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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공단
마영신 지음 / 새만화책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인천의 남동공단에 위치한 한 병역특례업체에서 3년 간 대체복무했던 분이 그린 만화책이다. '이 만화가 공장 노동자의 이야기라고 해서 어떤 목적을 위해서 만든 만화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 두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그저 공장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지 싶다.
남동공단은 내게 아주 익숙한 지역이다. 우리 앞집 아저씨도 이곳에서 일하고, 눈 인사를 주고 받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도 이곳으로 일 다니고, 또한 학부모 중에도 여럿 있으니 나와는 아주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허름한 작업복 차림의 늙수그레한 아저씨들을 보고 있자니 주변의 여러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도 분명히 이곳에서 일하게 될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작년 가을에 이 책을 신청해서 학교도서관에 들여놓았는데...아무도, 그 어느 학생도, 이 책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가보면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화책 삼매경에 빠져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절대로 손 한번 대보지 않는다. 노동자로 살아갈 아이들이고, 노동자를 부모로 둔 아이들인데도 말이다.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으면 누군가는 보겠지 싶었는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게 도서관에 갈 때마다 확인되어 좀 씁쓸하다.
아이들만 탓할 것도 아니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우리 삶과는 동떨어진 개구리왕자 같은 동화를 그것도 영어책으로 소개하고 있으니 아이들에게 무슨 현실감각이 생기겠나.
책을 제대로 읽히는 게 참으로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