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의 소설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은 정말 재치있는 이야기였다. 비록 ‘잔소리’가 ‘오지랖’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리스 시대에도 ‘요새 애들은 어쩌고’ 했던 거 보면 잔소리란 게 인간의 본능인가 싶기도 하다. ‘우리가 멈추면’은 안타깝고 짠하고 화가 나고 그랬다. ‘감정 절제’를 하지 않으면 결코 편들 수 없는 일들이 있고, 누군가의 부와 권력을 위해 다른 사람의 밥줄을 아무렇지 않게 끊어버리고, 먹고 사는 게 중요한 이들은 결국 굴복해버린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밝혀졌을 때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다.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는 마치 스릴러물을 보는 듯 주인공을 따라가게 된다. 기억을 잃은 듯한 화자를 따라가며 세상이 이렇게 된 이유나 ‘디스’를 찾는 이유를 추리해보지만 SF물은 평범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SF물이라 다른 건 아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다른 이의 희생 따윈 안중에도 없다. 모두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진’은 ‘자유’를 갈구한다. 누가 생성자이고 누가 감별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벨의 도서관’은 흥미로웠다. 11차원이라니!! 나에게 세상은 3차원일 뿐이니까.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인간이라 할지라도 명령어에 행동하는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은 가장 기본부터. ‘신체강탈자의 침과 입’은 요즘 같은 시대에 어울리는 이야기다. 물이 약점이라 손도 씻지 않는 주제에 이름이 ‘순수’라니. 그동안 말하면 까탈스럽다는 둥 예민하다는 둥 했던 ‘손씻기’, ‘술잔 돌리기 거부’ 등이 이젠 당연시 되는 것이 정말 다행이다. 게다가 ‘순수’라는 종교를 선교하는 외계인들의 행태는 지구에 사는 우리와 별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저 먼 미래의 유크로니아’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가장 마음에 와 닿았고, 진심으로 보다 다정한 우주가 탄생하길 바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연하다 여겼던 것들이 낡아서 사라지기도 하고 더 관대해지는 것 같으면서도 더 경직되기도 한다. 결국 어떤 세상이든 인간은 서로를 멸망시키는 걸까. 외로워서 서로를 갈구하다 파괴해 버리는 걸까. 홀로 설 수 있어야 상대를 사랑할 수 있으며, 차갑고 모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망치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결국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갔고, 그 셀 수 없는 시간의 바다를 건너며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었기에 그들의 우주를 만들 수 있었다. 끝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처음이었다, 보다 다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