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회차(7~8회)에 관한 이야기.
왜, 라고 질문하기.
애인이 임신을 했다. 둘은 헤어질 계획이다. 자의든 타의든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젊은 날의 실수,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우(영우의 아버지)는 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기를 선택했을까? 그것이 진정 그의 선택이었을까? 왜? 드라마는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무조건적인 부성? 모성도 무조건적으로 그려지니까? 그럼 이 경우에는 무조건적인 부성이 타당한 것이고, 그 무조건적인 모성이 없어서 우영우를 낳은 태는 비난받아 마땅한가? 짧게 그려진 장면에서 우는 태에게 사정한다. 제발 아이를 낳아달라고, 내가 키운다고, 모든 걸 포기하고 키우겠다고. 왜? 그토록 절절한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 때문에 학업도 커리어도 모두 포기하겠다는 그를 태는 왜 뿌리치지 못할까? 어째서 아기를 낳았을까? 도대체 무엇을 위한 출산인가? 어쩌면 우는 태가 낳을(은) 아이에게 태를 투사한 것은 아닌가?
이번주 회차들에서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캐릭터로 변해버린 영우의 아버지. 오해 없이는 드라마 서사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불문율처럼 되어버린지 오래지만, 드라마의 틀을 깨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이 드라마에서조차 이런 장면들을 보게 되다니 씁쓸하다. 딸을 그렇게 애지중지 생각한다면 회사로 찾아가지 말았어야 했다. 성급하게 말을 던지지 말았어야 했다. 오히려 이런 장면들이 젊은 날 그의 행동을 설명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뒤늦게 생각했다. 그러나...
가장 열폭한 장면은 딱 하나로 집어낼 수 없이 '엄마가 버렸'다고 말하는 모든 장면들이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대로라면 태는 아이를 버리지 않았다. 안 그래도 아이를 '버리는' 건 엄마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모성애도 없는 사람이 엄마냐고, 그렇게 이미지가 재현되는게 여전한데 말이다. 아빠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상황을 뒤집으면 역시 버리는 건 엄마, 저 아빠는 훌륭하다, 식의 편견을 조장할 수도 있는 거다. 똑부러지게 생각하는 우영우조차 '엄마가 날 버렸'다고 생각한다. 모든 엄마들에게 모성애가 있다고 말하는 것도 착각이지만 아이를 버리는 건 늘 엄마라는 설정도 무서운 편견&식상함이다. 우리가 버려야 하는 건 고정관념들이다. 아이를 '버린다'는 말은 그만 써야 하지 않을까. 엄마들과 그들이 곁을 떠난 모든 아이들을 하나의 테두리에 가둬버리고, 모든 엄마는 물론 아이들에게조차 죄책감을 심어주기 딱 좋은 단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