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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는다는 것과 책을 쓴다는 것은 다르지 않다. 적어도 니나와 타슈는 독자와 작가의 입장에서 만났으나 둘은 같다. 사람을 목졸라 죽이는 것과 책을 읽는다는 것(니나와 타슈가 이해하는 방식으로)은 기분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레오폴딘이 영원성을 잃고 순환의 세계에 들어섬으로써 목이 졸려져 타슈와 일체화 되듯이, 니나는 타슈의 목을 졸라 타슈의 화신이 된다. 니나는 타슈의 저서를 다 읽었고, 완전히 이해한 독자였다. 한 권의 책이 저자와 같은 의미로 읽혀졌을 때 결국 독자와 작가는 일치되는가보다.
그런데 왜 목을 조르는 행위의 쾌감이었을까... 나는 다음 구절에서 답을 찾았다.
"손은 쾌감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거요. 뼈저리게 중요한 기관이지..."
손으로 목을 조르고, 손으로 쾌감을 느낀다... 이제껏 머리로 책을 읽고 분석하였고, 가슴으로 좋다, 슬프다, 싫다를 느꼈다. 그런데 막상 손이라니... 웃음이 나왔다.
마태우스님의 리뷰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였다. 그런데 막상 이 책을 읽을 땐 마태우스님의 리뷰를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니나와 타슈가 서로 신랄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불현듯 떠올랐다. 대화로 이어가는 이야기 전개 방식. 몇 페이지에 걸쳐 대화만 나와도 나는 이상함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대화로만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조차 못한 것이다. 정말 놀라운 글쓰기 방식이다.
글쓰기 방식의 뛰어남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는 점이다. 타슈와 기자들의 대화는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이었고, 나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았다. 읽다보니 왠지 내가 타슈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지루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무언가 공허함을 채우고 싶은... 그가 살인자라는 건 당연하다. 어린아이만큼 순수하고 잔인한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노통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이다. 책 제목도 마음에 들고 책의 외양도 맘에 들고 내용도 맘에 들었다. 그러나 별 하나를 뺀 이유는 니나가 타슈에게 표출한 까닭모를 증오감(레오폴딘의 죽음에 그렇게나 분노하는지)과 타슈가 너무나 쉽게 권태와 지루함을 드러내며 순순히 과거를 실토했다는 점이다. 약간 실망스럽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어떤 쾌감을 느꼈는지(재밌다는 것도 포함될까...), 내 삶의 어느 부분이 바뀌었는지 모르니까. 그러나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