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남이 써놓은 책을 읽는 것보다 즐겁다는 것을 알게 해준 재봉틀과 바느질. 사실은 이것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류머티즘으로 손과 손목의 장애를 점점 더 의식하게 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팥을 넣은 저 눈찜질팩을 만드는 일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손톱으로 천을 접고 누르는 과정에서 손목을 비틀 때 외마디 비명이 나오곤 했다. 그래도 누군가를 기쁘게 할 생각에 재봉질은 즐거운 놀이가 되어 주었다.

 

팥을 씻어 말리고, 안감으로 사용할 광목을 빨아서 말린 후 다림질하고, 겉감과 안감을 재단하고, 완성한 것을 친구들에게 소포로 부치고...하는 일련의 과정이 수고로웠으나 즐거웠다. 전자레인지에 30~40초 데워서 눈에 얹으면 눈이 시원해지고 잠도 솔솔 온다. 나만의 생각인가? 친구라는 죄로 자신의 의지에 상관없이 저걸 받은 친구들은 또 무슨 죌까? ㅎㅎㅎ

 

 

 

 

 

 

 

코엑스 박람회에 갔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저 작은 소창손수건. 소창으로 손수건을 만드는 게 신기해서 소창의 쓰임새를 알아보다가 결국엔 재봉틀까지 구입했다. 재봉틀을 구입하고 보니 그 다음은 일사천리로 바느질 놀이다. 올해는 그렇게 지나갔다.

 

커튼>소창행주>소창스카프>삼베 수세미> 홈패션> 티셔츠와 바지>강아지 옷>눈찜질팩

 

 

책 보다 여행이 즐겁고, 책 보다 바느질이 시간이 잘 가지만 그래도 언제나 마음은 태양이 되는 것은 책일 터. 내년엔 책 좀 성실하게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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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12-30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찜질팩에 정성이 가득하고 넘나 이뻐서 작품같네요! 새해에는 건강회복하셔서 즐거운 독서하시길 바랍니다!

nama 2020-12-30 18:19   좋아요 0 | URL
뭔가에 빠지면 힘든 줄도 모르지요. 새해에는 좀 더 밝은 눈으로 살아야겠어요.
감사합니다.^^

hnine 2021-01-02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지금 바느질과 책 둘 중에 선택하라면 바느질을 택하겠습니다.
그게 훨씬 정신 건강에 좋고, 결과물이 생기고, 성취감이 있으니까요.
팥 들어간 눈찜질팩이 좋다고 말로만 많이 들었는데, 만드셨군요.

2021-01-04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5 0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5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올해 꾸역꾸역 읽은 책. 읽다보니 '서점'이라는 주제가 되었다. 딱히 여행이라기도 뭐한 나들이 삼아 몇 군데 다녀온 곳도 대부분 서점이었다. 열정을 논하기에는 부끄럽고 게으르지만 여튼 책으로나 여행지로나 서점을 기웃기웃하던 한 해였으니 정리를 해야겠다 싶다.

 

 

 

 

 

 

 

 

 

 

 

 

 

 

그간 사놓고도 읽지 않은 채였는데 '서점'이란 주제에 구미가 당겨 읽어보니....이쪽 분야로는 선구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그렇지만 책도 인연이 되어야 만나게 되나보다.

 

 

 

 

 

 

 

 

 

 

 

 

위의 <작은 책방...>을 쓰신 분들이 쓴 책이다. 책방 개업을 염두에 두고 유럽의 책방들을 순례한 이야기로 서점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소소한 얘기가 소박하면서도 풋풋하게 다가왔던 책. 오래오래 책방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저자가 운영하는 '생각을 담는 집'이라는 책방에 다녀오기도 했다. 멀리서 왔다고, 특히 머리 허연 양반들이 왔다고(이건 내 생각) 텃밭에서 키운 상추를 한아름 주시기도 했다. 그 상추 때문에도 잊을 수 없는 책방이다. 

 

 

 

 

 

 

 

 

 

 

 

 

 

 

 

책방을 연다면 실제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 약간 재미없는 책이나 운영의 노하우면에서는 필요할 듯하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샀지? 혹시 책방 해보려는 마음이....

 

 

 

 

 

 

 

 

 

 

 

 

 

 

 

 사회학자 노명우의 니은서점 이야기. 이야기에 홀려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팔로우하게 되었다는... 알라딘에서 구매하는 관행을 깨고 니은서점에서 책을 구매해볼까.... 내 약한 마음을 갈등으로 몰아넣고 있다, 요즈음.

 

 

 

 

 

 

 

 

 

 

 

 

 

 

 

니은서점에 소개된 책.  일본소설이 주는 잔잔함과 소박함을 즐긴다면 읽을 만하겠다. 내 성질엔 좀 안 맞지만.

 

 

 

 

 

 

 

 

 

 

 

 

 

 

역시 니은서점에 소개된 소설.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같은 꾸민 이야기에 구미가 당기지 않을 때, 그런 기분이 드는 책.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스토리보다도 요양원 생활을 담은 부분인데 머지않은 내 모습이 연상되어서일까?

 

 

 

 

 

 

 

 

 

 

 

 

 

 

 

가장 최근에 읽어선지 가장 가슴에 남는 책.  책과 서점에 대한 열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식당보다 서점 운영이 더 힘들다는 말에 '책방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을 접게 될지도...경주에 가게 되면 일부러라도 들러봐야할 서점, 어서어서 서점.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분들이 쓰신 책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일이 작은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서 기꺼이 구매하게 된 책들. 이런 책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책방을 연다면?' 하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곤 했으니 고맙기 그지없는 책들이다.

 

 

 

한 권을 빠트렸다. 일본 작가로 독립서점의 원조쯤 되는 분이다. 가장 인상 깊게 읽었는데 하마터면 기록이 빠질 뻔 했다.

 

 

 

 

 

 

 

 

 

 

 

 

 

 

소개하자면,

마쓰우라 야타로:' 1965년 도쿄 출생. 카우 북스 대표. 문필가. 열여덟 살 때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의 서점 문화, 그리고 사진집과 아트북, 고서적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1996년에 귀국한 뒤, 서점 '앰앤드코 북셀러스'를 열었으며, 트럭을 이용한 이동 서점을 시작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책 날개 인용)

 

일찌감치 주류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개척한 사람이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이 분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다. (p.290)

 

'그리고 해외를, 그 자유를, 그 시대를, 피부로 아는 사람으로,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 책에서 구원을 찾고, 책과 한 몸이 되어 산 적이 있었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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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2-30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세요, 서점!!! 너무 잘 하실 것 같아요. 저 혼자 벌써 어떤 책방의 주인이 되실까 막 상상하게 되네요. ^^;;

nama 2020-12-30 18:20   좋아요 0 | URL
백수로 지내다보니 노는 게 제일 좋으니 어쩌지요? ㅎ
 

 

새벽 4시 30분

지르르르, 지르르르...

한 세트에 16번 울려대는 모닝콜 진동소리는

세 세트를 넘어 네 세트 다섯 세트로 이어진다.

저 숫자를 끝까지 세어봐야지.

16×5= 80

80번의 지르르르는 인내심이 바닥에 닿는 소리.

 

빨리 일어나 일하러 가셔야지요.

제발 일어나서 모닝콜을 꺼주세요.

새벽잠 깨우지 말란 말이에요.

제길...

 

윗층일 확률이 높다.

각 방에 흩어져 있는 식구들이 모두 진저리칠 정도로 집안이 진동하니까.

윗층으로 뛰어갈까, 관리실로 달려갈까.

층간소음으로 살인도 일어난다는데...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일하러 가는 사람도 있는데

그깟 소음.

에이, 참자.

 

이튿날 새벽

어김없이 울려대는 진동소리

 

새벽에 일하러 가시는 분께 아룁니다.

차마 어려운 부탁인데요.

새벽 4시 30분에 울려대는 모닝콜 진동소리에 저희 식구들이 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집안 전체가 울리거든요.

그러니 진동소리를 삼가주시거나 아니면 빨리 일어나주세요.

죄송한 마음으로 아룁니다.

 

엘리베이터에 붙일 호소문도 써봤다.

이걸 들고 관리실로 먼저 찾아가는 게 나을까.

중재가 가능할까.

 

바로 며칠 전

윗층 사람들이 드디어 이사를 갔다.

초등생 남자 아이들 셋을 둔 여자는

큰 집으로 이사간다며 연신 싱글벙글했다는데

우리가 더 싱글벙글했다.

소음에서 해방! 만세!

 

춥다.

날마다 기온은 내려가는데

사람이 살지 않는 윗층의 냉기는

우리집 보일러에서 뿜어내는 온기를 가차없이 빨아들인다.

보일러 가동시간을 늘리며 생각한다.

윗층 사람들 덕분에 그래도 덜 추웠었구나.

새벽 모닝콜 진동소리에 새벽부터 두뇌를 회전시킬 수 있었구나.

분노와 연민의 두뇌운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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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구입하게 될 줄이야.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라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올 줄이야. 코로나로 사방이 막혀버린 듯한 상황에서 그래도 꿈틀거리면서 살고 있다는 방증. 강아지 옷 만드는 게 뭐 특별하다고, 강아지 옷이 또 뭐 특별할 게 있다고 저런 제목을 붙였을까.

 

 

 

안 입는 기모후드티셔츠를 재활용했다. 강아지를 입양한 기념으로 딸아이가 디자인한 강아지 캐릭터가 들어간 주문제작 셔츠인데 과감하게 가위를 댔다. 캐릭터라도 살리자고.

 

후드가 들어간 강아지 옷은 실용적이지 않다. 후드 때문에 강아지의 머리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진다. 소매가 달린 옷도 부자연스럽다고 한다.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 옷을 만들 때 인간본위가 아니라 강아지 본위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럼 저기 등허리에 달린 주머니는 뭐람? 그건 배변봉투 보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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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12-09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강아지 캐릭터도 넘 귀엽고 옷도 딱 맞춤이라서 사랑스러워요! 주머니도 센스 짱!이세요~!

nama 2020-12-10 08: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주머니로 후드티 분위기를 살려볼까 해서요.

서니데이 2020-12-09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a님 댁 강아지는 엄마가 예쁜 옷 많이 만들어주셔서 좋겠네요.
예쁜 옷보다 실용적이고 편안한 옷이 더 좋을 것 같은데, 잘 맞는 옷이 되어서 좋은 것 같아요.
nama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nama 2020-12-10 08:26   좋아요 1 | URL
얼마 전 세 시간 정도 강아지를 잃어버린 사건이 있었어요. 눈 앞이 캄캄해지더라구요. 강아지로선 옷보다 사랑이 더 필요할 듯해요.
감사합니다.^^

막시무스 2020-12-09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아지도, 강아지캐릭터도, 강아지 옷도 너무 이쁘고 멋지네요!ㅎ

nama 2020-12-10 08:2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강아지 키워보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새록새록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강아지 옷을 만들고 있을 줄이야....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을 하고 있네요. ㅎㅎ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견디며 살고 있다는 것. 오늘도 바느질 놀이.

다음은 그간 만들었던 강아지 옷이다.

 

 

 

 

 

 

 

 

 

 

 

 

늘 부족한 부분만 눈에 들어온다. 아직도 한 15% 정도 부족한 듯하다. 강아지 입양한 지 만 2년이 지났는데 달라진 건, 강아지 옷과 사람 옷을 세탁기에 한꺼번에 넣고 돌린다는 점이다. 쉽지 않은 변화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강아지 옷 만들며 중간중간 읽은 책? 이 책 읽으며 중간중간 강아지 옷 만들었나?

하여튼 우리의 주인공 올리브가 직접 자기 손으로 자켓을 만들어 입었다는 부분이 눈에 확 들어왔다. 

 

강아지 병원 데리고 갈 시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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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0-12-01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뜨개질, 바느질, 이런거 배우고 싶어서 기웃거리고 있어요.
만드신 강아지옷 모두 너무 예뻐요.

nama 2020-12-01 09:35   좋아요 0 | URL
재봉틀 세계에 입문하고보니 세상이 온통 바느질로 되어 있더라구요. 실용적인 면에서는 뜨개질보다 바느질이 낫지 않을까 싶어요. 활용할 수 있는 폭도 넓고요.
이런저런 소품을 바느질 강좌에서 배웠는데요, 배움을 바탕으로 스스로 만들어보는 게 훨씬 재미있어요. 강아지옷 만드는 과정도 있는데 이건 고급코스라고해서 초보자에게는 난색을 표하더라구요. 몇 과정을 더 거쳐야 배울 수 있어요. 그래서 안 입는 강아지옷을 분해, 그걸 패턴으로 삼아서 만들었어요. 만들다보니 요령도 생기고요. 물론 와중에 바늘을 부러뜨리기도 하고 자동실끼우기 부분을 고장내기도 하고요. 바느질 세계, 다채롭고 흥미로운 분야라고 생각해요.^^

라로 2020-12-0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워요!! 덕분에 강아지 페셔니스타 탄생!! ^^ 나마 님의 실력이 늘어가시는 것이 막 보입니다!!^^
저도 언급하신 부분 읽고서, 올리브의 다른 면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다정한 면이면서 섬세한 면이라고나 할까요? ^^; 그런데 사실 올리브가 처음부터, 그러니까 [올리브 키터리지] 때부터 섬세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nama 2020-12-01 16:08   좋아요 0 | URL
올리브는 직선과 곡선을 두루 갖춘 인물이지요. 정곡을 찌르면서도 정곡에 정직하게 찔리기도 하는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성격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책 또 없나요? ~~~

2020-12-09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9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1 0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