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내가 마치 구름 사이에 뜬 하현달이 내려다보는 템스 강가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름답고 멋진 표현이다.

 

그리고.. 뒷 이야기를 생각한다면 씁쓸하기도 하다.

 

 

 

 

 

 

 

 

 

아서 경은 템스 강 제방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 강변에 몇 시간 동안 앉아 있었다. 사자의 눈 같은 달이 황갈색 구름으로 이루어진 갈기 사이로 강을 살피고 있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이 자주색 돔에 뿌려 놓은 금가루처럼 텅 빈 하늘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따금씩 바지선이 건들거리며 탁한 물결을 따라 들어왔다가 물살에 밀려 둥둥 떠내려갔다. 기차가 다리를 건너며 비명을 지르면 철로 신호등이 녹색에서 선홍색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웨스트민스터의 높은 탑이 우렁차게 12시를 알렸다. 종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질 때마다 밤이 몸을 부르르 떠는 것 같았다. 이윽고 철로의 신호등이 꺼졌다. 외롭게 홀로 남은 등이 거대한 기둥에서 커다란 루비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도시의 포효도 점점 희미해졌다. (pp.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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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5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세기 런던, 특히 빈민가의 밤은 전체적으로 음산한 분위기였습니다. 살인자 잭 더 리퍼의 무대였죠. ^^

꼬마요정 2017-01-16 00:10   좋아요 0 | URL
저 시대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시대이자 음울한 시대였던 거 같아요. 생명을 창조하질 않나, 약물로 인간의 선악을 구별하질 않나, 희대의 살인마가 대도시를 휘젓지를 않나... 영국이 대단한 나라이긴 한가 봅니다.
 

책 잔뜩 시켜놓고 기다린다. 오늘 둘 다 온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안 오는 거 보면 오늘 안 오는거지?

이런 나를 보는 남편이 완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미쳤구나? 지금 밤 12시거든?

자기 책도 있어. 아빠는 요리사

왜 안 와? 오늘 안 와?

밤 12시거든요?

부부가 쌍으로 만담을 하고 있다. 이 시간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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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4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7-01-14 10:00   좋아요 0 | URL
원래 신랑은 책을 좋아하는데 베스트셀러만 읽더라구요. 그래서 둔황을 슥 내밀었더니... 그 때부터 재밌다고, 재밌다고... 맨날 읽을 게 없다던 제 책장을 뒤지면서 책을 읽더라구요. 그래도.. 뭐.. 어떻게 거기서 딱 재밌는 뒤마 책을 골라서 잘 읽는지.. ㅎㅎ 진짜 신기해요. 이야기가 흥미진진한 책은 정말 잘 찾아요. ㅎㅎ
 
시사IN 제487호 : 2017.01.14
시사IN 편집부 엮음 / 참언론(잡지)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넘쳐나는 박근혜와 검은 고리들... 인면수심. 이제부터라도 사람이 뽑히면 좋겠다. 우리, 사람을 뽑읍시다.

운디드니의 비극과 같은 일들이 더 이상 어디서도 일어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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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제1145호 : 2017.01.16 - 2017 신년 특대2호, 세월호 1천일 특집호
한겨레21 편집부 엮음 / 한겨레신문사(잡지)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자궁으로 시작해 베라 쿠퍼 루빈의 투쟁과 업적을 기리며 박근혜 심판 3부작과 반기문의 몸부림을 지나 세월호의 아픔을 때론 담담하게 때론 절절하게 이야기 한다. 남겨진 자의 트라우마와 한국 사회의 비정함을 엿볼 수 있다. 유가족과 생존자 모두 안아주고 싶다. 잠시 눈물이 나서 멈췄다가 대선 이슈인 기본소득을 훑어보고 손바닥문학상 가작인 <산청으로 가는 길>로 마음을 흔들어본다. 난민정책과 노먼 토머스를 거쳐 통독과 남북한의 문제를 들여다본 뒤 다시 여자와 아내의 문제를 되새긴다.

천 일 동안 천 개의 희망을 안고 살아 온 모든 이에게, 그리고 천 개의 바람으로 살아남은 떠난 이에게 드린다. 천 개의 기사로 그들 모두를 와락 껴안을 날을 소망하면서.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지 않았어요/ 나는 천 개의 바람이죠/ 나는 불어오는 천 개의 바람이에요/.../ 내 무덤 앞에 서서 울지 말아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죽지 않았어요(p.9)

루빈이 생전에 인생과 일에서 항상 기억하며 살았다는 세 가지 가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남성이 풀 수 있는데 여자가 풀지 못하는 문제는 과학에 없다. 둘째, 세계적으로 두뇌의 절반은 여성이 갖고 있다. 셋째, 과학 연구를 하기 위해 우리 모두는 어떤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허가가 종종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많이 주어지는 건(능력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깊이 뿌리내린 인식 때문이다.(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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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차고 몸살에 기침까지 콜록 아니 쿨럭쿨럭 거리며

 

열심히 일을 하는 도중에

 

개인 메일을 열었다.

 

놀랐다.

 

<유럽 사상의 최고봉 지그문트 바우만 별세>라는 제목의 메일이 들어와 있는거다.

 

내가 아는 그 바우만?

 

진짜다. 그 바우만이었다.

 

비록 내가 읽은 책은 몇 권 안되지만, 제목부터 딱 내 맘에 들게 자아내는 그 분을 흠모하던 차라

 

너무 놀랐다.

 

 

 

 

 

 

정말 한 세대가 저물어가는 모양이다.

 

굵직굵직한 인물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난다.

 

무엇이든 영원한 건 없겠지만,

 

소소하게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다 써버리는 것부터

 

내가 키우던 고양이, 물고기,

 

가까운 이, 나를 모르더라도 내가 알던 이, 내가 좋아하던 이 등..

 

그리고 나까지,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하다는 느낌보다는 비어버린 느낌이랄까...

 

한창 바쁜 이 시간에, 나는, 혼자, 공허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빛깔이 있지만 없는 듯 사물들이 멈춰버렸다.

 

삶이란 무엇일까. 죽음이란 무엇일까.

 

살아있는 삶을 치열하게 연구하던 사회학자의 죽음이

 

어째서 나에게 죽음이란 무엇인지 궁금하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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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1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우만의 책 덕분에 고독의 장단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지 못했으면 시간을 헛되게 보냈을 겁니다.

꼬마요정 2017-01-11 22:54   좋아요 1 | URL
그냥 그러려니 생각하던 것을 콕 집어서 이렇다라고 해주는 게 좋더라구요. 뜻을 정돈해서 알려주는 느낌이랄까요. 번역본을 읽다 보니 막히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배울 게 많고, 깨달은 게 많았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