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30분

지르르르, 지르르르...

한 세트에 16번 울려대는 모닝콜 진동소리는

세 세트를 넘어 네 세트 다섯 세트로 이어진다.

저 숫자를 끝까지 세어봐야지.

16×5= 80

80번의 지르르르는 인내심이 바닥에 닿는 소리.

 

빨리 일어나 일하러 가셔야지요.

제발 일어나서 모닝콜을 꺼주세요.

새벽잠 깨우지 말란 말이에요.

제길...

 

윗층일 확률이 높다.

각 방에 흩어져 있는 식구들이 모두 진저리칠 정도로 집안이 진동하니까.

윗층으로 뛰어갈까, 관리실로 달려갈까.

층간소음으로 살인도 일어난다는데...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일하러 가는 사람도 있는데

그깟 소음.

에이, 참자.

 

이튿날 새벽

어김없이 울려대는 진동소리

 

새벽에 일하러 가시는 분께 아룁니다.

차마 어려운 부탁인데요.

새벽 4시 30분에 울려대는 모닝콜 진동소리에 저희 식구들이 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집안 전체가 울리거든요.

그러니 진동소리를 삼가주시거나 아니면 빨리 일어나주세요.

죄송한 마음으로 아룁니다.

 

엘리베이터에 붙일 호소문도 써봤다.

이걸 들고 관리실로 먼저 찾아가는 게 나을까.

중재가 가능할까.

 

바로 며칠 전

윗층 사람들이 드디어 이사를 갔다.

초등생 남자 아이들 셋을 둔 여자는

큰 집으로 이사간다며 연신 싱글벙글했다는데

우리가 더 싱글벙글했다.

소음에서 해방! 만세!

 

춥다.

날마다 기온은 내려가는데

사람이 살지 않는 윗층의 냉기는

우리집 보일러에서 뿜어내는 온기를 가차없이 빨아들인다.

보일러 가동시간을 늘리며 생각한다.

윗층 사람들 덕분에 그래도 덜 추웠었구나.

새벽 모닝콜 진동소리에 새벽부터 두뇌를 회전시킬 수 있었구나.

분노와 연민의 두뇌운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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