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남이 써놓은 책을 읽는 것보다 즐겁다는 것을 알게 해준 재봉틀과 바느질. 사실은 이것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류머티즘으로 손과 손목의 장애를 점점 더 의식하게 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팥을 넣은 저 눈찜질팩을 만드는 일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손톱으로 천을 접고 누르는 과정에서 손목을 비틀 때 외마디 비명이 나오곤 했다. 그래도 누군가를 기쁘게 할 생각에 재봉질은 즐거운 놀이가 되어 주었다.
팥을 씻어 말리고, 안감으로 사용할 광목을 빨아서 말린 후 다림질하고, 겉감과 안감을 재단하고, 완성한 것을 친구들에게 소포로 부치고...하는 일련의 과정이 수고로웠으나 즐거웠다. 전자레인지에 30~40초 데워서 눈에 얹으면 눈이 시원해지고 잠도 솔솔 온다. 나만의 생각인가? 친구라는 죄로 자신의 의지에 상관없이 저걸 받은 친구들은 또 무슨 죌까? ㅎㅎㅎ
코엑스 박람회에 갔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저 작은 소창손수건. 소창으로 손수건을 만드는 게 신기해서 소창의 쓰임새를 알아보다가 결국엔 재봉틀까지 구입했다. 재봉틀을 구입하고 보니 그 다음은 일사천리로 바느질 놀이다. 올해는 그렇게 지나갔다.
커튼>소창행주>소창스카프>삼베 수세미> 홈패션> 티셔츠와 바지>강아지 옷>눈찜질팩
책 보다 여행이 즐겁고, 책 보다 바느질이 시간이 잘 가지만 그래도 언제나 마음은 태양이 되는 것은 책일 터. 내년엔 책 좀 성실하게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