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골생활 중 가장 겁나는 생명체는 눈초파리이다. 새벽이나 해 저물 무렵 집 밖으로 나가면 어김없이 눈 주위를 맴도는데 운이 나쁘면 눈 속으로 퐁당 들어오기도 한다. 작년 여름, 눈초파리 습격으로 안과를 찾아서 속초까지 갔었다. (양양에는 안과가 없다.) " 제 눈이 큰가 봐요. 눈초파리가 눈에 들어왔네요." 했더니 의사 왈 "ㅎㅎ 눈을 작게 뜨고 다니세요." 그래서 내가 세운 대책은? 바로 선그라스. 눈가에 착 달라붙는 스포츠용으로 날벌레의 접근을 막아주는데, 연전에 산책길에 눈에 들어간 날벌레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장만한 것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내 눈은 날벌레에겐 호수 같이 맑고 드넓어 보이나 보다. 아니 날벌레들이 눈 분비물을 좋아한다니 내 눈은 탁하디 탁할 뿐인가.
눈을 혹사시키면서 책을 읽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사색기행>을 떠올리게 하는 책.
깊이와 넓이, 질과 양을 만족시키는 책.
헌책방으로 직진하지 않고 내 서가에서 살아남을 책.
무더위와 힘겨루기 하면서 끝까지 읽게 되는 책.
한두 꼭지는 도중하차해도 양해할 수 있는 책.
완독하느라 지쳐서 빨리 서가에 꽂아놓고 싶지만 그래도 손 놓기 아쉬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