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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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아니 빛의 속도로 간다 하더라도 우주를 알 수 있을까.

여러 단편들이 있지만 특히나 ‘스펙트럼’과 ‘관내분실’이 내 마음을 일렁거리게 했다. 인간은 끊임없이 미지의 생명체를 찾지만,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파괴하고 싶어한다. 나는 ‘희진’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만약 나였어도 그랬을 것이다. ‘루이’가, 그 ‘무리’가 ‘희진’을 아름다운 생명체라 여겼듯 ‘희진’ 역시 그들이 경이로운 생명체라 생각했을테니. 인간은 어째서 사랑하면서 외롭고 궁금해하면서 파괴하고 싶어하는지. 진정 홀로 남고 싶은 것인지.

그래서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않는가보다. 나와 다르다고 배척하고 부수고 미워하지만 또한 사랑하고 사랑받길 원하니까. 그래서 어떻게든 서로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무런 감정 없이 살아가는 것보다 살아있는 느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생가설’은 특이했다. 어쩌면 인간이란 존재가 모든 걸 망쳐버리는 걸 ‘이타적’인 외계종이 가르치고 토닥여주는 걸지도 모른다. 실재하여 눈 앞에 보이는 존재가 아닌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존재가 함께 살아간다니… 심지어 인간에게 자신들이 알려지지 않길 바란다니… 그건 인간에게 있는 폭력적인 본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토록 아름다운 별과 아름다운 존재라니.

‘감정의 물성’은 또다른 느낌의 이야기였다. 인간의 감정을 대상화할 수 있다니… 만져지고 맡아지는 감정이라니…

‘관내분실’은 슬펐고 아팠다. 본래의 모습이 아닌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이렇게만 남는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그 역할이 슬픈 게 아니라 ‘나’란 존재보다 그 ‘역할’이 더 중요시 된다는 사실이 슬프다. 더군다나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서글프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역시 슬프고 아프다. 세상에 ‘기준’이란 것은 정해질 수 있을까. 그깟것 밑에서 쳐다보나 우주로 가서 보나 다를 건 뭔가. 답정너처럼 남이 정해놓은 ‘기준’이란 건 결코 닿을 수 없는 것이니까. ‘기준’이 된 그 인종, 성별, 국적, 재산, 직업 등등 여러 조건이 완벽해야만 하는 것을. 물론 그 조건 다 충족해도 분명 ‘까고 싶어’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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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 (TAEYEON) 노래 / SM 엔터테인먼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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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 솔로 앨범은 다 좋았다. 이번에도 좋다.
미리 공개된 can’t control myself부터 타이틀곡인 invy, 솔베이지의 노래를 샘플링한 그런 밤 등 내 취향인 곡들이 많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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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 : 젓가락 괴담 경연
미쓰다 신조 외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비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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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쓰며, 제삿밥에는 보통 숟가락을 꽂아두기도 하기에 젓가락 괴담이라는 게 어떤 걸까 궁금했다. 내가 생각할 때 젓가락 괴담이라 하면 애기들이 콘센트 구멍에 젓가락을 찔러 넣는 위험천만한 이야기라든지, 젓가락으로 좁쌀 알갱이를 집는 괴담 같은 신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한국을 제외한 주변 아시아 국가들에게 젓가락은 아주 중요한 도구이자 무서운 저주의 도구이기도 했다.

같은 소재를 사용하여 각 나라의 전설을 더해 5명의 작가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첫 번째 이야기를 풀어 낸 작가는 일본의 마쓰자 신조로 ‘젓가락님’ 이야기는 전설인 듯 도시괴담인 듯 재미있었다. 내 손을 쓰지 않고 남을 해하는 저주는 죄책감의 정도가 덜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아마 아닐 것이다. 말실수 하나로도 마음이 따끔한데 대놓고 상대를 저주해서 죽인다면, 그건 직접 죽인 거나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힘 없는 이가 사과를 받고 싶어도 안 된다면 할 수 있는 복수라고는 저주뿐일 수도 있다. 그래서 ‘죽여달라’고는 못하고 ‘처리해달라’고 한 건 죄책감도 죄책감이지만 어떻게든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드러난 걸지도 모른다.

두 번째 주자는 타이완의 쉐시쓰로 ‘산호 뼈’ 역시 꺼림칙한 느낌이 드는 재밌는 이야기였다. 여전히 ‘저주’는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남기나보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아이를 구하려는 마음과 자신이 옳다는 생각이 무서운 결과를 낳았다. 둘이 나눈 비밀은 처음엔 달콤했지만 서서히 씁쓸해지다 결국 독이 되었다. 다행이라면 ‘결자해지’가 이루어졌다는 정도일까.

세 번째로 이야기하는 작가는 홍콩의 예터우쯔로 ‘저주의 그물에 걸린 물고기’다. 이 이야기가 제일 도시괴담 같았다. 인터넷 방송이며, 노이즈 마케팅이며, 가짜 이야기를 만들어 퍼트리는 등의 소재는 실제로 도시에서 일어나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으니까. 게다가 내 친구가, 이웃이 나를 해치려 한다니… 그것도 정말 끔찍한 이야기다. 하지만 가장 끔찍한 건 그저 화제를 만들고 인기를 끌려 만든 이야기로 인해 내 소중한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실이다.

네 번째 작가는 타이완의 샤오상선으로 ‘악어 꿈’이다. 이 이야기는 실제라 해도 믿을만큼 현실적이다. 어린 나이에 민며느니로 팔려 와 노예처럼 일하고, 나이 어린 남편과 시누이를 키우고, 교육은 받지 못하며, 사랑을 알게 되지만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했던 린진리… 그녀의 삶은 커다란 고통 겉면에 약간의 소속감과 안도감이 흔적마냥 덧칠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겨냈고 우뚝 섰으니, 이 이야기에 언급된 <가든파티>가 썩 잘 어울렸다. 죽음의 세계를 엿보고 돌아 온 페르세포네의 이야기 같은 그 소설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하는 작가는 홍콩의 찬호께이로 ‘해시노어’이다. 해시노어는 비슷한 글자라서 잘못 쓰는 일을 말하는데, <여씨춘추>에 ‘진나라 군대 돼지 세 마리(삼시)가 강을 건넜다’가 아니라 ‘진나라 군대가 ‘기해’년에 강을 건넜다’가 맞다고 자하가 말한 것과 <포박자>에 ‘책을 여러 번 베끼다 보면 ‘어’를 ‘노’로 쓰고, ‘제’를 ‘호’로 쓰기도 한다’고 말한데서 유래한다. 이 젓가락 이야기가 어떻게 내려오게 됐는지를 풀어내는 데 저 멀리 요, 순, 곤, 우 임금까지 등장한다. 우리와 다른 세계의 존재들인 그들이 어떻게 우리 삶에 끼어들고,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우며, 그 와중에도 순수한 사랑도 피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인간에게 ‘양심’이란 얼마나 값지고 빛나는 것인지…

젓가락 하나로 저 먼 신화시대까지 다녀 온 기분이다. 상상력이란 정말 멋진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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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너의 다정한 우주로부터 오늘의 젊은 문학 4
이경희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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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소설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은 정말 재치있는 이야기였다. 비록 ‘잔소리’가 ‘오지랖’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리스 시대에도 ‘요새 애들은 어쩌고’ 했던 거 보면 잔소리란 게 인간의 본능인가 싶기도 하다.

‘우리가 멈추면’은 안타깝고 짠하고 화가 나고 그랬다. ‘감정 절제’를 하지 않으면 결코 편들 수 없는 일들이 있고, 누군가의 부와 권력을 위해 다른 사람의 밥줄을 아무렇지 않게 끊어버리고, 먹고 사는 게 중요한 이들은 결국 굴복해버린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밝혀졌을 때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다.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는 마치 스릴러물을 보는 듯 주인공을 따라가게 된다. 기억을 잃은 듯한 화자를 따라가며 세상이 이렇게 된 이유나 ‘디스’를 찾는 이유를 추리해보지만 SF물은 평범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SF물이라 다른 건 아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다른 이의 희생 따윈 안중에도 없다. 모두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진’은 ‘자유’를 갈구한다. 누가 생성자이고 누가 감별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벨의 도서관’은 흥미로웠다. 11차원이라니!! 나에게 세상은 3차원일 뿐이니까.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인간이라 할지라도 명령어에 행동하는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은 가장 기본부터.

‘신체강탈자의 침과 입’은 요즘 같은 시대에 어울리는 이야기다. 물이 약점이라 손도 씻지 않는 주제에 이름이 ‘순수’라니. 그동안 말하면 까탈스럽다는 둥 예민하다는 둥 했던 ‘손씻기’, ‘술잔 돌리기 거부’ 등이 이젠 당연시 되는 것이 정말 다행이다. 게다가 ‘순수’라는 종교를 선교하는 외계인들의 행태는 지구에 사는 우리와 별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가장 마음에 와 닿았고, 진심으로 보다 다정한 우주가 탄생하길 바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이 낡아서 사라지기도 하고 더 관대해지는 것 같으면서도 더 경직되기도 한다. 결국 어떤 세상이든 인간은 서로를 멸망시키는 걸까. 외로워서 서로를 갈구하다 파괴해 버리는 걸까. 홀로 설 수 있어야 상대를 사랑할 수 있으며, 차갑고 모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망치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결국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갔고, 그 셀 수 없는 시간의 바다를 건너며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었기에 그들의 우주를 만들 수 있었다. 끝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처음이었다, 보다 다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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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롭 데이비스 지음, 김마림 옮김,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원작 / 미메시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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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냥 2천 페이지 책을 읽는 게 좋다. 그림체도 나하고 안 맞고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요약은 상당히 잘 되어 있어 볼 수 있었다.

어쩌면 1부에서 끝났어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2부 마지막에 돈 키호테가 아닌 알론조 케하나로 끝나는 것도 좋다. 지금보다 조금 어릴 때는 왜 이런 결말일까 했지만, 조금 더 나이가 드니 이 결말이 더 편하다. 일단… 이상을 추구하는 건 정말 정말 힘든 일이란 걸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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