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12
최열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익중의 <한국탈핵>을 읽고 느낀 바가 많아, 아이들에게 읽히기 위해 이 책을 구입했다. 10대를 위한 책이다보니 내용은 쉬운데, 허구헌날 영어, 수학 공부에 지친 아이들이 과연 이 책을 손에 들까 싶은 의구심이 든다. 지극히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웬만한 이야깃거리에 꿈적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탈핵이야기야말로 굉장히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른다. 기대 반 우려 반, 일단 내가 먼저 읽고 학급문고에 꽂아놓기로 한다.

 

20대 진입을 앞둔 딸아이는 방사능 내폭에 대한 우려가 내 생각보다 훨씬 깊다. 수입 생선을 먹지 않을 뿐더러 어쩌다 이용하는 코스트코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코스트코의 상품 중 일본에서 공수되는 것이 많다는 등(사실 여부는 모르겠지만) 방사능 피폭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 아이들은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앞선 생각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책을 과연 아이들이 읽을까 하는 것도 괜한 기우일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침을 받을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도 내 직업적인 관성일 것이다. 말을 잘 듣는 아이들로 길들이는데 나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개 버릇 남 주지 못한다고, 이 책을 대강 넘기다가 내려놓을 녀석들을 위해 시각적인 관심을 끌 목적으로 책에 밑줄을 그어 놓는다. 최소한 줄 친 부분이라도 몇 구절 눈길을 사로잡지 않을까 싶어서다.

 

p.29  핵발전소의 수명은 40년 안팎이에요, 핵폐기물은 10만 년을 계속 갑니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보면 3000세대의 후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예요. 약 40년 동안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서 그 위험한 물질을 수천 세대에 걸쳐 남겨 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p.57  (후쿠시마 핵) 사고로 인한 방사는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요? 후쿠시마를 중심으로 일본 국토의 약 70퍼센트가 오염되었어요. 도쿄를 포함한 20퍼센트 정도가 고농도의 오염 지역입니다. ..고농도 오염 지역이 남한 넓이와 비슷해요.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한국에서 핵 사고가 나면 우리나라 전체가 오염된다는 뜻입니다.

 

p. 60 세계에서 핵발전소가 가장 많은 나라는?...밀집도로 치면 한국이 전 세계 1위입니다...핵발전소의 수가 사고확률을 높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사고를 유발하는 또 다른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핵발전소의 나이입니다...우리나라에도 수명을 연장한 핵발전소가 있습니다.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입니다. 모두 지은 지 30년이 넘은 시설들이에요. 바로 옆 일본에서 사고가 났는데도 폐쇄는커녕 안전성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재운전을 강행합니다.....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핵발전소 사고가 몇 번이나 일어났을까요?...정확하게는 653번이에요.

 

p.71  재생에너지...미국은 전체 생산 에너지 중에 재생 에너지 비율이 11.6퍼센트예요..재생 에너지 생산이 제일 적은 나라가 20퍼센트 수준입니다. 자그마치 70퍼센트가 넘는 나라도 있어요. 그럼 우리나라는요? 네, 1퍼센트가 채 안 됩니다. OECD국가 중 지난 2년 동안 재생에너지 생산이 줄어든 유일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 밖에,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어디에도 안전한 방사능은 없다, 탈핵을 선언한 독일 에너지 정책에서 배워야 한다, 탈핵은 양심의 문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투하로 우리 민족 7만 명이 피폭 당하고 4만 명이 죽었는데 이런 비극적인 사실을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다,....결국 탈핵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며, 전 세계적으로 핵발전소는 사양 산업이며, 위험할 뿐만 아니라 윤리적이지도 않고 이익도 되지 않는다.

 

 

'사고공화국'에서 살고 있지만 제발 핵발전소 사고만큼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물정의 사회학 - 세속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지음 / 사계절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이 좀 더 잘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동공단
마영신 지음 / 새만화책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인천의 남동공단에 위치한 한 병역특례업체에서 3년 간 대체복무했던 분이 그린 만화책이다. '이 만화가 공장 노동자의 이야기라고 해서 어떤 목적을 위해서 만든 만화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두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그저 공장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지 싶다.

 

남동공단은 내게 아주 익숙한 지역이다. 우리 앞집 아저씨도 이곳에서 일하고, 눈 인사를 주고 받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도 이곳으로 일 다니고, 또한 학부모 중에도 여럿 있으니 나와는 아주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허름한 작업복 차림의 늙수그레한 아저씨들을 보고 있자니 주변의 여러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도 분명히 이곳에서 일하게 될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작년 가을에 이 책을 신청해서 학교도서관에 들여놓았는데...아무도, 그 어느 학생도, 이 책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가보면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화책 삼매경에 빠져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절대로 손 한번 대보지 않는다. 노동자로 살아갈 아이들이고, 노동자를 부모로 둔 아이들인데도 말이다.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으면 누군가는 보겠지 싶었는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게 도서관에 갈 때마다 확인되어 좀 씁쓸하다.

 

아이들만 탓할 것도 아니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우리 삶과는 동떨어진 개구리왕자 같은 동화를 그것도 영어책으로 소개하고 있으니 아이들에게 무슨 현실감각이 생기겠나.

 

책을 제대로 읽히는 게 참으로 만만치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효암학원 이사장 채현국의 <한겨레 신문> 인터뷰기사가 화제라서 올려본다. 이 분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전문을 읽어보시길...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18266.html

 

-출세는 안 하신 건가, 못 하신 건가?

“권력하고 돈이란 게 다 마약이라…. 지식도 마찬가지고. 지식이 많으면 돈하고 권력을 만들어 내니까….”

............................................................................................................

 

-도움 받은 사람들이 있는데 왜 도운 사실을 숨기나?

“난 도운 적 없다. 도움이란, 남의 일을 할 때 쓰는 말이지. 난 내 몫의, 내 일을 한 거다. 누가 내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는지는 몰라도 나까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될 일이다.”

 

-왜 안 되나?

“그게 내가 썩는 길이다. 내 일인데 자기 일 아닌 걸 남 위해 했다고 하면, 위선이 된다."

 

.............................................................................................................

 

-그럴수록 돈을 벌어서 민주화운동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업을 해보니까… 돈 버는 게 정말 위험한 일이더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돈 쓰는 재미’보다 몇천배 강한 게 ‘돈 버는 재미’다. 돈 버는 일을 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돈이 더 벌릴지 자꾸 보인다. 그 매력이 어찌나 강한지, 아무도 거기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어떤 이유로든 사업을 하게 되면 자꾸 끌려드는 거지. 정의고 나발이고, 삶의 목적도 다 부수적이 된다.”

 

-중독이 되는 건가?

“중독이라고 하면, 나쁜 거라는 의식이라도 있지. 이건 중독도 아니고 그냥 ‘신앙’이 된다. 돈 버는 게 신앙이 되고 권력이, 명예가 신앙이 된다. 그래서 ‘아, 나로서는 더 이상 깜냥이 안 되니, 더 휘말리기 전에 그만둬야지’ 생각했다.”

 

.................................................................................................

 

-이순재씨가 선배라면서 왜 반말을 쓰시나?

“나이로는 순재가 나보다 한 살 많은데. 내가 중학 때부터 후배한테는 예대(禮待)하고 선배한테는 반말했다. 나랑 친구 할래, 선배 할래? 물어보고 친구 한다고 하면 반말로…. 후배한테 반말하는 건 왜놈 습관이라, 그게 싫어서 난 후배한테 반말하지 않는다.”

 

-원래 조선 풍습은 후배한테 반말 안 쓰는 건가?

“퇴계는 26살 어린 기대승이랑 논쟁 벌이면서도 반말 안 했다. 형제끼리도 아우한테 ‘~허게’를 쓰지, ‘얘, 쟤…’ 하면서 반말은 쓰지 않았다. 하대(下待)는 일본 사람 습관이다.”

 

.....................................................................................................

 

“세상엔 장의사적인 직업과 산파적인 직업이 있다. 갈등이 필요한 세력, 모순이 있어야만 사는 세력이 장의사적인 직업인데, 판사 검사 변호사들은 범죄가 있어야 먹고살고 남의 불행이 있어야 성립하는 직업들 아닌가. 그중에 제일 고약한 게, 갈등이 있어야 설 자리가 생기는 정치가들이다. 이념이고 뭐고 중요하지 않다. 남의 사이가 나빠져야만 말발 서고 화목하면 못 견디는…. 난 그걸 장의사적인 직업이라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노년 - 나이듦의 의미와 그 위대함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홍상희.박혜영 옮김 / 책세상 / 2002년 7월
품절


네 젊은 나날 동안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이후에는 고약한 날들이 다가오고 한 해 한 해가 더욱 가까워오리니, 그때 너는 말하리라. 사는 게 조금도 즐겁지 않다고. 후에 해와 빛, 달과 별들이 어두어지고 비가 온 후에 다시 구름이 몰려오리니-시력 감퇴, 지적 능력의 소진-, 그때는 집 지키는 파수꾼들-두 팔-이 벌벌 떨고, 힘센 남자들-두 다리-의 허리가 굽고, 가루 빻는 여자들-치아-이 숫자가 줄어들어 일을 멈추고, 창문으로 내다보는 자들-두 눈-이 시력을 빼앗기고, 거리로 난 두 문짝이 닫혀버리고-소화 장애, 배뇨 장애-, 맷돌 소리가 점점 약해지고-귀가 먹음-, 노래하는 처녀들이 모두 힘이 빠지고-언어 장애-. 높은 곳을 두려워하고-올라갈 때 숨참-, 길에서는 끔찍한 공포를 느끼고, 편도나무가 꽃을 피우고-백발-, 메뚜기의 움직임이 육중해지고-생식력 감퇴-...또는 은 줄이 풀어지고-척추의 만곡-, 황금 화병이 부서지고, 항아리가 샘물 위에서 깨지고, 웅덩이 위에서 바퀴가 부서져버리고-간과 신장 기능 부족-....-129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꼼쥐 2013-12-3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쯤 되면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죽어야 할까요? ㅎ

보부아르도 노년의 삶을 몹시 싫어하지 않았나 싶네요.

다가오는 2014년도 행복하시길..^^

nama 2013-12-31 20:13   좋아요 0 | URL
사실 이 책을 제가 읽은 건 아니구요.
남편이 책을 보다가 그럴듯하다며 펼쳐 보여준 부분이예요.

처음엔 사레 들린 듯 웃음을 토해냈는데 순간 울컥 슬퍼졌어요.
전혀 남 얘기가 아니었지요 ㅠㅠ

2014년에는 모두가 '사는 게 조금은 즐거운'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