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회차(7~8회)에 관한 이야기.

왜, 라고 질문하기.

애인이 임신을 했다. 둘은 헤어질 계획이다. 자의든 타의든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젊은 날의 실수,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우(영우의 아버지)는 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기를 선택했을까? 그것이 진정 그의 선택이었을까? 왜? 드라마는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무조건적인 부성? 모성도 무조건적으로 그려지니까? 그럼 이 경우에는 무조건적인 부성이 타당한 것이고, 그 무조건적인 모성이 없어서 우영우를 낳은 태는 비난받아 마땅한가? 짧게 그려진 장면에서 우는 태에게 사정한다. 제발 아이를 낳아달라고, 내가 키운다고, 모든 걸 포기하고 키우겠다고. 왜? 그토록 절절한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 때문에 학업도 커리어도 모두 포기하겠다는 그를 태는 왜 뿌리치지 못할까? 어째서 아기를 낳았을까? 도대체 무엇을 위한 출산인가? 어쩌면 우는 태가 낳을(은) 아이에게 태를 투사한 것은 아닌가?

이번주 회차들에서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캐릭터로 변해버린 영우의 아버지. 오해 없이는 드라마 서사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불문율처럼 되어버린지 오래지만, 드라마의 틀을 깨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이 드라마에서조차 이런 장면들을 보게 되다니 씁쓸하다. 딸을 그렇게 애지중지 생각한다면 회사로 찾아가지 말았어야 했다. 성급하게 말을 던지지 말았어야 했다. 오히려 이런 장면들이 젊은 날 그의 행동을 설명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뒤늦게 생각했다. 그러나...

가장 열폭한 장면은 딱 하나로 집어낼 수 없이 '엄마가 버렸'다고 말하는 모든 장면들이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대로라면 태는 아이를 버리지 않았다. 안 그래도 아이를 '버리는' 건 엄마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모성애도 없는 사람이 엄마냐고, 그렇게 이미지가 재현되는게 여전한데 말이다. 아빠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상황을 뒤집으면 역시 버리는 건 엄마, 저 아빠는 훌륭하다, 식의 편견을 조장할 수도 있는 거다. 똑부러지게 생각하는 우영우조차 '엄마가 날 버렸'다고 생각한다. 모든 엄마들에게 모성애가 있다고 말하는 것도 착각이지만 아이를 버리는 건 늘 엄마라는 설정도 무서운 편견&식상함이다. 우리가 버려야 하는 건 고정관념들이다. 아이를 '버린다'는 말은 그만 써야 하지 않을까. 엄마들과 그들이 곁을 떠난 모든 아이들을 하나의 테두리에 가둬버리고, 모든 엄마는 물론 아이들에게조차 죄책감을 심어주기 딱 좋은 단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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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5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5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5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5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5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7 0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2-07-2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영우를 보지는 않았지만,
주변분들 워낙 많이 말씀하시고 알라딘에도 다양한 관점의 후기가 올라오니, 이 드라마 나중에 혹 볼 기회가 있다면 머릿속이 복잡해질 것 같습니다^^

난티나무님 올려주신 회차는 우영우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가 주가 되나봐요.

난티나무 2022-07-27 03:28   좋아요 1 | URL
드라마 전반에 걸쳐 부모 이야기가 조금씩 나옵니다. 최근 회차에 누가 엄마인지 알게 됐구요. 매회 사회문제 한 가지를 주로 다루는 구성이라 그건 좋아요.
자폐 스펙트럼 주인공 서사는 아무래도 지금까지 비슷한 유형으로 재현되어서 거기에 반감을 가지는 분들도 많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로 보여지는 거라면 그만큼 비판을 해야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2022-07-27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8 0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러니까 이 페이퍼는 또 산 책 이야기. 책이야 뭐 늘 야금야금 한두 권씩 사고 있다. 어떤 분은 책 둘 곳 찾아 집을 사신다고 하고 어떤 분은 넓은 곳으로 이사가신다고 하고 어떤 분은 이중삼중으로 책을 꽂는다고 하시는데, 나는 이사를 가게 되면(바다 건너 해외이사 ㅠㅠ) 골머리를 앓게 될 것이 뻔하지만 대책 없이 사고 있다. 뭐 어차피 이거 다 버리지는 못해. 어케 버리나. 다 이고지고...가 아니고 다 싸서 부쳐야지. 책꽂이의 책들 중 갖고 가기 좀 망설여지는 책들은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어책읽기 연습하겠다고 사모은 기욤 뮈소와 마크 레비의 책들.ㅎㅎㅎ 기욤 뮈소 책은 심지어 한글판까지 다 갖추었다. 뭐 대략 읽기는 다 읽었으나 이걸 돈 내고 가져갈 생각은... 쩝. 이삿짐 생각하면 책이랑 엘피판이랑 오디오기계들, 그리고 차마 버리지 못할 빈티지그릇들, 이렇게만 잔뜩일 듯. 다른 건 없어. 아아 그럼 이 세간살이들은 다 어쩌란... 음 이건 오늘 내가 할 고민이 아니다. 왜 이랴. 책 산 이야기에서 다른 데로 새고 있네. 그런데 다른 이야기 또 하나 하자면, 나도 이제 책 꽂을 데가 없...ㅠㅠ 책꽂이가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 꽂을 공간이 느무 없어. 그래서 그런 거야. 사실 세어보면 나 책 얼마 안 갖고 있다고. 그렇다고 책꽂이를 새로 장만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놓을 공간이 없어. 아아 이제는 바닥에 쌓아야 한다. 그래서 책을 안 살 거냐. 그건 아니라고 한다. 





자, 프랑스책들 좀 보자. 읽을 한글책들이 잔뜩 밀려있는 판에 프랑스어책 펼치기 너무 힘들지만... 다른 욕심은 없어요. 저는 책욕심만 있답니다... 그래도 거의 모든 책은 중고로 매우 저렴하게 사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아니 에르노 책 두 권. 책만 사놓고 안 읽고 있는데 음음. 읽자고, 응? 

<La place> - <남자의 자리> 

<Regarde les lumières mon amour> - 번역본 없음? 2016년에 나왔다. 




















델핀 드 비강의 책 두 권. 

<Les gratitudes> - <고마운 마음> 

<Rien ne s'oppose à la nuit> - <내 어머니의 모든 것>(절판) 



















엘레나 페란테 <Celle qui fuit et celle qui reste> : L'ami prodigieuse Ⅲ 

-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이 책 구입으로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을 완성했다. 책 모으기만 완성, 읽기는 시작도 못 함...@@ 




















레일라 슬리마니 <Le parfum des fleurs la nuit> 2021년 나와서 아직 번역본 없는 듯. 



마거릿 애트우드 <The handmaid's tale> - <시녀 이야기> 

영문판이라 살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다는. 나는 물론 영어로 읽지 아니(못)하겠지만. 커피 한 잔 덜 마시고 책 산다는 마인드. 허허. 이제 한글/프랑스어/영어,로 골고루 갖추었네. (도대체 왜????) 




















애니 프루 <bird cloud> - 번역본 없음? 2011년 작품. 

작가 이름만 보고 집은 책. 제목도 좋고... 책 표지 사진을 애니 프루가 직접 찍었다고. 제목 찍힌 페이지를 넘기면 이런 장면이.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L'hibiscus pourpre> - <보라색 히비스커스> 

이 책 새걸로 살까말까 예전에 망설이던 책인데 중고 있어서 완전 반가웠다. 벼룩시장에서 만나기 쉽지 않음. 득템. 하긴 내가 사는 모든 책들이 득템이기는 하지. 쿠하하. 내 눈 보배. 그 눈으로 좀 읽으면 더 보배 될 텐데. 끙. 



















Marie Ndiaye 마리 은디아이 <Trois femmes puissantes> - <세 여인> 

모르는 작가지만 제목 때문에 집어들지 않을 수 없었던. 강한 세 여자라니. 그런데 지금 찾아보니 번역판이 있다. 














* 책소개글 가져옴 : 

삼십 년 전, 자신을 버리고 고국으로 훌쩍 떠나버린 세네갈인 아버지의 다급한 부름을 받고 아프리카 대륙으로 향하는 노라. 가난을 딛고서 어렵게 오른 고등학교 교사 자리를 버리고 프랑스인 남편을 따라 새로운 땅에 정착하지만, 기대와는 너무도 다른 현실과 마주하게 된 판타. 남편도, 임신에 대한 희망도 잃고 시댁 식구들의 멸시를 피해 국경을 넘는 카디 뎀바…

『세 여인』은 아프리카 대륙과 프랑스 사이에서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여성들의 세 가지 운명을 각각의 이야기 속에 담아낸다. 잔인한 진실에 휘청거려도, 무기력한 삶에 숨이 막혀와도, 존재를 위협하는 시련이 닥쳐도, 강인한 그들은 고집스럽고 끈질기게 나아간다. 강인하고 굳센 세 여성이 보여주는 정신의 승리에, 모욕을 견뎌 개인의 존엄을 지켜내는 그들의 강렬한 이야기에 독자들은 경탄에 찬 마음의 떨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세네갈계 프랑스 작가 마리 은디아이의 대표작이자 공쿠르상 수상작으로, 국내 소개되는 그녀의 첫 작품이다. 마리 은디아이는 등단 이래 어떤 문학적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왔으며, 클래식하고 섬세한 문체와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공간, 특히 작품 속에 스며 있는 기묘함으로 프란츠 카프카에 비견되기도 했다. 흑인 여성 최초로 공쿠르상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프랑스 국내외 언론과 대중의 큰 주목을 받았고, 『세 여인』은 출간 5개월 만에 45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엘리자베스 바댕테르 <Le conflit : la femme et la mère> - 번역본 없음? 2011년. 제목부터 강렬하다. 





















프랑스어책만 샀게? 노노. 계속 찔끔찔끔 산다니까요? 














사라 살리 <주디스 버틀러의 철학과 우울> 

왜 샀냐고 물으신다면... 버틀러 언니를 알고파서?ㅎㅎㅎ 철학과 우울, 겁나 멋지지 않습니꽈? ㅎㅎㅎ 
















제인 오스틴 <설득> 

왜 이 판본을 샀냐고 물으신다면... 전자책 중에서 저렴해서.ㅎㅎㅎㅎㅎㅎㅎ <노생거 사원> 사놓고 안 읽고 있는데 또 삼. 얼른 읽어야지. <다락방의 미친 여자>(아! 펀딩 까먹고 있었...) 읽고 거기 나온 작품들 읽어봐야지 하는 사람들 중 한 명...^^;;; 















백신애 <광인수기> 

이 단편은 뭐였더라, 음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에 나왔다. 미친여자서사. 궁금해서 역시 저렴한 전자책으로 골라 읽음. 단편 하나만 딱 실려있어서 굉장히 아쉬웠다는. 
















조혜정 <글 읽기와 삶 읽기 1> 

시리즈 구입 완성. 1권 야금야금 읽고 있다. 재밌...어! 20년 전 이야기인데도. 

















책세상 문고 두 권 지난번에 중고로 샀는데 나온 지는 다 오래됐지만 얇고 문제제기하는 내용들이 좋아서 개정판 두 권을 더 사 보았다. 

권명아 <가족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정유성 <따로와 끼리 - 남성 지배문화 벗기기> 
















낸시 프레이저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 

전자책 쿠폰 쓰려고 뒤적이다 충동구매.ㅠㅠ 낸시 프레이저 <불평등과 모욕을 넘어> 읽었으나 매우 어려웠..던 기억. (그러나 흥미로웠음) 
















케이트 만 <남성 특권> 

보관함에 늘 있던 책인데 이웃님이 추천하셔서 그 김에 질렀다. 중고 기다리다 안 나오면 새 걸로 지르기도 함... 





책 산 이야기를 이렇게 구구절절 쓸 일인가 싶다. 그 시간에 한 페이지라도 더 읽??? 하지만 책 산 이야기는 늠흐나 재밌는 걸? ㅋㅋㅋ 아, 알라딘 김칩스가 내 덕분에 조카의 입맛을 사로잡아서 ㅎㅎㅎ 지난번 주문할 때 사 줌. 맛있다니깐? 내 책상에도 아껴둔 두 봉지 있다니깐? 그리고 비건육포는 양꼬치맛보다 갈비맛이라는 데 동의한다. 다음에 사게 되면 갈비맛을 사겠다. 책 책 책 하다가 김칩스와 육포로 끝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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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7-21 2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또 !!! 산!!! 난티나무님!!!! ㅋㅋㅋ 프랑스 책들은 표지들이 ㅋㅋㅋㅋ 그래도 왠지 프랑스라 구렁가 멋져요 ㅋㅋㅋ (푸랑스 사대주의쟝)

난티나무 2022-07-22 00:46   좋아요 3 | URL
표지에 돈 투자 안 하나 봐요. 책 만드는데 일관성? 뚝심? 있어 좋다고 생각하려 합니다. 종이도 심하게 아껴요. 지구를 위한 일…^^;;; 저도 지구를 위해 되도록 새 책 안 사기! ㅎㅎㅎ

바람돌이 2022-07-21 2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어 책들 완전 간지작렬!!!!
저 한글 책들 중에도 제가 가진 책은 하나도 없지만 그 덕분에 새로운 책들 구경하는 이 맛이 이런 글의 찰떡재미라고 주장함다.

난티나무 2022-07-22 00:48   좋아요 1 | URL
책장 구경 산(살) 책 구경 짱이죠!!! ㅎㅎㅎ 🤣 저도 완전 좋아합니다. 남의 집 책장 구경! 😍

얄라알라 2022-07-26 10:34   좋아요 0 | URL
간지 ㅋㅋㅋ

그러게요. 표지가 아주 정직합니다!

수이 2022-07-21 2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엄지 척척!!

난티나무 2022-07-22 00:48   좋아요 1 | URL
감사감사!!!!❤️❤️

그레이스 2022-07-21 2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알라딘서재 시작하고 얼마 안되서 개미지옥이란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ㅎㅎ

난티나무 2022-07-22 00:49   좋아요 2 | URL
ㅎㅎㅎ 두 발이 파묻혀서 빠져나오기 힘든(자발적으로 안 나오고 있는ㅋㅋ) 개미지옥이죠. ㅎㅎㅎ

청아 2022-07-21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학과 우울>욕심 나네요^^* 이사갈때 책. 생각하면...이사를 안가고 싶고요. 배송올때도 혹여 모서리 찍힘있을까 ‘던지지 마시고 집앞에 두고가세요‘라고 남겨요.ㅎㅎ

난티나무 2022-07-22 00:51   좋아요 2 | URL
하 이사@@ 어마무시한 일이겠죠? 외국 살면서 책 많다고(그렇게 많지 않은 편인데도) 이사 갈 때 힘들겠다는 소리 많이 들어요.ㅋㅋㅋㅋㅋ
모서리 찍힘!!! 아 싫어요….. ㅠㅠ

노란곰 2022-07-22 0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ㅡ 난티나무님 사신책 페이퍼 구경할때마다 진정 리스펙이예요👍👍👍 저도 유럽에 잠깐 있지만 여기 세금이 무서워 못사고 친지들한테도 아무것도 보내지말라고 매번 신신당부하거든요. (심하게 쫄보) 이북으로 보긴하는데 너무 슬퍼요. 어쩔수 없이 이북사서 왔지만 아기책만 몇백권 가져와서 사피엔스 한권 가져왔는데 (그것도 한국 다녀올때 겨우겨우) 정말 볼때마다 눈물나네요 ㅎㅎㅎ 한국 문화원이라도 가봐야겠어요~~~ ㅎㅎㅎㅎㅎ

난티나무 2022-07-22 00:55   좋아요 1 | URL
코로나 때문에 소포 진짜 공포 대상이 되었죠.ㅠㅠ 저는 뭐 첨에 좀 쫄았다가 이젠 이판사판책판입니다…ㅋㅋㅋㅋㅋ
문화원 있으면 대도시인가 봐요. 어디신지 슬쩍쿵 여쭤봐도 돼요?
전자책을 애용해야 하는데 저도 정이 안 가요. 전자책 없는 책들도 있고요.

노란곰 2022-07-22 0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머리를 써서 전자책에 없는 책을 가져왔어야했는데 딱 한권의 찬스를 날렸어요~~ ㅎㅎㅎ저는 부다페스트에 살아요~ 근데 집순이라 여행자보다 더 아는게 없어요 ㅎㅎㅎ 매번 가는 스벅과 동네 쇼핑몰정도라서요~~ 🤣🤣 (스벅은 오자마자 골드멤버가 됐다능🤪🤪)

난티나무 2022-07-22 01:45   좋아요 1 | URL
오 부다페스트!!!! 몇년 전 여행으로 며칠 다녀온 적 있습니다!^^
저도 집순이예요. 근데 여행은 또 좋아합니다? ㅋㅋㅋ

노란곰 2022-07-22 0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헤. 저도 집순이 만랩이지만 여행은 또 다른 얘기죠잉😌😌 사시는 곳 부럽슴돠~~

난티나무 2022-07-22 13:19   좋아요 0 | URL
🤗🤗

mini74 2022-07-22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고 또 사고란 말 ㅎㅎㅎ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북플님들 책 산거 구경입니다 *^^*

난티나무 2022-07-22 13:21   좋아요 0 | URL
지난 페이퍼 보니 책 샀다는 페이퍼는 비슷한 맥락이더라고요? 또 샀고 이러면 안 되는데 놓아둘 곳 없는데 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07-22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고 오실려면 걱정이겠지만 올려주신
책 이미지들 보면 도무지 사지 않을 수 없이 예뻐요. 프랑스어라 근사한걸까요 우리나라 책들도 표지에 신경쓰면 좋겠는데ㅎㅎ 책탑은 언제 봐도 황홀합니다!^^*

난티나무 2022-07-22 13:25   좋아요 0 | URL
요즘 표지는 컬러풀이 대세인 거 같아요. 프랑스도 그런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사진을 많이 쓰는 듯하고 의외로 심플한 것들도 많고요. 코팅을 많이 하지 않는 것도 특징 중 하나같네요. 언제 봐도 황홀한 책탑!!!!❤️

2022-07-22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7-22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밑줄) 윤리와 파올로 코엘료, 크리스티앙 보뱅

"다른 예가 있다. 프랑스에서 1990년대 말에 가장 놀라운 성공을 거둔 문학작품은 무엇일까? 그 저자는 제3세계 출신의 무명작가였는데, 비교(秘敎)적인 제목을 단 그 책은 성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한 페이지도 없다. 그리고 이 책은 모든 장르를 통합하여 베스트셀러의 정상 자리를 1년 이상 차지했다. 그런데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은 사람은 그 작품의 내용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안다. 그것은 영적추구에 관한 이야기일 따름이다. 이 작품이 10년 전에 출판되었다면 누구의 눈에 띄지 않은 채 그냥 사라졌을 것이다. 아마 이 책은 20년 후에는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적절한 시기에 나왔으며, 이런 이유 때문에 상당한 성공, 심지어 우리가 작품의 질을 생각할 때 상당히 불균형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이 작품이 단순히 평범한 작품(즉, 몇몇 사람들이 생각한 것처럼 걸작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의 성공을 항상 참지 못하는 파리의 지식인들이 앞다투어 비판한 것처럼, 전혀 무가치한 작품도 아니다)이라는 사실은 그 작품과 관련한 현상이 문학적 현상이라기보다 사회적 현상이라는 걸 가리킨다. 따라서 최소한 이런 관점을 따를 때, 우리가 『연금술사』와 관련한 현상을 간과하는 것은 잘못을 저지르는 일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내가 문학계에서 차용하는 또 다른 예가 있다. 진정한 걸작인 크리스티앙 보벵Christian Bobin의 『아주 낮은 곳Le trés bas』은 출판 시에 미미한 호응을 얻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60년대 혹은 1970년대에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 코saint François d‘Assise를 다룬 책이 프랑스에서-언론에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텔레비전에서는 전혀 소개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20만 부가 팔릴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끝으로 마지막 예 혹은 마지막 일화를 든다면, 교육자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언급한 미셀 셰르(↓17)의 이야기가 있다. "나는 30년 전에 학생들에게 흥미를 끌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는 정치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내가 그들을 웃겨주고 싶을 때는 종교에 관해 이야기했다. 오늘날에는 그 반대다. 내가 학생들에게 흥미를 끌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는 종교에 관해 이야기한다. 내가 그들을 웃겨주고 싶을 때는 정치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말은 단순히 재미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 이 말을 내게 전해준 친구는 -나처럼 그리고 나에게서 이 말을 전해 들은 모든 동료들처럼-이 말이 많은 진실을 내포한다고 생각했다.

17 Michel Serres(1930~ ). 프랑스의 철학자, 작가, 교수, 『헤르메스Hermès』(1969~1980), 『카르파치오 미학Esthétiques sur Carpaccio』(1975), 『자연계약Contrat nature』(1990) 등의 저서가 있고, 소르본과 스탠퍼드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옮긴이) * 덧붙임 : 미셸 세르 (1930~2019)"

전자책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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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2-07-19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티앙 보뱅의 책 제목은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로 번역되어 있다.
 
[eBook] 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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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이름을 갖고 있다. 이름이라는 건,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다. 사람은 물론,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어떤 상황들에도. 이름에 그 사람(존재)을 가두어버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름이 상황을 규정짓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우주의 눈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이름이 필요하다.

<긴긴밤>의 첫문장은 “나에게는 이름이 없다.”이다. 작가라고 이름에 대한 고민이 없었을까. 이름지어진 것들의 세상에서 벗어나보라는 권유일 수도 있고, 이름이 주는 경계를 떨쳐버리고 싶은 소망일 수도 있었겠다. 더 큰 뜻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지워진 이름들, 사라진 이름들, 이름이 있어도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사람(존재)들이 여전히 많다.


“나에게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나에게 이름을 찾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을 가르쳐준 것은 아버지들이었다. 나는 아버지들이 많았다. 나의 아버지들은 모두 이름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나의 아버지들, 작은 알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던 치쿠와 윔보, 그리고 노든의 이야기이다. “


이름을 찾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 맞다. 그러나 이름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리고 ‘아버지들’. 나는 이미 이 단어에서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어떤 존재도 어머니의 몸을 통하지 않고서는 세상에 나올 수가 없다.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는 알. 그것은 동물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인간의 폭력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버려지다’라는 단어를 떠올리게도 한다. (아이를 버리다, 버려지다, 같은 단어의 사용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야기 속 보여지지 않는 맥락에서 이미 많은 고정관념을 통해 생각을 하기에, 이런 설정이 고정관념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좀더 나아가 왜 아이를 ‘버리는’ 건 늘 어머니인지,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지, 어째서 재현은 늘 이런 식인지도 반드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펭귄들은 알이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미운오리새끼?)로 품기를 꺼려한다.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는 특성, 낳은 알이 깨어지거나 얼어버리면 다른 알을 훔쳐서라도 품으려는 성향, 암수가 잘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 이런 펭귄의 성향들을 참조하자.) 생명은 물론 소중하다. (이 문장에 얼마전 미국의 임신중지위헌판결이 겹쳐보이는 건 나만 그런가?) 인간에 빗대어 아기를, 자식을, 품고 키워야 한다는 교훈을 주려는 것이라면, 좋다. 뒤집어 생각하면 지나친 ‘새생명중시사상’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알을 지키려는 펭귄이 다쳤다. 그를 두고 나온다. 급박한 상황이다. 하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마치 물에 빠진 어른과 아이(주로 엄마와 아이로 설정되는, 아빠와 아이는 들은 적이 드물다.) 중 누구를 먼저 구하느냐 같은 딜레마에 빠진다. 모르겠다. 그 알을 그렇게 지켰어야 했는지. 사랑하는 이를 선택할 수도 있지 않나?


노든이 어렸을 때 있던 곳은 코끼리 고아원이었다. 그 곳의 코끼리들은 떠나지 않는다. 야생의 터전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든 곳이다. 동물들을 야생으로 보내려는 선한 노력일 수 있지만 선함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종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동물들이 왜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는가도 고민해야 한다.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모습은 자세하게 그려지지는 않았으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죽임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잘 드러난다. 그러나 원인이 그 한가지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런 것들을 이야기 속에 집어넣어야만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질문들이 필요하니까. 


고아원을 떠나 독립하는 노든은 수컷이다. 독립을 격려하는 할머니 코끼리는 고아원에 머무른다. 자꾸 성별 운운하는 것이 싫지만 보여지는 것이 그러하니 어쩔 수가 없다. 야생을 모르는 노든을 가르치는 것은 아내 코뿔소이다. 암컷 코뿔소에 대한 묘사는 적다. 조연이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딸 코뿔소를 낳고 노든을 ‘성장’하게 만들고, 인간에 대항해 죽음을 무릅쓴 아내 코뿔소는 계속 ‘아내’ 코뿔소이고 옆에서 죽음을 당한 딸 코뿔소도 ‘딸’ 코뿔소이다.(그들도 이름이 없다.) 살아남는 것은 노든, ‘수컷’ 코뿔소이다. 이것이, 남성으로 대변되는 인간이 여성을 착취하고 죽이는 세태를 반영하려는 의도일까? 나중에 노든이 보살피게 되는 알-펭귄-을 위해 딸 코뿔소가 어쩔 수 없이 희생되어야 했던 것일까? (인간은 동물을 아무 ‘이유 없이’ 죽이기도 하니까. 남자가 여자를 이유 없이 죽이는 경우처럼…) 알에서 나온 펭귄의 성별을 우리는 알 수 없다. (암수 구별이 잘 안 된다는 펭귄의 속성을 생각하자.) 성별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좋은 의도일 수 있다. 독자들은 어떨까? 기존의 동화들을 떠올려보라. 영웅서사들, 꿈을 이루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모두 ‘왕자’ 아니던가? 세상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명작동화’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부터도 이 어린 펭귄을 은연중에 수컷일 거라고 짐작했다. 화들짝 놀랐다. 어린 펭귄을 보호하고 격려해주는 것은 ‘아버지’이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생명을 지키고(정작 아내와 딸은 죽고)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다른 수컷(으로 짐작할 가능성이 높은 펭귄)이 성장하도록 길을 터주고. 이런 맥락에서 이 이야기는 '수컷 성장 서사'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모든 설정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의도였다면 그 의도는 성공이다. 돌봄과 교육에 무관심한 아버지들을 일깨우고자 하는 의도였다면, 그 의도는 성공일까? 수많은 질문들 앞에 독자들이 그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문제를 성찰할 수 있을지, 또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그럴 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가. 애초에 동물에 빗대어 인간의 욕심과 세태를 풍자하려고 했다면, 연대를 통해 감동을 주려고 했다면, 왜 코끼리와 코뿔소와 펭귄이 ‘자유롭게’ 어우러져 살지 못하는가? 이야기 속 어린 펭귄은 같은 종인 펭귄 무리를 찾아 거기에 속할 것이다.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가 인종차별주의를 보여주는 동화라는 사실을 아는가? 삐딱한 눈을 가진 나는 이야기 곳곳에 물음표를 찍는다. 감동적인 이야기예요, 라고 쓰고 넘어갈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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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1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삐딱한 시선 너무 좋아요. 그런 삐딱한 눈이 있어야 다음에 더 좋은 작품이 나오고 그 삐딱함을 수용할 수 있는 힘도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

난티나무 2022-07-19 01:34   좋아요 0 | URL
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힘이 나네요.^^
편향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앞으로도 삐딱해 보겠습니다~!!^^
 
[eBook] 마음에 없는 소리
김지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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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읽고 있는 순간보다 읽은 후 오래도록 잔상이 어른거리는 소설이 있다. 별것 아닌 소재인 듯 보이는데 곱씹을수록 그 안의 감정들이 피어오르는 소설이 있다. 그렇지,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불현듯 그 감정이 내것임을, 내가 가졌고 느꼈던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소설이 있다. 김지연의 단편집 <마음에 없는 소리>가 그랬다. 



「우리가 해변에서 주운 쓸모없는 것들」 

사랑과 쓸모없음. 사랑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쓸모없는 감정들. 욕망과 현실. 직시와 회피. 사랑과 배려. 이런 것들이 계속 떠오르는 단편이다. 

* 따로 쓴 감상 → https://blog.aladin.co.kr/nantee/13749711




「굴 드라이브」 

암컷 굴이 알을 수천만 개 낳는다고, 몰랐다. 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필리핀 여성 미셸이다. 


""서울에는 언제 갑니까?"

"내일 저녁요."

"나도 데려가세요."

"네?"

나는 깜짝 놀라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 말이 완전히 진심인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농담이에요. 앞에 보세요."

미셸은 농담이라며 웃어넘겼다. 농담이라는 말은 참 간편하다. 모든 말들을 금방 가볍게 만들어버린다."


미셸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혼자 생각한다. 제목이 굴 드라이브,이니 나는 내맘대로, 굴 드라이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 미셸에게 더 마음 써서 읽었다. 어릴 때 나를 싫어했던 친구가 용서해줄 수 있냐고 묻는 말에 아니,라고 대답하는 화자도 마음에 들었다. "씨발...... 하여튼 맘에 안 들어. 이러니까 싫어했겠지......" 라고 말하는 친구도 좋았다. 소설을 끝맺는 문장들도 좋았다. 화자가 고향에 내려가면 꼭 미셸과도 친구했으면 좋겠다. 




「결로」

중고 직거래는 신경쓸 일이 많다. 중고 거래를 떠올리니 당근마켓이 해외로 진출했다는 기사가 생각난다. 이 단편은 중고거래 자체에 방점을 두지 않는다. 거래를 기다리며 길에서 만난 여자들 이야기다. 치매, 노화, 여성, 그들의 세월, 그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돌봄노동이 딸에게 부여되고 있다는 점이, 현실이 그러하지만 그래도 찜찜하다. 이젠 소설에서도 늙은 어머니를 돌보는 남성을 보고 싶다. 세심하게 신경쓰고 잘 돌보는 남성의 모습이 일상인 세상. 소설에서 "그건 재활용해야 돼!"하고 외치는 여인의 마음을 내가 너무 잘 알아서 살짝 신경질이 났다. 이런 모습을 남성에게서도 보고 싶다. '나'는 사이가 좋지 않은 동생을 죽었다고 설명하는데 와, 놀람과 동시에 감동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물건을 판 사람은 기다리기로 한 그 사람이 누군지 몰랐을 테지만 나는 또 내맘대로 그가 화자의 동생이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그러면서 역시 그 사람이 누군지 몰랐을 화자가 그 물건을 사서 정말 다행이라고 혼자 들떠했다. 




「작정기」

이 단편에는 실제 죽음이 나온다. 예상하지 못한 죽음이고 그래서 이전의 상황에 그 죽음을 대입해보는 일이 화자에게는 어쩌면 애도의 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원진'이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된 이유가 할아버지의 장례식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또다른 복선일지도 모르겠고. 우연과 시간이 겹쳐지고 현실과 환상이 겹쳐지고 '나'와 원진이 겹쳐지고. 의도치 않았지만 같이 오지 못한 친구를 죽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일도. 


"나는 굳이 바로잡지 않았다. 바로잡았어야 했을까? 그것은 어떤 빌미가 되었을까. 누군가 원진을 이미 죽은 사람으로 간주해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이 원진의 죽음을 재촉하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미신적이고 원진에게도 옳지 못하다. 그런데도 그런 자책감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물리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이 세계가 물질로 가득차 있고 설명 가능한 공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으로 내 죄를 만회하려고 한다. 그런 건 물리로 설명할 수 없으니까 가능하지 않다. 사실 그건 죄도 아니지 않나. 내가 원진을 죽인 것도 아니고 죽음을 사주한 것도 아니고 단지 말을 옮기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뿐이다. 내 죄라고 할 만할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자책하는 것은 원진이 이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날 야키토리 가게에서 유코와 남자가 원진을 죽은 사람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가벼운 해방감을 느꼈다는 것을 나 자신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나약한 말들」

내가 생각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은 나를 생각해주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으로 나를 봐주는 사람은 없다. 이 단편에도 역시 죽음이 있고 관계의 일상이 있다. 추억이 있고 애도가 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이 단편을 읽을 때 집중력이 흐려졌었나 보다. 가장 불분명하게 기억이 남아 있다. 다시 읽어봐야 겠다.


"난 너를 알아, 내가 왜 몰라? 나는 너를 아주 잘 알아,라고 말해주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혜수는 자신을 잘 모른다고 말했고 정은은 마치 이 세상에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사람처럼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날 밤 정은은 아주 괴로웠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면 자신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완전히 미쳐버린 채로 잠에서 깰 것이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모를 거라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를 거였다. 그래서 잠들 수가 없었다. 졸음이 밀려왔는데 잠들면 안 될 것 같았다. 잠들기 싫어서 엉엉 울었다. 우는 건 체력 소모가 많은 일이었고 결국 울다 지쳐 잠들었다. 창밖의 파르스름한 빛이 조금씩 방안까지 스미고 야단스러운 새소리에 서서히 정신이 돌아왔을 때에야 정은은 여전히 자기 자신인 채로 잠에서 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도감 속에서 정은은 또 울었다. 그렇게 한동안은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우는 것이었다. 그래도 어느 날에는 완전히 미쳐버리겠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결국엔 미쳐버릴 거야.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런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정은은 미칭 수 있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학습한 규칙을 따르며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었다. 




「마음에 없는 소리」


"우리가 불행을 극복하는 방식은 태연해지는 것이었다. 낫는다는 것을 믿고 그 미래가 이미 도래한 것처럼 굴기. 그렇게 하면 반복되는 불행들을 점점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었다." 


청년 아닌 청년. 중년 아닌 중년. 이맘때쯤이면 이 정도는 하고 이 정도는 갖고 살고 있어야지, 너는 입때꼇 뭐했니, 남들 다 그렇게 살 때 너만 왜 그러고 있니, 제대로 살아,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야? 이런 말들이 뒤통수에서 들리는 듯하다. 내내 들어왔던 말들,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귀로 듣는 것만 같은 소리들, 눈빛들, 태도들. 이십대 아니고 삼십대 아니라도, 아마 죽기 전까지 그런 말을 들을 것이다. 오지랖은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소설 속 경상도 사투리가 친근해서 음성 지원이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울기 시작할 때」

죽음이다. 이번 죽음은 조금 다르다. 죽음이 글자 속에, 사람들 속에, 스며들어 있다. 사람 그 자체다. 마침 이 단편을 읽기 전에 죽으면 마음은 어떻게 될까,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터라 아래와 같은 구절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죽는다는 건 어쩌면 그냥 마음이 산산이 흩어지는 건지도 모르지. 

다른 누군가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 

처음에 기능을 다하는 건 몸뿐이지만 그렇게 되면 마음이 머물 곳이 없어지니까 마음은 산산이 흩어질 수밖에 없지. 그러면 너라고 할만한 것은 완전히 사라지고 마는 거야. 너는 여러 마음들의 집합체 같은 거라서." 



소설 초입부에 등장한 인물 '삼'을 맞닥뜨렸을 때엔, s*o님 글에 자주 등장하는 동명인물이 떠올라 웃었다. "...어쩔 수 없이 몇 번 삼이라고 불러주었고 나중에는 그게 너무 익숙해져서 진짜 이름을 까먹어버렸다"는 문장에서도 웃었다. 그렇지만 그 다음부터는 웃을 수가 없다. 


"삼은 큰돈을 꾸고 갚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가족 중 누구 하나가 불치병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살아남으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행을 극복하려면 돈이 많을수록 유리하다고 말했다. 가난은 일종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소할 수 있는 이 질병을 불치병으로 키우는 것이 국가라고 말했다. 나는 그걸 누가 몰라, 하고 대꾸했다. 하지만 삼은 국가가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뉴스를 보지 않았고 선거철이 되어도 투표하지 않았으며 자기가 힘을 보태 사회의 어떤 부분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저 열심히 회사에 다니며 채무자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하고 집으로 찾아가 추심명령을 전달했다. 삼은 그때마다 자신이 채무자들을 비난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왜 아직도 가난한 거야, 하고. 그러는 삼도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스스로 답을 내릴 수가 있었다. 이십사 시간 동안 일만 한다고 해도 그저 살아있느라 드는 비용을 충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삼의 결론은 그래서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삼은 병의 발생이 의지와 관련된 것처럼 말했다." 


소설 속 화자의 이야기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몰입하다가 화들짝, 다시 소설 도입부를 떠올리는 순간이 온다. '스포일러 포함'에 체크했지만 그래도 말하면 안 될 것같다. 나만 놀랐을 수도 있다. 




「사랑하는 일」 

"우리가 이렇게 서로 사랑하는데 굳이...... 섹스까지 해야 할까?"

이 문장을 만났을 때 이 단편이 좋아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지배하는 관념인 이성애 이데올로기, 삽입 섹스가 유일하고 정상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슬쩍 비틀어 꼰 방식이 유쾌했다. 때로 직설적이기도 하다. "몰라. 좆 달린 거 빼면 좆도 없는 것들이 여자 잘 만나고 다니는 거 보면 짜증나. 좆 너무 과대평가되어 있어." "그건 인정." 

어이없이 웃기기도 한다. "그니깐요. 언닌 진짜 좋겠어요. 한남이랑 결혼할 일은 없잖아요. 최고로 부러워. 저도 여자나 만날 수 있었으면 했다니까요." 

응원과 지지에 대한 입장 차이 같은 것도. "그러니까 나는 네가, 시스젠더 헤테로 남성인 네가, 자라는 내내 나와의 가정 내 이권 다툼에서 늘 교묘히 우위를 점하던 네가, 나와는 접점이 거의 없어 십 분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는 게 무리인 네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생각이란 걸 하든 말든, 이해를 하든가 말든가, 응원이고 나발이고 아무 관심이 없었지만, 정말 어쩌라고 싶었지만," / "물론 그게 다 얘가 동성연애 시작하기 전의 일이지만요...... (그때 나는 옆 테니스코트의 언니를 짝사랑해서 혼자서도 맨날 벽 치기를 하러 갔었다.) 근데! 나는 그거 다 이해해줍니다! (예예, 감사합니다.) 이놈의 대한민국에서 나 같은 애비가 몇이나 되겠어요?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시기상조다 이 말이지요. (그놈의 나중에!)" 

그러니까 이 단편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랑, 뭘까. 


""근데 있지." 

"어."

"나도 사랑 같은 게 뭔지 잘 모르겠어." 

그 말을 듣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공원에서」 

마지막 단편은... 역시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이 얽혀 있다. 앞의 단편들도 그랬다. 주된 흐름은 있지만 거기에 여러 문제들이 일정한 방향도 속도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물려있다. 단어들을 늘어놓으니 상황이 단어 안에 규정되는 듯해 지웠다. 그렇게 늘어놓기엔 너무... 기분나쁘게 잘 짜여진 현실이다. 


"여자가 새로 결혼한다는 단어가 왜 없어? 재가도 있고. 찾아봐, 더 있을걸? 너 지금 너무 한 생각에만 빠져 있어. 그냥 결과를 정해놓고 그 결과로 갈 수 있는 길만 생각하는 꼴이라고. 다른 건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를 않잖아." 

"악! 아악! 악!'

나는 기영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아무 뜻 없는 비명을 질렀다. 계속 질렀다. 기영의 말을 멈추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설명하고 싶었다. 그런데 말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비명이 내가 느끼는 감정과 가장 흡사했다.

... 

나는 기영이 판정관이나 심문관처럼 굴지 말고 그냥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했다. 내 말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했다. 팔짱을 끼고 어디 책잡을 데가 없나 따져보기 전에 일단 경청부터 해줬으면 했다. 실수 하나에 나를 의심하지 말고 우선은 믿어줬으면 했다." 


이 상황, 너무 익숙하고 잘 아는 상황.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이해하고 또 이해받으려는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는 최고의 방법은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랠프 니콜스 

"잘 듣는 것은 입을 다무는 것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반응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다." - 앨리스 두어 밀러 


다른 책('아티스트웨이'인용구)에서 가져온 문장이지만, 이게 안 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소설 속 남자처럼. 이것뿐 아니라 다른 부분들도 모두 익숙하다. 익숙해서 부르르 하게 된다. 



***

단편들 모두가, 관계에서 미묘하게 흐르는 감정선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단편들을 하나로 꿰뚫는 굵직한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내 비밀의 감정 같은 것들이다. 말로 뱉지 않았지만 느껴버리고 말아서 금이 가고 멀어지고 다시 사랑하게 되는 그런 것들이다. 그것은 죽음이고 농담이고 그리움, 사랑, 두려움, 환멸 이기도 하다. 관계에 있어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자세는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 우리가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 작가의 소설들은 그런 작업의 일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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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7-16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 제목들도, 다 좋네요.

굴 드라이브, 뭔굴? 하다가 수천만개 알? 믿을까 말까?하면서 호기심 같이 생기네요^^

난티나무 2022-07-17 05:1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어요. ㅎㅎㅎ 수천만 개… 검색해보다가 말았어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