡을 하고 뚜껑을 열어보니 시가(cigar) 한 개와 지포라이터 한 개가 들어있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래도 그 유품은 슈테판에게 또 다른 놀라운 정보를 알려주는 키였다. 대단한 반전이다.

 

 

글 중간 중간에 작가들이 이곳저곳에서 옮겨온 글들이 사이다 맛이다. “한편으로 우리(여자)는 감상적인 삶을 옹호하는 남자를 원한다. 그런 남자는 우리를 이해하고,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우리를 잘 챙길 확률이 높다. 다른 한 편으로 우리는 그 남자가 자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은 마리아처럼 숭고한 성녀인 동시에 창녀와 같은 면모를 갖춘 여자, 순수함과 성적 매력을 한 몸에 갖춘 여자를 찾는다. 여자들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그들은 한 남자에게서 연애선수인 라틴계 애인과 여성에게 맞춤한 부드러운 남자를 모두 취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도 막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결정적으로 현실적인 남성에게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_루안 브리젠딘, 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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